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날씨는 피부 각질층을 톱니바퀴처럼 만든다
이론상으로만 본다면 피부 각질은 물리적인 힘을 가하지 않아도 28일을 주기로 생기고 떨어져 나가는 것이 정상. 하지만 스트레스와 자외선을 비롯해 겨울철의 낮은 기온, 건조한 공기, 실내외의 온도차, 뜨거운 난방 등 피부를 못 살게 구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요인들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때문에 각질이 떨어져 나가는 주기가 짧아지고 각질을 제거해도 더 빨리 쌓이게 된다.
“피부 각질층의 수분량은 일반적으로 15~20% 정도인데 건조한 바람이 불면서 피부의 수분 손실이 일어나면 10% 이하로 낮아지게 된다. 그 결과 피부가 거칠어지고 각질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 따가움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라고 아름다운나라피부과 김형섭 원장은 말한다. 실제로 손상된 각질의 단면을 확대하면 톱니바퀴처럼 들쭉날쭉하면서 기와가 수직으로 일어선 모양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따가워 보인다. 여기에 히터 빵빵하게 틀어놓은 실내 공기도 한몫한다. 보통 1월의 평균 습도가 62%가량인데 난방이 가동된 실내는 심하면 20% 안팎까지 습도가 떨어진다. 이런 건조한 환경 속에서 10시간 가까이나 틀어박혀 있으니 겨울철에 유난히 피부톤이 칙칙해지고, 피부가 까칠해져 주름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안 그래도 푸석하고 화장도 안 받는데 온도차가 극심한 안과 밖을 드나들다 보면 어느새 붉고 민감해지기까지. 한마디로 겨울 피부는 최악으로 전락한다.
‘해’ 없이 각질을 벗겨낼 수 있을까?
매일 아침 거울 보며 한숨만 짓던 에디터, 두터운 각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자 한다. 이번에 에디터가 관심을 갖는 각질 케어법은 이렇게 민감하고 까칠한 겨울 피부의 각질을 어떻게 ‘해 없이’ 벗겨내는가다. 일상 쓰던 알갱이가 들어 있는 스크럽제를 얼굴에 문지르는 것은 피부에 몹쓸 짓을 하는 것만 같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잘못된 각질 케어는 피부에 자극을 주고 기미가 생기는 원인이 되며, 심지어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뷰티업계 또한 ‘최대한 자극 없이! 완벽하게! 재생까지!’를 외치며 천연 각질 제거 성분에 묵은 각질을 제거하는 것은 기본, 보습에 피부 재생까지 도와주는 똑똑한 각질 제거제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각질 제거가 일주일에 한 번, 따로 시간 내서 하는 스페셜 케어가 아닌 데일리 스킨케어로 자연스럽게 각질을 관리하는 데 관심을 돌리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제품군은 클렌징부터 시작해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등 다양하다. 데일리 각질 케어 제품을 내놓은 브랜드 중 단연 으뜸은 크리니크. 그 전까지 피부과에서만 받을 수 있었던 전문적이고 제한적인 각질 관리를 클래리파잉 로션 하나로 간단히 대중화시켰다. 아침저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털 턴어라운드 컨센트레이트와 크림도 있다. 천연 각질 제거 성분인 살리실릭산을 이용해 자극 없이 각질을 제거하는 것이 크리니크의 모토. 이번에 비오템에서 새롭게 리뉴얼 출시된 ‘라인필 크리스탈센트’ 또한 데일리 각질 케어를 표방한다. 피부의 자연 각질 탈락을 담당하는 프로테아제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스티뮬린과 글리콜릭 애시드를 비롯한 각질 제거 인자가 본래의 자연적인 셀프 필링 작용을 가속화시켜 새로운 세포 재생을 도와준다. 스킨, 에센스, 아이크림, 데이 크림, 나이트 크림 총 5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매일 아침저녁 클렌징 단계에서 간단히 각질 제거를 할 수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브라이트 엔자임 필은 이미 유명해서 잘 알고 있을 테고. 바르고 자기만 하면 각질이 제거되는 재미난 제품을 소개한다. 지난 11월 출시된 키엘의 오버나이트 바이오로지컬 필은 필링과 동시에 충분한 보습을 주는 제품으로 다음날 세수를 하고 나면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피부를 만날 수 있다.
“화장품에는 어느 정도 이상의 높은 농도와 낮은 pH를 쓰지 못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약한 각질 제거 성분이 들어 있다. 부드럽게 각질을 떨어뜨려 각질층의 두께를 줄여주는 정도로 각질이 제거되는 것으로 자극이 덜하고, 지성 피부인 사람이 꾸준히 사용하면 피부결이 매끄러워지고, 피부톤이 맑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이지함피부과 이유득 원장은 설명한다.
