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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지금, 명상이 필요한 이유 / Humanities_인문학 산책
ysoo 추천 0 조회 99 17.03.19 23:2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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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_인문학 산책

 

 

지금, 명상이 필요한 이유

 

사람의 내면에는 화약고가 있다


21세기 들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난 사회적 징후로 나는 2가지를 꼽는다.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어른들에게서 나타나는 ‘분노조절장애’가 그것이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주의 산만, 과잉 행동, 충동성을 징후로 하는 정신 질환이다.

유전적 요인과 신경학적 요인, 사회·심리적 요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초기 아동기에 발병해 만성적인 경과를 밟는다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분노조절장애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병리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심각한 범죄가 되어 때마다 세상을 놀라게 한다.

디지털 문명의 스마트함이 만개하기를 고대하던 세상에 때아닌 분노의 홍수가 범람해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 이웃과 친지, 연인과 배우자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한 살상을 일삼는 것이다.

분노조절장애 자가 진단 테스트 항목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 누구나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1) 화가 나면 참지 못하고 바로 성질을 낸다.
2) 화가 나면 불같이 폭발한다.
3) 자주 화를 낸다.
4) 다른 사람의 실수로 내 일에 지장을 받으면 화가 난다.
5) 내가 한 일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하면 화가 난다.
6) 화가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7) 화가 나면 욕설이나 폭언을 내뱉는다.
8) 사람들 앞에서 비난을 들으면 화가 난다.
9) 좌절감을 느끼면 다른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10) 일을 잘하고도 나쁜 평가를 받으면 화가 난다.


-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김병수 교수 제공

 

 

항목 10개를 체크해 ‘전혀 아니다’는 1점, ‘조금 그렇다’는 2점, ‘상당히 그렇다’는 3점, ‘매우 그렇다’는 4점을 더해 전체 점수가 22~40이면 분노조절장애가 ‘높은 수준’, 15~21이면 ‘보통’, 10~14면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의심스럽고 두려운 것은 우리의 내면에 40점 만점의 가능성이 항상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운이 나쁘면 상황과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의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40점 만점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예비되어 있는 것이다.


예측 불허의 인생살이, 도대체 이 아슬아슬한 삶을 어떻게 유지해야 내면의 화약고를 폭발시키지 않고 평화롭게,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화가 풀려야 인생도 풀린다

화가 없는 인간은 없다.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 틱낫한 스님은 저서 <화>에서 ‘화가 풀려야 인생도 풀린다’는 유명한 문장을 남겼다. 화가 어린아이 같고 날감자 같다는 비유도 했다.
함부로 날뛰는 어린아이는 잘 달래야 하고, 날감자는 그대로 먹을 수 없으니 냄비에 넣어 익을 때를 기다리라는 지혜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고속 무선 데이터 패킷통신(LTE) 시대에 과연 그런 인내심을 발휘하며 아이를 달래고 냄비에 넣은 감자가 익기를 기다리는 아날로그적 심성의 소유자가 얼마나 될까.


화가 인간을 인간답지 않게 만드는 주범임을 알지만 그것을 다스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게 쉬운 일이라면 ‘땅콩 회항’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고 엽총으로 일가친척을 살상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컨대 화는 화가 난 상태에서는 이미 다스리기 어려운 불가항력의 일종일 수밖에 없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는 선조의 가르침을 몰라서가 아니라 인간 행동의 생물학적 작동 원리가 그것의 실천을 끈덕지게 방해하기 때문이다.


명상의 필요성은 바로 그 지점에서 눈을 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봤자이니 소를 잃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필요성, 다시 말해 외양간의 방어벽을 근원적으로 강화하는 기능으로 명상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시달리는 21세기의 인류, 날이 갈수록 나약해지는 인간의 분노 방어벽을 근원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작동되는 핵심부인 뇌로 접근해야 한다.

 

명상은 사람의 근본을 바꾼다


사람들은 명상을 특정 종교, 특정 종파, 특정 부류에서 행하는 특별한 일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요즘은 힐링 열풍과 함께 명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아직도 그것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요성을 느끼고 뜻을 품어도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아직도 명상을 비과학적·비이성적·비현실적 몽환의 일종으로 치부하는 심리적 거부감의 소유자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지난 2005년 11월, 티베트의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세계 최첨단 과학학회 중 하나인 미국의 신경과학회(The Society for Neuroscience) 정례 학술발표회에서 ‘뇌의 가소성’이라는 제목으로 기조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달라이 라마는 ‘성인의 뇌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기존 과학계의 불문율을 깨고, ‘명상이 뇌의 생리학적·해부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미 미국 심리치료가의 40% 이상이 ‘마음챙김’ 명상법을 치료에 도입하고 있고, 매년 심리학과 의학 학술지에 명상 관련 논문만 1,200여 편이 발표된다는 걸 감안하면 그리 놀랄 만한 주장도 아니다.


