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고사리를 듬뿍넣은 육개장을 만들어 보았더니 왜 제주도 고사리를 그토록 칭송하는지 실감이 됩니다. 성읍 민속마을 쪽에는 고사리육개장, 고사리해장국 등 식당들이 있는데 이들 식당이 쟁겨둘 고사리들은 아마도 다 4월생들 아닐까 싶습니다. 제건 거의 고사리, 태균이건 고사리와 고기, 안타깝게도 준이는 고기만...
고사리 채취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뉠 것으로 생각됩니다. 팔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과 집에서 먹으려는 사람들, 물론 팔려는 사람들도 집에서 먹기도 하겠지만 팔려는 사람들이 상품성으로 높이 치는 고사리는 모양새가 힘차게 쭉뻗은 줄기가 제법 긴 순들입니다. 고사리를 꺾다보니 고사리미학에 막 빠져들기도 합니다.
오늘은 태균이 신이나서 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가니 덩달아 신이 나기도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만의 고사리밭에 잠깐 들렸는데 그야말로 상품급의 고사리를 어찌나 많은지, 분명 사람들이 훑고 지나갔을텐데도 이리 많으니 신기한 일입니다.
문득 넓은 공간에 수없이 펼쳐진 풀들 사이에서 새순이 삐져올라온 것을 발견해야 하고, 다 스러진 억새풀 사이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고사리캐기에도 매의 눈기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들이는 수고에 비해 수확이 적다면 그야말로 '윌리를 찾아서'의 눈기능이 약한 경우가 아닐까, 일반사람들의 눈의 기능을 생각해 봅니다. 학교할 때 시각훈련용으로 많이 사용했던 '아이 스파이 이글 아이즈 Ispy Eagle Eyes' 교구가 많이 생각납니다. 직업은 참 속일 수가 없으니 고사리캐면서도 시각문제를 생각하다니...
그런 의미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수확을 하는 저의 매의 눈 기능이 아주 좋은 것이 아닐까 자뻑하며 혼자 웃습니다. 그리고 정말 매눈기능을 테스트해볼 기회가 왔습니다. 오후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준이끌고 운동 나서는 태균이, 준이까지 말을 잘 들으니 다행입니다.
먼저 운동보내놓고 아침에 꺾어온 고사리 다 데쳐서 물에 담가놓고 뒤따라 가보았습니다. 수산한못에는 산책하는 두 팀이 있고 바로 앞 고사리 밭에는 두 부부가 억세풀밭 뒤져가며 고사리 채취에 열중입니다. 제가 안 따라가니 중간 정자에서 앉아있는 녀석들, 일으켜세워 몇바퀴 돌게하고...
오늘따라 하늘도 참 맑고 수산한못 물도 맑고, 고요한 풍경이 일품입니다. 지금 살고있는 집을 떠나면 수산한못 산책도 자주 할 수 없을 터이니 가는 날까지는 더 자주 걸어야 합니다.
산책 다 마치고 둘이 먼저 집에 가라고 해놓고 두 부부가 훑고간 벌판에서 과연 그들이 놓친 것들이 있을지 저의 매의 눈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는데... 이미 사람들 꽤 지나갔을 수산한못 산책길에서도 고사리를 한웅큼 발견했으니 제 눈은 선수급이긴 합니다.
잠깐사이 입고간 점퍼 아래를 들어올려 주머니를 만들고도 부족해서 넘치도록 담아낸 늘씬한 고사리들. 분명 두 사람이 훑고간 뒤인데 그 짧은 시간에 새순이 커졌을 리도 없고 이건 눈의 문제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숨어있는 새순 골라내기 달인이 된 듯한 매의 눈 기능 확인!
멀리가서 하는 것도 아니니 고사리채취에 재미도 분명 있지만 사람들의 남겨진 흔적들은 좀 눈쌀이긴 합니다. 왜 자신이 남긴 쓰레기를 그대로 놔두고 가는지 세상 모르던 완이도 작은 젤리 껍데기 하나 자연에 버리지않고 들고왔는데 이런 흔적들을 당연하게 남기고가는 사람들은 자연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사진으로 다 남기지않아서 그렇지 수한한못 주변 무밭 수확끝난 자리에도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음료수병에 과자봉투에 특히 담뱃갑들... 옥의 티 중의 대티급입니다. 수산한못 떠나기 전에 산책할 때마다 큰 비닐봉투하고 집게가지고 가서 조금씩 주워올 예정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1년 먹어도 족할 귀한 고사리들을 그리 많이 내어주니 최소한의 보답은 해야되겠습니다. 오늘도 이리 많은 양을 주셨으니, 확실히 매의 눈은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오늘 직접 테스트한 듯 싶습니다.
태균이가 찍은 사진 속에 들어있는 자신의 모습들... 그림자 속에 묘한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첫댓글 이 계절에 제주도 여행 가야하나 싶네요 일거양득의 고사리 채취가 유혹합니다. ^^
준이와 태균이가 함께 걸어 가는 뒷모습이 왜 이리 대견한지요!^^
고사리 우리집 녀석도 엄창 좋아하는데... 저까지 군침도네요.
오늘도 모두 행복하세요~~
고사리 키가 참 큽니다. 정말 매의 눈은 생존에 엄청 유리하네요.
태균씨 준이 뒷모습은 체중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태균씨 건강해 지길 바랍니다.
고사리가 정말 눈길을 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