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응봉 학부모교육 동아리활동을 마감하며.....
12월입니다. 일년이 정말 이렇게 빨리 흐른 건가요?
나이가 들수록 세월을 체감하는 데에는 가속도가 붙는다더니 그야말로 일년이 핑! 쏘아버린 화살처럼 저 멀리 사라져 버렸네요.
두 아이를 키우는 8년간 응봉초의 학부모로 살면서 학교에는 전혀 발걸음을 할 일 없던 저에게 학부모회 대표라는 자리는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부담스러웠습니다. 우선 세상물정, 아니 학교물정도 모르는 쌩판 아줌마가 각종 연수를 다니고 그걸 모두 회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과, 10원 한 장까지 엄격하게 써야하는 교육청 지원금을 받아 1년 행사계획부터 청중동원, 장부정리와 선생님들과의 길고긴 회의와 보고서까지... 행사 하나가 끝나면 또다른 행사가 기다리고 있는 부담부담스런 1년이었죠.
걷기대회행사를 막 마치고 피로도 풀리기 전 학부모교육으로 1년간 지속적으로 해야할 활동을 선정해서 시작해야 한다는 부장쌤의 말씀을 들었을 때 우리 임원들은 고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년에는 뭘로 했지?”
“뜨개질인가 한거 같은데 흐지부지... 배드민턴도 사진 찍고 날추워지곤 흐지부지...”
“그럼 비즈공예? 네일아트?”
“아효, 나 그렇게 앉아서 실에 구슬 꿰는 거 못하는데...”
“그럼 독서클럽 어떨까?”
“엑! 책?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라고? 이나이에? 난 못-해!”
그러다 총무 수현이 지나가는 말로,
“민식언니가 오카리나 배운다며? 그거 배워서 나중에 학예회 때 [나비야] 라도 불면 되겠 네.”
피리처럼 불기 쉽고 따로 재료비도 필요치 않고 강사쌤이 학부모회 간사니 강사비는 무료!오~예! 이걸로 결정! 처음 임원들로만 구성되었던 오카리나 동아리는 점차 회원수가 늘어 서른 명 가까이 되었고 첫 수업이 시작되었죠.
학교를 졸업한 지 까마득한 엄마들이 학생으로 앉아 출석도 부르고 선생님께 질문도 해가며 무언가를 배운다는 그 기분은 뭐라 말해야 할까요? 다시 젊어진 것 같기도 하고, 착한 학생이 되어 선생님께 예쁨받고 싶은 ‘학생본능’이 경쟁적으로 발동해 우리 수업은 언제나 진지하면서도 활발했었죠.
우리 쌤이신 금보경 쌤(작은 앙마!)께서는 일주일에 하루 오카리나를 불러 나온 이 시간은 우리 학생들에게 완벽한 모습으로 의상에서부터 메이크업, 반주와 악보, 그리고 막간에 우리를 오카리나의 아름다운 세계로 이끌어줄 독주곡까지 철저한 준비로 임해주셨습니다. 오카리나 교육활동 중 얻게 된 또 하나의 수확은 - 학교 앞에서 아이를 픽업할때나 서로 슬쩍 훑어보면서 새침하게 눈인사만 하던 엄마들이 울랄라맘스 회원으로 만나 선생님, 학생이 되고 언니, 동생이 되고 시월드에서 아이 양육의 고충까지 서로 듣고 보듬어주는 - ‘친구’ 가 되었다는 게 아닐까요? 그 친구들이 항상 수요일 아침이면 향긋한 커피와 함께 기다리고 있을 줄 알기에 마음에 짐을 털어낼 수다거리를 들고 실과실로 모였답니다. 내 아이만 돌보면 됐던 이기적(?)인 엄마들이 걷기대회, 학부모연수 식전공연, 김장, 학예회공연 등 행사에 내일처럼 거들었고, 콩닥콩닥 새가슴을 누르고 아이들 앞에서 연주하는 멋진 엄마로 다시 태어난 건 덤이구요.
그래도 오카리나 동아리의 가장 큰 매력은 아름다운 음악이죠. 음계치가 악보밑에 도레미파솔...을 일일이 수기하고, 박자치가 막대기를 그어가며 박자를 체득하고 전체의 연주에 흠이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했습니다. 뉴욕필하모니의 반주에 맞춰 함께한 넬라 판타지아, 홀로 아리랑,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아름다운 것들, 가을 우체국앞에서, 가을편지, 사랑으로, 인연, 광화문연가, 사랑이 지나가면, 뭉게구름, 하늘나라동화, 섬집아기, You are my sunshine, 소양강처녀, 캐롤까지... 우리는 음악의 아름다움에 마음 설레이고 위로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강사과정수업에 청강생으로 데려가 주셔서 한국식 오카리나의 대부 김준모쌤의 강의를 직접 들어 볼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바로 앞에서 선생님께서 연주하시는 생.음.악을 감상한 것은 소중한 추억입니다. 와~ 그 연주의 포스! 지금 생각해도 전율입니다!
이제 12월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네요. 울랄라맘스에도 약간의 변동이 있구요. 저 응봉동주민과 총무 수현이, 꽃선생님 윤희씨는 아이가 졸업해서 ‘지역주민’의 자격이 되었구요. 누구보다 오카리나에 소질을 보여 선생님이 눈독을 들였던 명순씨는 목동으로 이사를 가네요. 나머지 분들! 내년에 뽑을 2기와 함께 1기 원년멤버로 열심히~들 하실거죠?
응봉초 학부모회 울랄라맘스 여러분!
오카리나를 만나 즐거웠습니다!
여러분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응봉동주민 올림
첫댓글 아름다운 만남은 희망과 사랑 행복을 만들어 주는것 같습니다. 음악이 그 만남을 이루어주는 가장좋은 친구인것 같습니다.
응봉동은 더욱더 따뜻한 마을인거 같네요..
글 읽을때마다 느껴지는 따뜻함 ^^
1년간 학교일과 동아리 활동을 병행 하시면서 의미있고 활기 넘치는 시간들을 보내신거 같습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행복이 넘실넘실 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주민님 한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더욱이 학교일을 처음 하심에도 "손톱으로 바위를 긁듯이"의 꼼꼼 깐깐 하신 교장쌤 계획에 맞추느라 애쓰셨어요. 또한 저의 나~댐? 을 이해하고 일일이 물어봐 주고 맞춰 주심은 고맙게 생각합니다. 함께한 대표 간부 활동 중 올해가 최고의 스텝이었습니다. 더불어 행복했구요! 졸업이시네요~앞으로도 오카 놓지 마시기를 당부 드리며....사랑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응봉동주민님~아이들 6년 가까이나 흐른 지금에서야 서로 알게 되었네요.. 오카리나 덕분입니다. 주민님이 올리신 글들도 재미나게 읽었구요..동갑내기 친군데 늘 자리가 멀어서 눈이사도 못하고 헤어질 때가 많았지요. 계속 오카리나를 하게 된다면 우리 좀 더 친해지자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