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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학생회 원문보기 글쓴이: 송찬섭
문화제는 항상 소풍을 떠나듯이 마음이 설렙니다. 이번에는 교수 여덟, 조교 넷, 모두 참여할 수 있어서 함께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내려가서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해서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전주로 내려가는 것이 가장 낫겠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서 호남선쪽을 선택해서 정읍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들어왔습니다. 택시 세 대를 잡아서 나눠 타고 잘 닦인 외곽도로를 거쳐 완주 구이면쪽으로 향하니 호젓한 시골길이 이어졌습니다.
들어서면서 벌써 도착한 지역 학우들이 보여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양쪽으로 늘어선 깃발에는 보국안민, 광제창생... 갑오농민전쟁의 중요한 슬로건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또한 지역문화이면서 문화제라는 거사를 알리는 깃발로 볼 수 있겠지요. 하나하나 내용을 살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잘 갖추어진 야외무대를 둘러봤습니다. 우리 대학 방송팀 스탭들이 보였습니다. 한달 전쯤 우리 학과 홍보프로그램 담당 피디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과 행사인 문화제가 8월말에 열린다고 했더니 가서 촬영하겠다고 하더군요. 방송팀에서는 선생들을 보자마자 주문을 하더군요. 문화제 시작 전에 선생님들이 대담하는 모습을 찍자고 해서 숙소에 들어가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특히 학과 이미지와 관련하여 문화, 교육 등의 주제에 대해 한 마디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피디는 찍고 싶은 것이 많아서 여러 가지 주문을 했는데, 이정호 선생님이 여기서 너무 시간끌면 밖에서 기다리는 우리 학생들에게 혼날 수 있다고 위협(?)을 해서 그런대로 시간을 줄여서 마쳤습니다.
식전행사로 사물놀이와 뺑파전이 공연되었습니다. 둘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또 분위기를 띄우는 행사로 의미가 있었지만 시간이 길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하나를 선택하였으면 어떨까, 또는 모두 공연한다면 사물놀이를 좀더 일찍 시작하거나 뺑파전 시간을 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개회식과 더불어 보여주었던 동영상의 경우도 학과 홍보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는데 문화제용으로는 적절하지 않았고, 시간도 너무 길었습니다. 넣지 않거나 간략하게 줄이는 편이 좋았던 듯 합니다.
문화제의 중심은 지역별 경연이겠지요. 미리 심사표에다가 경연신청서를 자료로서 첨부하여 경연 심사에 철저하게 하도록 준비를 했더군요. 이번 경연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역사, 가족, 생태 세 주제를 제시하고 주제별 심사를 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주제에 맞춰 적절하게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느냐가 숙제가 되겠지요. 생태 2, 가족 4, 역사 4... 모두 10편으로 이전에 비해 적은 편이었습니다. 작품을 내지 않은 지역이 있는데다가 동문, 예사모 등의 공연도 빠졌기 때문이지요.
먼저 역사쪽의 작품은 네 편이었지만 사실 총평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대체로 역사성이 부족해서 아쉬웠습니다. 강원의 타악연주는 혼자 참여했으니 전체적인 참여도를 중시하는 문화제에서 경연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고 다만 제목이나 연주 내용에서 본다면 경연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의 역할을 충분히 했습니다. 북소리만으로도 얼마나 훌륭한 연주가 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솜씨도 워낙 뛰어나서 특별상을 받게 되었지요.
경남의 ‘거룩한 분노’는 연출을 맡은 최영학 학우가 최근 독도문제(제목이나 신청서에서는 논개로 보였는데)를 선택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의미를 설명하고 노래로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그렇게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 그 자체를 이야기가 아니라 공연 형식에 맞춰 풀어나가야 했겠지요. 머리 속으로 생각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구성하고 연습을 하지 않으면 무대 위에서는 생각대로 풀어나가기 어렵습니다.
충북에서 다룬 독도문제도 구성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독도문제의 본질이 무엇일까? 좀 깊이 생각해 봤으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앞서 참여도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참여도라는 것이 ‘무대 위에 몇 사람이 올라오느냐’로 끝나서는 곤란하고, 자신들이 선택했던 주제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영상과도 결합했지만 이전에 보여주었던 충북의 역량에 비해 부족했다고 하겠습니다.
