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이 좋아하는 반찬 중에는 계란이 있습니다. 노숙을 하는 우리 손님들은 치아가 성한 사람이 드뭅니다. 그래서 부드러운 계란 요리를 참 좋아합니다. 고마운 분들께서 좋은 계란을 많이 보내주셔서 참 좋습니다. 손님들이 계란 프라이 두 개에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놀랍습니다. 계란 프라이 하나 더 드릴까요? 고맙습니다.
새로운 손님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처음 온 손님들은 대부분 밥을 많이 먹습니다. 한꺼번에 밥을 너무 많이 담습니다. 그러면 두세 번 드셔도 괜찮다고 이야기 해 드립니다. 한두 달이 지나면 손님은 아주 품위 있게 식사를 하십니다.
계절이 변하는 시기입니다. 얇은 옷에 힘들어 하는지, 양말은 신었는지, 운동화가 너무 낡았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한 손님의 운동화가 너무 낡았습니다. 한쪽은 밑창이 구멍이 났습니다. 다른 쪽은 구멍이 나기 직전입니다. 운동화 크기가 260입니다. 며칠 안으로 구해주기로 했습니다. 길에서 지내는 우리 손님들은 참 많이 걷습니다. 거기다 싼 운동화나 남이 신던 것을 주워 신었기에 금새 헤어져 신을 수 없게 됩니다.
부평역에서 식사하러 온 손님이 있습니다. 올 때는 무임승차로 전철을 타고 왔는 데 갈 길이 태산이라고 합니다.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 너무 싫다고 합니다. 손님, 지금 가진 돈이 얼마예요? 이백 원이 있다고 합니다. 어제는 어디에서 잤어요? 부평역에서 잤다고 합니다. 다시 부평역으로 가야하는데.... 슬쩍 만 원을 집어 넣어주었습니다. 내일도 꼭 밥 먹으러 와야합니다.
청송에서 두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한 통은 67세 늙은 형제의 편지입니다. 평생을 교도소에서 살면서 한 번도 생일 축하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지난 번 생일 케이크가 너무 고마웠다 합니다. 케이크도 너무너무 맛있었다고 합니다. 또 한 통은 아픈 형제의 편지입니다. 외부 병원에 나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건강보험도 안 됩니다. 혜택을 받는다 해도 부담해야할 돈이 있는데 도움을 받을 길이라곤 어디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편지 어디에도 하소연하는 표현이 없습니다. 그냥 의연합니다. 마음 다치지 않게 조금이나마 도와줘야할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폴 발레리의 시에 나오는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