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1. 토요일
가을도 되었고
짠딸과의 여행도 있고
겸사겸사
여름 내내 덥다는 핑계로 질끈 묶고 다녔던 머리
이제 새 단장 할 때가 왔다
여름엔 묶는 게 시원하다는 핑계로 파마 할 때가 되어도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가을이 오면 미용실에 간다
절약도 되고 머리도 덜 상하니 일석이조
웨이브를 없애고 자연스런 파마를 했더니 기분이 새롭다
좀 젊어보이길 기대했는데
흑흑
그얼굴에 햇살이라는 노랫말은 왜 이럴 때 나에게 딱 맞는 가사가 되어 생각나는 거냐구
그래도
기대에 못 미치긴 하지만
머리를 새로 한 날에 그냥 귀가하는 건
머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미용실에서 나오면 카페에 가 주얌다
카페에서 웬 김밥이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가정집을 개조해 차린 듯한
이름도 구수한 매곡리카페에선 김밥과 커피의 세트메뉴가 있다
아침부터 3시간 가까이 미용실에서 갖은 포즈로 지루함을 달랬기에
허기도 지고해서 이곳 매곡리카페를 찾았다
김밥이 이렇게 실하다니
밥은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얇게 깔려있고 김밥 부재료들이 주인공이다
창으로 보이는 초록이 비에 촉촉해지니 더 푸르다
이제 이 초록도 다 지쳐 보인다
그래 이 여름 정말 힘들었겠다
오전엔 서울 예식장으로
오후엔 천안 친구들과 놀다가 밤에 귀가한 남편
아무리 앞에서 알짱거려도 내 머리 스타일 바뀐 걸 못 알아본다
셜위댄스? 하며 손을 잡고 왈츠동작을 취해도 그냥 웃기만 한다
뭐야!
춤을 출 땐 파트너를 보고 눈을 마주쳐야 하는 거야 하니
내 눈만 보고 그냥 웃기만 하는 남자
야~~!
나 미용실 다녀왔다고
헤어스타일 변한 거 안 보여? 했더니
아차 하는 표정으로 겨우 살펴보는 척
으이그!
이리저리 거울만 보이면 자꾸 앞모습 뒷모습 비춰보게 되는 이 낯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