수원경기는 주제에 있어서 한결 호소력이 있고 짜임새나 노력에서도 훨씬 앞섰다고 하겠습다. 그러나 역시 역사성에서는 부족했습니다. ‘정신대 위안부’라는 표현도 잘못되었지만 이들의 삶을 어떻게 위로하겠다는 것인지, 그것과 뱃놀이 민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연결이 부족합니다. 아무튼 역사적인 해석은 냉정해야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양국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격화된 상황에서 그냥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부족하겠지요.
가족에 해당하는 네 편, 역시 대체적으로 가족이라는 주제에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준비하였습니다.
인천의 ‘요들과 함께하는 조각그림 맞추기’는 사실 제목이 뜻하는 바를 아직도 잘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스위스의 목장 문화를 즐길 수 있었으며 캐틀벨의 소리가 참 맑다는 생각, 그리고 참가자들 대부분이 요들송을 처음 불렀을텐데 잘 어우러져서 열심히 연습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올린과 기타가 함께 한 것도 품격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충남, 리딩 씨어터... 이런 형식을 공연에서 활용하는지 인터넷을 쳐봤더니 자료가 제법 나타나고, 특히 대전쪽에서 자주 행사를 여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광의의 지역문화에 속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마도 연출자가 이 부문에 전문가인 듯하고... 사실 이 공연을 나이많은 우리 학생들이 외우려면 부담이 클텐데... 장르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의 경우도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잘 활용한 것 같습니다. 요들송과 치열하게 경합을 하였는데데... 아쉬움에 특별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광주전남의 노래와 댄스... 정준영 선생님은 가족사랑을 아주 단순화하면 이렇게 되겠다고 아주 긍정적으로 심사평을 하셨습니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조를 했습니다만... 주제와 관계없이 광주전남의 문화전통과 역량으로 본다면 부족한 점이 많은 듯 합니다.
대구경북의 전통혼례은 ‘전통사회와 생활문화’ 강의의 자료로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재현에 초점을 둔 셈인데 공연거리로서는 아쉽습니다. 그 속에서도 뭔가 강조할 부분이나 변화를 줄 부분이 있을텐데... 끝난뒤 연출자에게 혼례축하공연으로 무술시범을 넣었으면 좋았을 것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는데 아무튼 공연으로서는 아쉬웠습니다.
생태는 두 편이었지만 주제에 신경을 썼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필렬 선생님 심사평에 따르면 주제가 생태인지 잘 모르겠다는 평을 했습니다만, ‘생태’라는 표현을 제목으로 넣었을 정도로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해야겠지요.
서울의 ‘생태적 삶을 보여줘’는 좀더 주제에 맞추려고 했고 동영상도 잘 활용했습니다. 스토리와 짜임새를 갖추려고 노력했고 연습도 상당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지역은 무엇보다도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문화제때마다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데 역시 그런 장점에서 비롯되었겠지요.
울산은 ‘생태도시 울산’을 강조했는데... 실제로는 생태보다는 학습쪽에 비중이 더 커서 주제 자체가 혼란스러웠습니다. 오히려 공부에 따른 애환, 우리 학과 공부에서 배운 것과 어려움 등에 주제를 맞추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상당히 열심히 공연을 하였고 또한 뛰어난 ‘놀이꾼’(그것도 고령의)을 발굴했다는 점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는 많은 숫자가 참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화제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의미를 두게 됩니다. 그래도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주제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을 것이어서 앞으로 미리 준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은 아예 참석을 하지 않았으니... 다음 문화제에서는 이번 불참까지 메울 수 있도록 두 배의 노력을 하도록 기대하겠습니다. 매번 수준높은 공연을 보여주는 예사모에서 불의의 교통사고 때문에 공연을 올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큰 사고가 아니었다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전체적으로 팀이 적고 셋으로 나누다보니 부문마다의 경쟁은 크게 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없었던 주제 설정에 적응이 부족한 점도 있는 듯 합니다. 주제를 몇 가지로 할 것인지, 그리고 가급적 빨리 선정하는 것도 방법일 듯 합니다.
무엇보다도 문화제 작품을 준비하고 공연하는 일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학우들간에 문화를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항상 기억하고 즐길 수 있는 주제와 장르를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지금까지 자기 지역 공연의 전통에 대해 한번씩 살펴보고 변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에 참가했던 한 학생에게 자기 지역에서 이전에 어떤 작품을 공연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답을 했습니다. 게시판에 이전 작품들도 모두 올라가 있으니 앞으로는 꼭 미리 보라고 했습니다. 몇 개 지역, 특히 대전충남, 인천, 울산 등에서는 나름대로 지금까지 문화제에서 공연해 왔던 전통이 비교적 뚜렷하게 계승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덧붙이자면 심사평을 공연이 끝나면 바로 공개적으로 하도록 한 것은 상당히 좋은 방법 같습니다. 사실 저는 갑자기 부탁을 받아서 당황스러웠습니다만 이후 선생님들이 위트있고 정감있는 촌평을 하셔서 참으로 흥미로왔습니다.
