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동창회 가는 날
지난 밤 늦잠 탓에 늦게 일어나, 가벼운 식사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미국 토목학회에서 날마다 날아오는 이 메일에서
눈길이 끌리는 기사를 보느라고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내용인즉 “Why Uncertainty Is a Critical Factor
in Designing for Disaster”(천재지변 예방 설계에 있어서
왜 불확실성이 결정적인 사항인가)라는 재하에
“Buildings must be designed to cope with extreme weather”(“축조물은 극한상황의 기상조건에 대처하도록 설계되어야만 한다.”)
라는 문구를 필두로, 대형 발전소, 댐, 공장 시설 같은 대형건설은
적용되는 위험기준 표준치를 상향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지난밤에 많은 비가 왔고 새벽에는 무수히 뇌성 벼락 친 것도 알고 있다.
마나님의 아침 T. V 드라마 감상에 방해 않으려고, T. V뉴스도 그런 채
비 오는 날, 취영루 동창회에 늦지 않게, 보통 때보다 빨리 집을 나왔다.
10시 20분, 아파트 현관을 나서기 무섭게 폭우가 쏟아진다.
우산은 어깨위에만 비를 막아 줄 뿐, 폭우에는 우산도 소용없다.
100여 미터도 못가서 바짓가랑이는 다 저졌다.
아파트 진입로 입구까지 100여 미터 더 걸어 나가면,
통상 즐겨 타던 고속도로 전용차선을 달리는 시외버스를 잡으련만,
비 때문에 아파트 단지 내 서 있는 마을버스에 올라탔다.
마을버스로 분당선 미금역 까지 가서 전철로 가 볼가 생각하다가,
통산 직행 버스노선보다 30여분 더 지체되는 것을 생각하고,
여러 노선의 서울행 전용차선 버스 잡기 좋은 중간 지점에 내렸다.
먼저 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아줌마가 말을 건다.
“오늘은 서울 가는 버스가 다니지 않나 봐요?”
“그럴 리가 있나요.”
대답을 하고, 전자 버스 운행 안내판을 들여다본다.
먹통이다.
“간밤에 비가 너무 와서 전자 안내판이 고장 났나보다.”
혼자 생각하고 버스 오길 기다린다.
아주 드물게 다른 노선의 시외버스만 올 뿐 , 통상 10여분만 기다리면
오던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비는 더 억수로 퍼 붓는다.
소시 쩍 강우량 측정 경험으로, 시간당 100mm강도는 되어 보인다.
이런 강도의 폭우가 1-2 십분만 와도 피해가 클 텐 대…
피해는 전체 강우량 보다 강우 강도가 문제임을 알고 있다.
이제 자동차도로가 개울이 되어 물길이 잡히고,
우수 물받이에는 작은 분수를 만들며, 노면의 물을 못 들이킨다.
지나가는 자동차는 물보라를 날린다. 정류소 가름막 안 까지
물보라 세례를 친다. 아랫도리는 흠뻑 젖었다.
젖은 바짓가랑이로부터 신발에 떨어진 빗물은
다시 양말을 통과하고 신발 안창 까지 흘렀다.
윗도리도 우산에서 떨어진 낙숫물로 젖기 시작한다.
30분이 지났다.
그제야 깜박 정신이 든다. 전철 이용으로 바꾸어야 된다고.
분당선 보정 역 가는 버스가 마침 와서 멈춘다. 올라탔다.
중간에 내 옆자리 에 올라 탄 영감이 투들 거린다.
“웬 빌어먹을 비가 이렇게 많이 온담, 우산 쓰나마나네. “
영감은 골목길을 나오며 종아리까지 차인 물을 밟고 왔다며,
신발을 벗어 물을 쏟아 붓는 것 까지는 봐 주겠는데,
양말까지 벗어 물을 짜 내니, 늙으면, 염치도 늙어지는가 보다.…
마침, 분당선 종점 보정 역 전철은 올라타자마자 떠난다.
“이 열차는 선릉 역 침수로 수서 역 까지만 운행합니다.”
열차 내 방송을 듣고, 재 시간에 가긴 틀린 것을 알았다.
동창회 사회를 볼 오 진태 형께 전화를 건다.
“오형, 오늘 동창회는 시간을 조금 늦추어야 되지 않겠소?
용인에서 가는 노선버스가 다 끊어 졌으니…”
“박 형, 나야말로 큰일이오. 분당 선 불통이란 뉴스를 듣고,
다시 집에 들어가 자가용을 끌고 나왔는데…“
“차가 많이 막힙니까?”
“막히는 기 뭐요, 고속도로 올라 왔더니 차들이 꼼작도 않고 있으니,
나야 말로 재 때 가긴 틀린 것 같으니, 가거든 말이나 해 주시오.“
“먼저, 취영루 온 사람한테 전화로 늦추라고 부탁부터 하시오.”
