‘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집안에서 살림이
그의 덕이나 복으로 늘어간다는 동물이나 사람’을 일러 그렇게 말하는데
‘업구렁이’가 있는가 하면
‘업두꺼비’, ‘업족제비’도 거기 포함됩니다.
업구렁이가 됐든, 또는 업두꺼비나 업족제비든
그것을 ‘업’이라고 하게 된 데에는
실제 살림살이에 그들의 역할과 도움이 있다는 까닭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어찌 보면 소소한 역할일 수 있는 그런 일들을 두고
앞에 ‘업’이라는 말을 붙여서 거의 신을 섬기는 것과 비슷하게
소중히 여기던 것이 우리 옛 사람들의 삶,
나는 이것을 서양의 요정이나 천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준신(準神)이라는
거의 신에 가까운 역할과 기능을 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정서나 가치관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요정이나 천사야 비실재지만
곁에 가까이 있는 동물이나 식물을 신에 가까운 존재로 인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 겨레의 삶이 얼마나 생태적이었는지를 헤아리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하고
어떤 동물을 업으로 이해한 그 마음이
다른 동물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존중의 정신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리하여 성가신 파리나 모기 한 마리를 잡는 짓도 함부로 하지 않았고
오히려 집 안에서 그런 목숨붙이들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며 살았던
그 결 고운 삶의 중요성을 보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업’이라는 개념이 지니고 있는 철학적 가치와 의미는 소중하고
오늘날 어떻게 이어내리며 삶에 적용할 것인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어리석은 눈으로 보면 그 모든 것이 미신이라거나
또는 허황한 행위로 보일지 모르지만
업 정신은 우리가 지금 자꾸 팽개치려고 하는 여러 가지 것들 가운데 하나지만
사실은 우리의 소중한 재산이라는 것,
오늘 ‘업구렁이’라는 말을 보면서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이렇게 짚어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