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햄버거보다 설렁탕이 더 좋아. 나도 모르는 새 어른이 된 거야”라는 일기예보의 가사처럼 아이스크림은 오랫동안 아이들이나 여성들의 군것질거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미국산 아이스크림 ‘베스킨라빈스’가 국내 빙과시장에 등장하면서 아이스크림도 슈퍼나 제과점이 아닌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사계절 기호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아이스크림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겨울에 아이스크림 열풍이 불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크게 두 가지. 우선 맛의 취향이 미국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에서 이탈리아 스타일 ‘젤라토’로, 숍 형태는 ‘테이크아웃 전문점’에서 유럽 스타일 캐주얼 카페 형태의 ‘디저트 바’로 옮겨졌다.
이러한 유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하겐다즈의 아이스크림 카페 ‘라이프 스타일’은 어느새 압구정동에서도 ‘물 좋은 곳’으로 유명해졌고, ‘구스띠모’는 주말이면 으레 20~30m씩 줄지어 기다려야 하는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여기에 쌀알이 함유된 리조토 아이스크림집 ‘빨라쪼 델 프레도’는 아이스크림의 장르 파괴까지 가져왔다.
그간 유명 브랜드 아이스크림이 으레 해외에서 직수입하던 형태였던 데 반해 최근에는 원재료와 기술만 수입하고 생산 전 과정은 국내에서 소화해 내는 것도 특징. 물론‘라이프 스타일’이나 ‘멕키스’처럼 완제품을 수입한 후 사이드 메뉴 개발에 치중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이러한 경향은 요즘 최대 관심사인 ‘건강’ 트렌드와 맞닿아 한층 힘을 얻고 있다. 좀더 깨끗하고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그때그때 소비되는 양만큼 현장 생산하는 방식으로 ‘명품’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 또한 브랜드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각기 다른 취향과 입맛에 따라 선택하는 안목을 갖게 된 것도 아이스크림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고집, 유기농 아이스크림
MACKIE’S 멕키스
고급 카페를 연상시키는 하얀 회벽 외관만큼이나 멕키스 아이스크림 맛은 깨끗하다. 이는 스코틀랜드 멕키 가문이 직영 농장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재료와 4대째 고집스럽게 이어오는 노하우가 합해 만들어진 결과물. 유기농 사료만 먹고 자란 ‘저지 카우’우유를 열처리만 해 가공한다. 따라서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후에도 유지방이 16% 이상 함유돼 있지만 여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달리 느끼하거나 텁텁하지 않고 뒷맛이 깔끔하다. 바로 이 맛을 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가 ‘트래디셔널’.
아이스크림 외에도 유기농 커피와 각종 음료, 초콜릿, 시리얼 등을 구비하고 있다. 이들 메뉴는 경기대학교 김기영 교수팀이 직접 개발했다. 추천 아이스크림으로는 유기농 딸기로 만든 스트로베리, 인공 감미료가 아닌 천연 바닐라로 가볍고 깨끗한 맛을 살린 바닐라, 벌꿀 칩이 첨가된 허니콤하베스트, 벨기에산 유기농 초콜릿칩을 넣은 앱솔루트 초콜릿 등이 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생산하는데 여러 맛을 섞지 않고 한 가지 맛을 손으로 작업하는데다 데커레이션이 심플해 맛에 가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data 02-512-2414 10:30~24:00 예약불가 불가 15명까지 아이스크림케이크 2만7000원, 선데 8500~8800원, 프레페 6000원, 콘·컵 1400~2500원 |
이탈리아 궁정 아이스크림
PALAZZO del FREDDO 빨라쪼 델 프레도
시원한 첫맛,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개운한 뒷맛이 빨라쪼 델 프레도 아이스크림의 특징이다. 특별한 지식이 없다 해도 진한 유지방 느낌이 강한 미국식 아이스크림에 비해 가볍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결은 이탈리아 궁정 요리사 출신 지오바니 파시 사장이 고안해낸 제조법. 설탕 대신 달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내는 연유에 우유와 달걀 노른자로 만든 베이스를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이 비결.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파시 사장이 분기별로 한국을 방문한다.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은 완성 후 하루 동안 전용 냉장고에서 냉동시킨 제품인데, 이는 아이스크림도 일정 기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 입에서의 감촉이 훨씬 좋아진다는 경험에서 나온 비법.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의 주식 중 하나인 리조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쌀알이 씹히는 아이스크림 ‘리조’와 통 아몬드를 갈아 만든 ‘피스타치오’는 기대 이상이다. 올 겨울엔 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흑미 리조’를 선보였는데, 백미보다 씹는 맛이 좋고 뒷맛이 고소해 좋은 반응이다. 2004년에는 견과류 시럽 등의 토핑과 아이스크림 샌드,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을 내놓을 계획.
data 02-3445-2785 11:00~23:00 예약 불가 가능 불가 컵·콘 2900~4100원, 파인트 1만2000원, 쿼터 1만8000원 |
아이스크림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Life Style 라이프 스타일(하겐다즈)
통유리창 외벽 안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뉴욕 소호 거리의 카페에 와 앉은 듯하다. 골드와 레드 와인 배색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진한 풍미처럼 강렬하다. 유럽에선 이미 20년 전부터 ‘라이프 스타일’과 흡사한 디저트 바가 존재했다지만 아이스크림이 디저트류에 속하게 된 것이 고작 10년 안팎인 우리에겐 파격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곳 주방에서 만들어내는 아이스크림 디시는 확실히 기대 이상이다.