“중간에 빠져 나가 집으로 돌아가야 될 것 같은데…”
“사회 볼 사람이 빠지면 되겠소. 잘 해 보시오”
전화 통화는 끝이 나고 수서에서 3호선 전철로 환승했다.
무척 사람이 붐빈다.
터미널 역에서 7호선으로 다시 환승 할 생각을 하니
“그놈의 환성 거리가 얼마나 멀며, 오르락내리락, 얼마나 붐비는가!
통상 하던 버릇대로 교대역에서 내려, 144번 시내버스를 타던지,
너무 늦다 싶으면 거기서 택시라도 타야겠다.“
생각하고, 시계를 보니 이미 12시 20분. 택시를 잡을 생각으로
교대 역 1번 출구로 나와, 사방을 살피니,
“아뿔싸”
그제야 위대한(?) 착각을 한 것을 깨달았다. 강남역 방향으로 늘어선 차들이
굼벵이 걸음을 하다, 지쳐 늘어져 있는 꼴이 라니!
대오각성(?)하고, 나왔던 교대역을 다시 들어가서,
기왕 늦은 김에 화장실 신세도 지고, 회가 끝나 갈 텐데,
다른 곳에 볼 일도 있겠다, 그만 둘 가 생각이 나서,
몇 사람 친구를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도, 무응답이 아니면 불참이다.
드디어 김 상식 형이 잡힌다.
“너무 늦어 끝이 났을 텐데, 지금가도 밥 얻어먹겠나?”
“지금 어딘데?”
“터미널 역에서 전철 탈라카는데.”
“늦어도 밥은 준비 해 놓을 테니 와라.”
취영루 문 앞에 들어서며 시계를 보니 정각 13시.
그 사이 윗도리는 다 말랐다. 접수하는 김 석기 형 왈,
“지각 하는 사람이 한 둘인가? 유 회장도 아직 못 왔는데!”
그 말을 들으니 안으로 들어가기는 좀 덜 미안했고,
먼저 온 친구들 모두 반겨 위로 해 주니, 오길 잘 했다 싶어,
차려 놓은 내 몫의 식단도 열심히 먹었다.
내 뒤로 유 경현 회장이 어 부인께서 자가용으로 모시느라,
양제 동에 한 시간 넘어 갇혀 있다가, 드디어 취영루 모임에
동부인 참석의 효시를 만드셨다.
그래도 개회식에 이어 전임 회장 격려금 전달식을 마치고
폐회선언이 있었다. 오 진태 사회는 결국 차를 돌린다는 전갈이 왔다.
모인 친구가 25명 남짓, 보통 때의 절반, 많을 때의 3분의 일의
신기록을 세웠고, 둘째 며느리 쌍둥이 순산 기념으로 김 상식 형이
오늘의 식대를 부담하신 것도 또 다른 이색 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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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수도권이 온통 교통 대란에 휘말린 뉴스를 들으니,
내가 격은 이날의 교통 애로는 말 그대로 ‘조족지혈’이다.
그보다 너무 어이없는 많은 인명 피해가 전 국민을
슬픔으로 몰아넣고 있다.
蛇足 (1)
이번 강우는 25년 만의 고강도 호우기록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시가지 우수 관로나, 펌프 시설은 통상 20년 빈도의
강우강도를 기준으로 설계해 왔다. 예산 문제다.
그러니 25년 빈도로 온 이번 호우에는 물난리가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계속해서 이상 기후변화의 양상이 잦아지고,
지역적 극한 강도의 강우량이 자주 발생하고 있음을 알고
홍수나 배수시설은 계속해서 보강하고 있는 것이 지구촌 추세이다.
백여 년 동안 하천 제방을 높이고 보강 해 오던 미국이
이젠 제방 보강보다, 범람 지역을 매입하든가, 사전 보상비를 책정하여,
홍수를 자연 범람으로 유도하는 시책으로 바꾸는 것이 그 한 예다.
그에 비하여 자연 재해대비가 늦은 것은 우리의 잘못이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새, 우리나라 여러 지방이나, 이웃나라에 비하여
서울이나 수도권이 자연재해가 비켜가는 행운을 가졌었다.
수도권 수해방지 불감증에 걸려 있었다고 봐야겠다.
특히 광화문 빗물소동이후 해당지역만 손쓸 것이 아니라,
우수관로 시스템 강화를 전면 확대 할 기회를 놓쳤다.
이번에는 강남이 문제를 일으켰다. 선릉역 같은 교통 요충지의
침수는 위정자나 기술자의 면모를 너무 비참하게 만든다.
4대강에 너무 치중하다, 다른 곳엔 소헐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마저 있다.
