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이 보장되는 16강을 향한 경쟁. 제23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1회전 대국이 10일 오전 10시부터 일본기원 7층 대회장에서 일제히 벌어지고 있다.
16명이 8장의 티켓을 놓고 싸우는 무대. 그중 한국 선수는 4명이다(나머지 4명은 시드를 받아 2회전에 직행해 있다). 한국랭킹 순으로 열거하면 최철한(3위), 박정환(4위), 김지석(6위), 목진석(10위). 그중 최철한과 목진석은 6번째, 박정환과 김지석은 첫 출전이다.
역대 성적은 최철한이 준우승(18회)과 3위(19회) 한 번씩, 목진석이 3위(13회) 한 번의 기록을 갖고 있다. 저마다 이겨야 하는 이유는 많다.
최철한은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나흘 전 맥심배 우승을 발판 삼아 또다시 세계제패로 이어가려 할 것이고, 박정환과 김지석은 국내 우승을 넘어 세계무대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또 몇 차례 결승문턱에서 아깝게 좌절되곤 했던 목진석은 서른 살인 올해를 마지노선으로 삼겠다는 각오이다.
▲ 더욱 멋지고 당당해 보이는 4명의 전사들. 좌상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철한, 박정환, 목진석, 김지석.
대진은 대체로 맑다. 최철한이 일본 본인방 하네 나오키를 상대하고는 있어도 상대전적 4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또 목진석은 이변이 없는 한 62세의 노장 이시다 요시오를 넘어설 것이 유력하다. 이시다는 71년 본인방전 5연패 등 '컴퓨터'라는 명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얼굴. 환갑이 지났음에도 국내선발전을 거쳐 출전권을 획득했다.
또 알렉산더 디너스타인 3단(일명 샤샤)과 격돌하는 김지석도 별 어려움 없이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의 강호 창하오와 대결하는 박정환의 행마가 조금 어렵다. 일주일 전 비씨카드배 준결승에서 패배를 당했던 창하오이다.
누구보다 지고 못 사는 박정환에게 설욕의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고마운 일이다. 아픔과 상처는 빨리 치유할수록 나은 법. 또한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선 창하오는 일단 넘어야 할뿐더러 누구에게든 연패를 당하는 것은 곤란하다.
○●… "결혼, 해야죠." 대국일 아침의 표정 또한 밝다. 20분 전쯤 일찌감치 모습을 나타낸 한국선수들은 한결같이 웃는 얼굴. 엘리베이트 안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을 보고 "다들 너무 핸섬해요"라고 말을 건네자 함박웃음으로 답했다. 또 김지석 7단에겐 "새신랑 같아요"라고 하니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김지석 7단 왈, "결혼, 해야죠"라며 서슴없는 대답.
10시 정각, 입회인 아와지 슈조 9단의 신호로 일제히 돌을 가린 결과 최철한과 김지석이 흑, 박정환과 목진석이 백으로 결정됐다. 10분뿐인 사진 촬영 시간이 지난 뒤 16명의 선수들은 본격적인 승부 모드로 빠져들었다.
●최철한 9단(韓) vs ○하네 나오키 9단(日) ○박정환 7단(韓) vs ●창하오 9단(中) ●김지석 7단 (韓) vs ○샤샤 3단(유럽) ○목진석 9단(韓) vs ●이시다 요시오 9단(日) ○박문요 5단(中) vs ●리지에 아마7단(북미) ○치우쥔 8단(中) vs ●사카이 히데유키 7단(日) ○다카오 신지 9단(日) vs ●페르난도 아길라 아마7단(남미) ○천스위엔 8단(臺) vs ●안자이 노부아키 6단(日)
7개국(지역)의 대표 선수 24명이 자웅을 겨루는 후지쯔배의 우승 상금은 1500만엔(약 1억7000만원), 각자 3시간의 제한시간(초읽기 1분 10회)을 갖고 결승까지 녹다운제 단판승부로 진행된다. 현재 한게임바둑 대국실에선 한국선수들의 열전보를 실시간 중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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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회인 아와지 슈조 9단이 대국개시를 선언하고 있다.
▲ 비씨카드배 설욕 의지가 강한 박정환 7단(왼쪽). 돌을 가린 결과는 백을 쥐게 됐다.
▲ 김지석 7단의 상대는 샤샤 3단. 과연 그가 말했던 대로 '가시'일까.
▲ 입술을 깨문 최철한 9단. 상대 하네 나오키 9단에겐 '호랑이'(4전 전승)으로 군림 중이다.
▲ "10년 전의 3위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고 싶다"는 목진석 9단. 상대는 62세의 이시다 요시오 9단.
▲ 일본의 안자기 노부아키 6단(왼쪽)과 대만의 천스위엔 7단은 대회 첫 출전이다.
▲ 아길라 아마7단(오른쪽)의 돌 놓는 소리엔 기합이 실려 있다. 상대는 다카오 신지 9단.
▲ 사카이 히데유키 7단과 치우쥔 8단 간의 일중전.
▲ 박문요 5단(오른쪽)은 2번째, 리지에 아마7단은 3번째 출전 중.
▲ 개시 20분 전, 큰길의 택시에서 내려 일본기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김지석, 목진석, 박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