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 잔치 기행- 우리 마을 나오다
심심하면 EBS의 <한국기행>을 다시 보기로 보곤 한다. 며칠 전 남편이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빨리 와보라고 큰 소리로 불렀다. 그날은 국회방송에서 <한국기행- 잔치 기행>에 우리 마을이 나왔는데 맨 끝만 보아 어떤 내용인지 잘 몰랐다. 예전에도 무등산과 그 주변 사람들의 삶을 소개하는 방송이 나왔을 때도 우리 마을의 권이장 님 내외가 아무 꾸밈없이 소박하게 농사짓고 살아가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무등산 규봉암의 행정구역이 우리 마을이기 때문이다. 마을에 이장을 만나고 오면서 방송을 놓쳐 아쉬운 마음에 마을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우리 마을은 몇 해 전에 한국 민간단체가 세 번째로 뽑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것에 대한 약간의 의문점이 있었으나 설명을 듣고는 수긍이 갔다. 선정된 이유는 천혜의 무등산 아래에 자리를 잡았고 마을이 형성되었을 때부터 쌓았던 돌담과 설시암이란 우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마을 뒷산에는 자연적으로 편백림이 형성되어 있어서 라고 했다. 즉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을의 돌담만 보면 마치 제주도에 온 듯하다.
설시암은 지금도 물이 마를 줄 모르고 옛날에 이 마을 사람들의 생명수였고 그곳에서 아낙네들이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고 빨래하는 곳이기도 했다.
어제 국회방송에서 -한국기행- 잔치 기행- 편으로 우리 마을이 다시 방송되어 한 컷 한 컷 남기면서 방송은 방송이구나, 저렇게 연출하니 시청자들은 보기 드문 장면이라 좋아했을 것이다. 내용은 하필 비 오는 봄날에 아주머니들이 설시암에서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며 수다를 떠는 장면이었다. 마을의 어르신 중 한 분의 생신을 맞이해 마을 아주머니들이 마음을 모아 봄 쑥을 캐어 시루떡과 음식을 장만해 축하잔치를 하는 것이었다.
어른을 공경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쿨하였다.
마을에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다. 화면 속의 최 집사 님은 우리가 이사 왔을 때 처음으로 친분을 맺은 어르신으로 저렇게 노래를 잘하시는 줄 몰랐다. 그 최 집사 님의 얼굴에서도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부디 그 어르신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빌며 오랜 세월 속에 이루어진 마을의 자연환경들이 오래오래 보존되기를 빈다.
눈(雪)처럼 맑은 설시암 이야기
화평하고 수순한 사람들의 터, 화순
어머니의 산 無等이 안온하게 품은 영신 마을
처음엔 靈神이었다가 永神이 되었다네
동네 몰랭이 협 자리엔 설시암
수 천 만년 규봉암 주상절리 우러르고
600년 하루 같이 쉼 없이 맑게 솟아올라
‘눈처럼 시원하고 물맛이 참 좋다’
율곡 선생이야기 한중매화처럼 오롯하고
애오라지 단 하나 생명수로 흘러 흘러
옛날 그 시암 하나가 온 동네를 살렸당게
길쌈도 짐체도 시치고 밥도 해 묵었당게
첫 새벽에 물 길러다 지성으로 빌었구만
동지섣달에 가도 꽁꽁 언 손 호호 녹여주고
여름에는 차가워서 고초당초 맵던 시집살이
갓 시집온 새악시 남 몰래 눈물 훔치던 곳
산중 다람쥐도 목마른 나그네도 목을 축이고
팔도 유랑길 한량도 시인묵객도 머물던 시암
이젠 울 엄니 눈물로 무등의 꽃이 되었어라
문병교 지음
첫댓글 EBS의 '한국기행'이란 프로그램을 시청할때마다 마음 한켠이 따사로워짐을 느낍니다....때묻지 않은 순수한 고향의 모습이 있기에 늘 즐겨 시청하는 프로그램 이기도 합니다
박선생님이 살고계신 동네가 무등산자락 규봉암이 속해 있는 행정구역 이니, 한국민간단체가 뽑은 아름다운 마을중 세번째로 선정될 만 한것 같아요......
마을이 형성될때부터 쌓았던 돌담들이 현존해 있고, 동네사람 모두가 사용했던 설시암이란 우물도 그대로 있고, 뒷산엔 자연 편백림이 형성되 있으니, 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어요.......
문병교님의 시, '눈처럼 맑은 설시암 이야기'도 남도의 찰진 사투리가 섞여서 인정 스럽네요....
EBS'한국기행' 애시청자로서 매주 월욜~금욜까지 저녁 9시30분에 방영 하니, 모두들 그 시간을 놓치지마시고 잠시나마 고향과 자연의 서정을 듬뿍 느끼시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산새 아름다운 무등산 자락 아랫마을 수봉리(동네 이름이 맞나요?)에서 박선생님도 늘 기쁘고 즐거운 나날 보내시길 바래봅니다!!^~^😊😊😊😊😊😊😊😊
미경 씨가 한국기행의 애시청자였군요.자꾸만 사라져 가는 것들을 그나마 이 프로에서 찾아내주고 공감을 불러 일으켜주니 참 다행입니다.예로부터 그 마을이 흥하는 것은 시암물(샘물)에 달려있다고 했어요. 우리 동네는 설시암 물 뿐만 아니라 상수도 물도 다 무등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기 때문에 맛이 아주 좋아요. 저는 한 16년 동안 물 한 번 끓이지 않고 생수로 먹고 있어도 아무 탈이 안 나는 것을 보면 다 약수인 거 같아요. 앞으로도 EBS방송국에서 더 이런 프로그램을 오래오래 방영하면 좋겠어요. 동네이장에게도 이 글을 보내줬더니 매우 기뻐하더군요.
박원자 부회장님! 아름다운 글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계속 살고 계시니 아름다운 글이 절로 지어지겠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사를 계속 지어내시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16년 동안 생수만 드셨어도 아무 탈 없으시다니 정말 청정지역입니다. 며칠 전에는 텔레비전에 규봉암이 소개되어 박 부회장님을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그 규봉암엔 15년 전에 한번 올라가 봤는데 그런 곳에 암자를 지아놓고 수행하는 스님들이나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모두 위대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그런 꼭대기에 집을 지었으며 어떻게 그곳에서 물이 나오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규봉암이라는 말은 규봉이 있는 암자 라서 규뵹암이라 했다던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원자 부회장님! 죄송합니다. 우리 가곡 카페에 간혹 들리면서도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기는 그러하지만, 어떻든 모든 일에 의욕이 좀 저하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높은 지대에 바위 틈에서 흘러 나오는 물 즉 석간수에 지상에 있는 편백나무가 공기도 좋고 물도 좋게하는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그런 곳에서 사는 것이 복 받으신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곡 부르기와 음악인 포럼이 정상적으로 왕성하게 운영될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