그리고 경연 상품에 대해 잠깐 설명드리자면... 세 가지 주제별 상장과 상금을 주기로 한 것은 이미 결정되었고 여기에 덧붙여 우수작품에 대해 학과에서 졸업논문 면제 등의 혜택을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점은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대신 다른 방식으로 혜택을 추가한 것이 양주, 친필부채 등이었습니다. 다만 상금과 양주를 함께 받게 되니 상대적으로 받지 못한 지역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졸업논문은 경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학생들이 참여과정, 작품의 분야와 구체적인 작품 선정과정에 대한 설명, 자기 소감 등을 잘 정리하는 것도 졸업논문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문화제를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야외공연이라든가 몇 가지 새로운 방식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어떤 경우도 완전할 수 없고 문제점이 있을 수 있겠지요. 날씨가 도와준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것으로 평가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할 듯 합니다. 처음에 야외공연에 대한 계획을 들으면서, 비가 걱정이 되면서도, 그에 관계없이 그 장점을 잘 살릴 것을 기대했습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보를 미리 들었기 때문에 장점을 확실히 살릴 수 있었지만 만일 날씨가 나빴더라도 그에 따른 대비를 충분히 하고 나쁜 날씨 속에서 나름대로 의미있게 진행되어야겠지요.
우리가 흔히 ‘모 아니면 도’... 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번에 주최하는 쪽에서는 ‘모’를 기대했을 수도 있고, 반면 한 쪽에서는 ‘도’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그리고 결과적으로 날씨가 좋았기에 ‘모’를 얻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 아니면 도’라는 설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윷 아니면 걸’이 아닐까 합니다. 비록 만족스럽게 생각하더라도 더 나아갈 여지는 항상 있고, 어떤 열악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더불어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학생들의 선택을 지켜보고 존중하고, 또 더 나은 길을 모색하리라 기대합니다. 사실 어떠한 문제를 논의할 때도 나는 ‘모’이고 상대는 ‘도’라는 자세를 가지는 것은 곤란하겠지요.
저는 오늘 날짜로 학과장 임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학과장으로서의 즐거움은 이제 끝나지만, 기본적으로 학과교수이고 학과장은 덤이었으니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이번 문화제에서는 학과장에 대한 권한을 너무 부여한 것 같습니다. 심사위원장도 맡고 난생 처음으로 횃불을 들고 뛰어다녔고 단상에도 여러 차례 불려 올라갔으니... 다음 번에는 그야말로 활력이 넘치는 정준영 선생님이 학과장을 맡으시게 되어서 한층 학과 운영이 활발하리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날 격려사 대신 ‘9녀아범’ 이야기를 했는데 짧게 끝내다 보니 내용이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홉 딸의 이름을 모두 맞추는 분(한문으로!)에게는 선물을 드릴까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자, 이제 학생 여러분들, 2학기 바쁜 일상 속에 학업에 최선을 다하시기를 기대합니다.
8월 마지막 날에 학과장 송찬섭
첫댓글 역시 우리~서울학생회팀공연~에 최고의 칭찬을 해주셨군요. 없는 시간쪼개 열심히 연습했던 학우들 노력의 결실이었습니다. 그리고..항상 우리 학생들의 곁에 계시지만 송찬섭학과장님의 임기가 끝나셨다는 글에 이슬이 맺힙니다. 여러모로 저희들을 이끌어주시며 격려해주시며 다독거리시며 품에 안아주셨던 학과장님~! 정말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저희들은 교수님을 많이 사랑합니다
그냥....가슴이 찡~하네요....아무튼 송찬섭 교수님...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항상 뵐때마다 좋은 말씀 주시고...
지금 남기신 문화제 총평에도 우리가 새겨야 할 뜻 깊은 말씀 주셔서 정말 존경 스럽습니다..
그리고 서울 지역의 공연평도 감사드립니다...내년 논문 주제를 주시는 배려까지...정말 감사 드립니다.
교수님 가르쳐 주신 대로 앞으로도 건강한 소양을 가진 문화인이 되도록 노력하면서 살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