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곡선들
김우진
농협 앞 좌판에서 멸치 한 됫박을 샀다 비릿한 냄새가 옮겨 붙어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온다 할머니의 등처럼 구부러진 곡선들,
저들에겐 새들의 유전자가 있어 허공이 그들의 놀이터였다 석양을 물고 물 위를 풀쩍 뛰어오르는
직선의 날렵한 몸짓이었다 은비늘 번쩍이며 파도를 물고 흐르던 빠른 속도였다
포식자보다 더 빨라야 했으므로 속도가 목숨이었다
입속으로 거대한 바다가 드나들고 거센 파도가 스칠 때, 그들은 함께 물결이 되어 흘렀다
떼를 이루어 거대한 몸짓으로 적과 맞선 그때, 그물은 멸치 떼가 온다고 외쳤다
너른 바다에 지느러미로 쓰고 다닌 흘림체, 생의 푸른 문장을 뱃속에 품고 멸막에서 그들은 모두 휘어졌다
곡선으로 휘어진 지느러미가 바다의 끝을 물고와 도심지에 풀어 놓았다 부력을 잃은 생명들이 좌판대 위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종로3가에 가면 구부러진 곡선들이 많다
(제11회 해양문학상 당선작,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