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야
이남일
추석 전날
도시에서 갓 돌아 온 우린
약속이나 한 듯이
끝도 없이 들길을 걸었다.
비탈 밭에는
퉁퉁 불은 고구마가
밭고랑 살을 가르고
청량 바람에 붉은 수수는
스러지듯 몸을 꼬았다.
메뚜기의 탱탱한 발길질도
아랑곳없이
우린 가을 들녘 끝자락에
고향 노을을 깔고 앉았다.
밤이슬이 내리고
짚 널 위로 보름달이
벙긋 내려다볼 때까지 우린
손을 꼭 포갠 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작가약력-
전북 남원 운봉 출생
전직교사
1999년 <예술세계>에 시를
<자유문학>에 수핑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 <하늘 가득한 연못>2005
<고향이 그리운 건>2003
수필집<우리는 변화를 먹고 산다>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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