그동안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타사 제품에 비해 고가이면서도 편의점을 주요 판매망으로 정하다 보니 고객 서비스에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곳에선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아이스크림과 직원들의 일대일 서비스가 더해져 불안을 말끔히 없애준다.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고 입 안에 침이 고일 만큼 메뉴판을 둘러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요즘 같은 겨울엔 뜨겁게 달군 도자기 팬 위에 아이스크림을 지글지글 구워내는 ‘핫플레이트’나 모락모락 김을 뿜는 단팥죽에 녹차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핫팥’ 등이 입은 물론 눈과 손까지 즐겁게 하는 아이템. 특별한 날을 위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마련돼 있는데 액상 아이스크림을 기계로 찍어 얼리는 방식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완성한 것이어서 아이스크림 본래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주가를 위한 메뉴도 있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베일리스는 고급 양주와 잘 어울리고, 브랜디에 담가 맛을 낸 블랙체리를 믹싱한 브랜디드 블랙체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알코올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메뉴 크리에이터 오경미 씨. 올 겨울을 따뜻하게 해준 핫플레이트, 핫팥, 아이스크림 퐁뒤 등은 모두 그녀의 역작. 지난 여름 개발한 팥빙수의 인기는 내년 초 하겐다즈 아시아 체인망을 통해 세계화된다.
브루오니슈 사이에 피칸아이스크림을 끼워 넣었다. 달콤한 시럽과 신선한 생과일이 곁들여져 느끼하지 않다. 출출한 오후 티타임에 커피와 곁들이면 그 맛이 더욱 풍부해진다.
data 02-528-5050 월~목 11:00~23:00 금·토 11:00~01:00 일 11:00~24:00 예약 가능 불가 8명까지 싱글 스쿱 3300원, 파인트 7000원, 쿼터 1만3000원 |
이탈리아 수제 아이스크림의 묘미
GUSTIMO 구스띠모
서너 평 남짓한 공간을 가득 채운 구스띠모의 아이스크림은 그 자체로 컬처 쇼크다. 셀러 안에 보기좋게 진열된 서른다섯 가지 아이스크림은 하나하나가 그 특징이 아주 뚜렷해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 이탈리아 원어로 기입된 이름은 읽기조차 어렵지만 모두 원재료를 실물 그대로 아이스크림 위에 전시해 시각으로 느끼는 미감을 최대화했다.
아이스크림 제조는 물론 판매까지 도맡은 이동진·박소진 커플. 이탈리아 요리학교에서 만난 이들은 현지 친구들과 이미 2년 정도 로마에서 수제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인 젤라토 숍을 운영했던 경험자들이다. 재료는 모두 이탈리아에서 비행기로 두 달에 한두 번 가져오고 제조는 매장 안에 있는 공장에서 직접 한다. 여느 젤라토와 마찬가지로 우유와 생크림만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베이스에 각종 재료를 믹싱하는 형태인데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모양과 달리 쫀득한 질감이 독특하다.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아니라면 불가능할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이 과정을 거쳐야만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입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상쾌한 냉기가 목에서 넘어갈 때 다시 한 번 느껴진다는 것. 또한 콘 하나를 사도 여러 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신선한 원재료의 고급스런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블랙베리, 라즈베리, 블루베리, 크램베리를 믹싱해 만든 프루티디 보스코를, 달지 않은 진한 초콜릿 맛을 원한다면 초코라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을 원한다면 크림치즈를 믹싱한 포르마지오를 권한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스파게티 국수처럼 가늘게 뽑아 각종 토핑과 함께 내는 ‘스파게티’는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 메뉴.
테이크아웃도 가능한데 아이스크림 맛의 변화를 막기 위해 한 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유통 기한도 이틀을 넘기지 않으며 과일이 재료인 메뉴는 하루 만에 폐기하고 그 외의 것은 하루가 지나면 살균 작업을 한 후 재생산하는 방식을 취할 만큼 관리가 철저하다.
data 02-547-6809 12:00~23:00 예약 불가 불가 불가 3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콘 3500원, 4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중간 콘 4500원, 5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큰 콘 5500원, 스파게티 6500원, 테이크아웃 1만5000~1만9000원 |
밀라노 스트리트 아이스크림 감각
artegelatoicecream 아르떼젤라또
홍대 입구에 위치한 아르떼젤라또. 베네치아 본사에서 직접 전수받은 아이스크림 제조 기술로 자체 생산한다. 요구르트를 재료로 했음에도 느끼하지 않고 셔벗처럼 시원하고 사각거리는 것이 특징. 분말 형태의 요구르트를 사용한 것이 비법. 딸기, 체리, 파인애플, 멜론, 복숭아, 살구, 수박, 오렌지, 자두, 망고 같은 과일이 주재료다.
아르떼젤라또 아이스크림은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헵번이 물고 나온 아이스크림처럼 공기와 닿는 순간 녹기 시작하는데, 그 묘미가 특별하다. 레드를 주계열로 화이트, 옐로, 오렌지 등의 아크릴 조명판을 이용한 인테리어와 밀라노 현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필립스탁 브랜드의 생활 소품이 신선한 감각을 더한다.
산뜻한 인테리어만큼이나 시원하고 부드러운 요구르트아이스크림. 다이어트식으로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열량이 낮다.
data 02-3143-5625 11:00~24:00 불가, 예약 불가 불가 한 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콘 1700, 2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컵 22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