시가지를 포장으로 가꿀수록, 고층 건물을 많이 지을수록
빗물은 땅에 스며 들 틈도 없이, 우수와 가정 오수가 합류식인
재래 하수관로에 더 빨리 도착하고, 급격히 유량이 늘어나게 하여,
물받이 구멍은 물 토하는 분수가 되어, 차도를 수로로 바꾼다.
무작정 확대일로의 도시는 금물이다. 평시에도 악취가 코를 찌르는
도시의 번화가를 계속 보고만 있을 것인가!
도시의 마천루를 짓기 전에, 도시에 지하 전철을 깔기 전에,
지하에 대형 터널식 우수 관로나, 공동구(Utilities)를 먼저 만드는,
발상의 전환을 우선해야 된다.
100년 전 나폴레옹의 파리 시 상들리제 가로의 지하 우수 관로처럼.
또 있다. 호구지책으로 연명하는 우리의 엔지니어링 실체가,
위정자나 개발주체의 청지기 노릇 하는 탓에
거짓으로 분칠한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곳곳에 예산낭비의 프로젝트를 만듦으로써,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것인가!
蛇足 (2)
지구촌의 자연 재해가 너무 자주 대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 홍수, 쓰나미, 지진, 태풍과 토네이도,
그 뿐 아니다. 화산 폭발, 모래 폭풍, 이상 고온과 한파,
대양의 조류와 생태계 변화, 등등.
어떤 이는 곧 지구 자전축이 바뀐다고도 하고 ,
어떤 과학자는 곧 태양이나 다른 천체들로부터 감마선이나
다른 방사선 폭풍이 올 것이라 하고,
그리고 소혹성이나 유성의 지구 충돌은 심심풀이 전래 동화가 되었다.
모두가 그 규모가 지구의 모양을 크게 바꾸어,
인류의 종말을 가져 올 지도 모를 정도라고 한다,
점술가나 미래학자 일부는 그 시기가 2012년 말이라고들 한다.
이런 일들이 언제 도래 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닥칠 것이란 사실은 믿음이 가는 것으로 증명 되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인체나 지구, 나아가 우주에 대하여
이제 코끼리 덩치 중에서 눈썹 정도만큼 알기 시작하는 이때,
인류가 종말이 온다 함은 너무 비극이다.
우리야 살만큼 잘 살다 가니 그만이지만 …
년래 행사 자연 재해가 더 이상 증폭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비와음악
첫댓글 폭우를 무릅쓰고 결사적(?)으로 취영루까지 간 39동문 25명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39동문들 폭우의 피해가 없었는지 염려가 되었는데 서울 소식 전해들어서 반갑습니다. 폭우를 헤치고
수원에서 모임 장소까지 세 시간 가까이 걸려서 도착하셨다니 가히 폭우의 피해를 알만도 합니다. 그리고 越洲형의 동문
을 사랑하는 마음도 대단하십니다. 내일까지도 폭우가 계속된다는데 부디 건강하시고 가족들도 안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예송형, 은퇴한 토목쟁이 넋두리를 읽어주시고 댓글까지주시니 감사합니다. 월말이 닥쳐와 재산세랑 공과금 납부 날자는 닥치는데, 빗방울은 오락가락하니, 문밖출입도 못한 채, 소생, 마나님이 해 주는 부친게나 즐기며 뉴스특보 보고, 참상이 내 일이 아닌 것만 위로하며, 시름을 삭이고 있읍니다. 예송형 건강하십시요.
월주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족은 사족이 아니오라 근본인 듯 합니다. 그날 고생은 익히 들어 알았습니다만...수도 서울의 근본적 모순을 보게 되었으니 뭔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급선무일 같네요. 음악도 좋구요.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東江 형, 과찬의 댓글 입니다. 아파트다, 보금자리 주택이나 펜숀이다 하면서 설계도면을 수없이 건토하고 확인하는 절차가 있지만, 먼저, 오수처리, 우수처리, 진입로와 산사태 설계는 우수리로 붙어가는 허접스레 설계도면취급한 벌을 많이 받고있습니다. 건드리지 않은면 화를 내지않는 것이 한두가지 인가요? 감사합니다.
참석한 25명의 동창! 참으ㅡ~~로 고생 많으 셨읍니다.저는 아침8시 부터 마누라 자가용을 얻어 타고 열심이 갔는데 외후 1시 15분에사 겨우 도착 했읍니다.모두들 식사를 하는 가우데 간략한 회를 진행 했읍니다.회의 내용은 월주형이 설명한 대로 입니다. 회장의 부덕의 소치인 것 같읍니다.너그러이 봐 주십시요.9월에 만날때 까지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賞의 역사를 아시는 지요? 賞 이란 이때 주는거외다. 돈 좀 들더라도 이날 나오신분들 두툼하게 賞金이나 賞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생이야 행사 때문에 못나온 군색한 변명으로 대 합니다만 월주의 폭넓은 지식 사려깊은 생각들 모범 될 만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