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몽득화(買夢得華)
- 꿈을 사서 영화를 얻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큰 이득을 보다.
[살 매(貝/5) 꿈 몽(夕/11) 얻을 득(彳/8) 빛날 화(艹/8)]
잠을 자면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꿈이 실현하고 싶은 희망일 수도 있으나 대체로 가능성이 없는 헛된 기대를 말할 때가 많다. 삶이란, 인생이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다고 허망함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꿈 夢(몽)이 들어가는 성어는 특히 더 그렇다.
南柯一夢(남가일몽), 浮生如夢(부생여몽), 役夫之夢(역부지몽), 盧生之夢(노생지몽) 등이 모두 부귀영화가 한때의 꿈이라 말한다. 그러나 꿈이 덧없고 믿을 수 없는 내용이라도 서까래 세 개를 지고 나오는 꿈으로 왕이 된 李成桂(이성계)처럼 해몽에 달린 경우도 있다. 남의 꿈을 사서(買夢) 영화를 얻은(得華) 文姬(문희)는 이보다 더한 예로 유명하다.
문희는 소국이었던 新羅(신라)를 삼국통일로 이끈 명장 金庾信(김유신)의 누이동생이다. 김유신이 영웅으로 굳히기 전에는 복잡한 배경이 담겨 있다. 金官伽倻(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仇衡王(구형왕)의 증손으로 신라에 항복한 집안이라 한계가 있었다.
부친 舒玄(서현)이 전장에서 공을 세웠어도 모친 萬明(만명) 과의 혼인을 인정받지 못해 사랑의 도피 끝에 유신을 낳았을 정도였다.
정통 진골인 외조부의 인정을 받고 서라벌로 돌아온 유신은 화랑이 되어 전공을 세우는 한편 귀족 자제 金春秋(김춘추) 등과 교유하며 꿈을 키웠다. 뒤에 武烈王(무열왕)이 되는 김춘추와 문희를 중간에서 맺어준 이야기가 ‘三國史記(삼국사기)’, ‘三國遺事(삼국유사)’ 등에 상세히 전한다.
문희의 언니 寶姬(보희)가 꿈 얘기를 했다. 西岳(서악)에서 소변을 보는데 서라벌에 가득 찼다는 것이다. 문희가 ‘내가 언니의 꿈을 사겠다(我買此夢/ 아매차몽)’며 비단치마와 바꿨다.
며칠 뒤 유신이 집 앞에서 김춘추와 축구[蹴鞠/ 축국]를 하다 춘추의 옷고름을 찢게 됐다. 보희 더러 꿰매게 했더니 문희가 대신 달아 주고 춘추와 가까워져 임신을 하게 됐다.
유신이 짐짓 부모 모르게 애를 뱄으니 동생을 불태워 죽인다고 소문냈다. 왕이 거둥할 때에 장작불 연기가 피어올라 무슨 연유인지 누구 소행인지 알아보도록 했다. 유신이 임신한 동생을 태우려 한다고 아뢰자 춘추가 한 짓임을 알고 문희와 정식 혼례를 명령했다.
꿈을 팔고 산 자매는 천양지차로 신분이 바뀌었다. 춘추가 삼국을 통일하는 기반을 닦고 29대로 무열왕에 오르자 문희는 文明(문명)왕후가 되어 모두가 우러르는 영화를 누렸다.
처음 낳은 아들은 文武王(문무왕)으로 통일 완수라는 위업을 남겼다. 꿈을 팔았던 언니 보희는 후회하며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지 않고 무명의 여성으로 일생을 마쳤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란 속담이 있다. 하찮거나 언짢은 일에 모두들 외면할 때 본질을 잘 파악하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는 결단력은 문희가 언니보다 한 발 앞섰음을 알 수 있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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