데일리 각질 케어 제품은 정말 자극이 없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 하나. 이론상으로는 스크럽보다 자극이 더 적고, 확실하게 각질 케어를 해준다는 데일리 케어 제품, 정말 그럴까. 에디터가 직접 실험에 나섰다. 얼굴의 반쪽은 각질 제거 에센스를 사용하고, 나머지 반쪽은 미세한 알갱이가 들어 있는 각질 제거 제품을 발랐다. 표면상으로도 그 결과는 뚜렷했는데, 아침저녁으로 각질 제거 에센스를 발랐던 피부는 전보다 더 매끈하고 화장이 더 잘 받았다. 아침 세안 후, 확대경으로 피부 단면을 살펴봤을 때도 붉어지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스크럽을 사용한 후에는 피부가 부드러워지기는 했지만 땅기는 느낌이 들었고, 피부 단면도 자극을 받아 붉어져 있었다. 물론 단박의 효과를 얻자면 스크럽만한 게 없다. 하지만 그만큼 자극적이다. 반면 텍스처도 부드럽고 사용도 간편한 에센스는 스크럽만한 각질 제거 효과를 거두면서 자극 또한 덜했다. 부드럽고 적정 수준의 각질 제거 제품을 하루 두 번 바르는 것이 알갱이가 들어 있는 스크럽으로 주 1회 얼굴을 문지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
스팀 타월은 각질 제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다음으로 스팀타월을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각질 제거 정도를 비교했다. 피부과에서 시술 받을 때를 제외하고 스팀 타월을 직접 만들어 사용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물에 적신 타월을 전자레인지에 약 1분간 돌린 후 얼굴에 5분 정도 올렸다. 처음에는 조금 뜨겁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곧 몸 전체가 노곤해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스팀 타월 사용 후 각질을 제거하기 전임에도 확실히 피부가 더 촉촉하고 매끈해졌다. 각질이 더 쉽고 부드럽게 제거됐고, 에센스나 크림이 더 깊게 침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확대경으로 관찰한 피부 단면으로도 확실히 각질 제거가 더 깔끔하게 잘된 것을 볼 수 있다. “스팀 타월의 뜨거운 수증기는 타월의 열기로 인해 모공을 열어주고 피부 속에서 굳어진 노폐물과 묵은 각질을 부드럽게 해주어 떨어져 나가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준다. 스팀 타월 대신 히팅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 스스로 열을 발산하는 히팅 제품은 피부 온도를 4~5℃ 상승시킨다”고 모델로피부과 김정혜 원장은 설명했다. 단, 스팀 타월이나 히팅 모두 강도와 시간이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잦은 사용은 삼갈 것. 일주일에 1~2회, 5분 이내가 좋다.
에센스와 크림 마사지의 각질 제거 효과는?
차앤박피부과의 이지선 원장은 “에센스와 크림을 섞어 마사지하면 각질 제거와 영양 공급을 동시에 할 수 있다. AHA, BHA, 레티놀 등의 필링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라고 좀 덜 자극적이면서 보다 쉽게 각질 제거를 할 수 있는 팁을 줬다. 도움말대로 각질 제거 성분이 있는 에센스와 크림을 1:2의 비율로 섞어 볼, 턱, 눈가, 이마 등을 피부결대로 가볍게 10분 정도 마사지했다. 롤링 효과 때문인지 제품을 바를 때 약간의 각질이 밀려나와 조금 신기했다. 그냥 두드려 발랐을 때보다 피부 깊숙이까지 제품이 침투되는 느낌. 확실히 전보다 피부 촉촉함도 더했다.
이상의 몇 가지 실험 결과로 답은 간단해졌다. 겨울철 ‘해’ 없는 각질 제거의 포인트는 강도가 아닌 빈도. 하얗게 각질이 쌓이고 화장이 안 받는다고 매일 스크럽제를 박박 문질러댈 수도 없고(그래서도 안 되고), 따로 시간 내서 힘들여 각질 제거 하느니 일상적인 스킨케어로 꾸준히 각질을 관리하면 편리하고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또 일주일에 1~2번 스팀 타월을 사용하는 것은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고 각질을 부드럽게 만들어줘서 겨울철 피부 관리에 훨씬 효과적이다. 에센스와 크림 마사지는 의외로 각질 제거에 효과적이었고, 피부 깊숙이까지 영양 공급을 해줘 각질이 생길 수 있는 조건을 최소화해줬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하자면, 너무나 뻔한 얘기겠지만 각질 케어와 함께 보습 또한 신경 써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일 것. 주변 환경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가습기를 틀어놓고, 하루 7잔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 가장 기초적인 케어법이지만 가장 최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