명상은 뇌의 주의력 기능을 향상시키는 집중의 기술이다. 깊은 명상 상태에 빠지면 전두엽에서 세타파가 증가해 주의력과 실행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 세타파는 성장기에 많이 분비되지만 성인이 되면 현격하게 줄어들고 노인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간 명상 수련을 하면 전두 영역의 세타파를 증가시켜 직관력과 창조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실례로 1만~5만5,000시간 명상 수행을 해온 티베트 승려 175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fMRI)를 촬영한 결과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우측전전두엽에 비해 우세함을 발견했다는 보고도 있다.

낙천적이고 열정에 차 있고 기력이 넘치는 긍정적 감정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게 좌측 전전두피질이고 불안이나 분노, 우울 같은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편도체와 우측 전전두피질이라는 걸 감안하면 명상이 뇌 구조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에 대해서 더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요컨대 명상은 뇌 구조를 바꾼다.


‘명상을 어떻게 하는가’ 하고 묻는 사람이 많다. 나는 15년째 날마다 명상을 하지만 특별한 곳에 가서 특별하게 배운 적이 없다. 15년 전에 담배를 끊기 위한 마인드컨트롤 과정에서 기이하게 명상 상태에 빠진 뒤로 지금껏 그것을 지속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삶의 에너지 원천을 묻는다면 나는 거침없이 명상이라 답할 것이다.

그것은 ‘나’라는 망상체를 비로소 알아차리게 하고, 바로 보게 하고, 근원적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성공의 원천이 명상이었다는 것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상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 중에는 잡스처럼 명상을 인생 추진력의 원천으로 삼는 사람이 많다.


명상이 암 환자의 면역 기능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낮춰 세포의 노화를 늦춘다는 보고를 위시해 명상의 효과는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문제는 명상이 좋다는 걸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언제 한갓지게 가부좌 틀고 앉아 명상을 하란 말인가, 반문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얄팍한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 중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는 시간을 합하면 명상을 몇 번이나 하고도 남을 것이다.


무료 명상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버스나 지하철, 커피숍, 어디서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얼마든지 명상에 몰입할 수 있다. 세상만사, 다 자기 하기 나름 아닌가.

 


글 박상우(소설가)

일러스트 김상인

 

 

 

 

나무

 

우리 민족과 관련된 최초의 나무는 박달나무다. 환웅이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이 태백산 꼭대기의 박달나무 밑이었다는 설화가 있고, 박달이라는 이름이 ‘배달민족’의 유래가 되었다고도 한다.

이렇듯 특별한 인연을 지닌 박달나무는 이후 농부들의 쟁기로, 여인네들의 다듬이 방망이로, 어린아이의 얼레빗으로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렀다.


친근하기로는 오동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는 말에서 보듯, 여느 나무보다 빨리 자라면서도 재질이 훌륭해 딸이 시집갈 때쯤이면 옷장을 짤 만큼 굵고 튼튼하게 자라는 게 바로 오동나무다.

어느 마을에든 오동나무 잎 무성한 집이 하나씩은 꼭 있었고, 번지수를 몰라도 ‘오동나무집’이라고만 적으면 집배원이 으레 편지나 소포를 갖다 주고는 했다.


박달나무가 산을 지키고 오동나무가 집을 지켰다면 마을을 지킨 건 느티나무였다.

수백 년간 마을 어귀에 버티고 서서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느티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고목(古木)의 대명사로 통하며,개중엔 수령이 1,000년에 육박하는 것도 있다.


조선 시대 이후 이 땅 나무 문화의 중심은 단연 소나무였다. 동제나 산신제 때는 소나무 숲에 제를 올렸음은 물론, 마을을 수호하는 장승도 예외 없이 소나무로 만들었으니.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꽂아 부정을 물리쳤고, 노인이 죽으면 소나무 관에 담아 솔밭에 묻었다.
단종애사가 깃든 청령포 관음송에서 사람 못지않은 충절을 보여준 속리산 정이품송까지, 나라를 구하고 임금을 알아보는 의기의 나무가 이 땅의 소나무인 것이다.


우리와 함께해온 나무가 어디 그것들뿐이랴.

달의 전설을 간직한 계수나무, 선비의 사랑을 받은 회화나무, 듣기만 해도 고향이 떠오르는 감나무….

한때 푸르렀고 한때 붉었던 이 땅의 산들은 다시 울창해졌지만 가로수나 목재용이 아닌 삶의 벗으로서의 나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5일은 식목일. 아침저녁으로 쓰다듬고 기대고 그늘 빌려 드러눕고 속마음도 주고받는, 친구 같은 나무 한 그루를 갖고 싶다.

 


글 임유승(수필가)

사진 김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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