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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늦은맥이재인데,
오전 9시 30분에 도착하여,
여유시간이 6시간이나 남았습니다.
그래서,
1) 산을 그냥 내려가는 것인지, (5Km, 1시간 30분)
2) 백두대간을 따라 마당재까지 다녀오는 것, (18 Km, 6시간)
3) 길을 모르지만 신선봉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6Km, 3시간)
중에서 선택을 하려 했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다시 비로봉으로 돌아가서 (1시간 30분),
어의곡리로 내려가는 것이고...(합이 3시간 소요)
그러나,
나의 어리석은 선택은,
길도 없는 신선봉을 골랐다는 것인데...
신선봉을 선택한 사유는,
3시간가량 산행을 하고,
예전에 송어회를 먹었던 집에 들러,
소주 한 잔 하고 서울로 가려고 했는데...
내 생각과 달리,
비극이 시작된 산행을,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첫째 비극은,
조금 전 등산로와는 달리,
희미한 형체만 있을 뿐이고...
더구나,
여길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나마,
구름은 지척에 있는 사물도,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다행인 것은,
사람의 왕래가 적으니,
등산로 주변에 수풀이 너무 좋았고...
해가 뜨면서,
기온은 점차 올라가고,
차가운 바람은 점차 시원한 바람으로 변했고...
그래서,
딱 20분만,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신선봉 가는 길은,
고목도 많을뿐더러,
나름 운치도 있었지만...
그러나,
등산로는 지도에도 없고,
처음이라서 길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고...
길을 모르니,
시간 조절도 안되고,
어찌해야 할지 의사결정이 불가능했고...
이런 이정표는,
딱 2개가 남았는데...
실제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여기가 등산로였다는 것만 말해주었고...
암튼,
여길 온 것이,
오늘 최대 실수이자,
다시는 그러지 않기로 맹세한 계기가 되었는데...
사진에 있는 바위가,
내가 가려하는 신선봉인데...
표시가 없으니,
신선봉인지도 모르고 봉우리를 올랐고...
그리고,
여기가 내가 원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다시 늦은맥이재로 돌아갔을 텐데!!!
나무들 사이로,
희미한 길이 보이는데,
이게 등산로인 줄 알았습니다.
실제는,
멧돼지들이 다니는,
산짐승 이동 경로였는데...
그리고,
사람의 발자국은 한 개도 없고,
돼지가 뒤진 흔적들만 지천으로 보이고...
바위 구간이 나오면,
그나마 돼지의 흔적도 보이질 않고...
한동안 멈춰서,
지도를 찾아보려 해도,
전화기는 먹통이라 효과가 전혀 없고...
암튼,
오로지 감에 의존해서,
신선봉을 찾아가는데...
어느 순간,
희미한 안갯속에,
갑자기 등산로가 눈에 들어오고...
심지어,
푸른 수풀 사이로,
최근에 사람이 다닌 흔적까지...
이것이,
괜한 자신감을 불어넣은,
두 번째 치명적인 실수가 되었는데...
한 시간가량 걸어서,
민봉까지 도착했습니다.
전화기가 작동해서 지도를 찾아보니,
조금 전 암봉이 신선봉이고,
그곳을 지나처서 두 번째 봉우리까지 와버렸고...
혹시 길을 잃을까 봐서,
지도를 잔뜩 캡처해서 전화기에 저장한 다음,
다음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누군가,
표대봉을 지나고,
구인사까지 가는 방법을 자세하게...
가는 등산로는,
길도 좋을뿐더러,
많은 사람이 다니는 장소라고...
실제로,
일부 구간은,
어지간한 등산로보다 훨씬 좋았고...
드디어,
표대봉에 도착을 했고,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데...
이것이,
내가 두 번째 실수를 하게 되었는데..
구봉팔문이라는 문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진행을 해야 했고,
차라리 구인사로 갔으면 어렵지 않은 산행일 듯...
구봉팔문은,
소산 자락에 있는 9개의 봉우리와,
8개의 계곡을 이르는 말인데...
즉,
이렇게 등산로가 좋은 것은,
내가 갈 등산로가 아니라 구봉팔문 전용 길인데...
여길 내가 갈 길이라 생각하고서,
무작정 산을 내려간 것이 실수였고...
구봉팔문 코스만 30킬로미터가 넘고,
여기를 즐기는 사람이 적지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등산로가 멀쩡하게 있었으나...
내가 갈 곳인,
어의곡리로 가려고 하니,
길은 고사하고 빽빽한 밀림만 보이고...
어느 쪽으로 가려고 해도,
도저히 갈 수가 없어서 멍하니 서있는데...
일단 전화기가 작동할 것 같은,
뾰족한 바위 위로 올라서 보는데...
천만다행으로,
느리지만 지도가 나타나고...
없는 길을 가겠다고,
산속을 미친 듯이 뒤지다 보니,
조그만 바위에는 꼬리진달래가 피었고...
30분 넘게,
허겁지겁 산속을 헤맨 결과가,
꼬리진달래와 만남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았고...
그런데,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길을 찾아야 하는 절망감으로 30분 남짓 헤매고 나니,
온몸에 식은땀과 함께 맥이 풀려버렸고...
30분을 허비하고,
다시 구봉팔문 등산로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어의곡리 방향은 포기하고,
유사한 방향으로 내려 가려했지만...
구봉팔문 등산로는,
7봉인 배골문봉을 지나 6봉 곰절문봉으로 향하고...
전화기도 되고,
조그만 쉼터도 있는,
배골문봉에서 정상을 바라다보니...
산에는,
구름이 모두 사라져 버렸고...
암튼,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해,
3시간 가까이 산속을 헤집고 다니는 중이고...
맞은편 봉우리가,
6봉인 곰절문봉이라는 것도,
사진을 정리하다 알았고...
암튼,
12시가 다가오니,
배도 고프지만 맥이 빠져서 걷기가 힘들었고...
참고로,
9개 봉우리는 '뒤시랭이문봉', '아곡문봉'처럼,
모두 문봉이라고 끝나네요!!
내려갈 방향인데,
길은 보이질 않고,
숲만 무성하게 우거져 있고...
일단,
민가와 가장 가까운 곳을 골라서,
무작정 내려가기로 결심을 했는데...
이 또한,
너무 어리석은 행동이었고...
지도상 거리는,
1 Km가 조금 넘지만...
길은 없고,
모르는 산악회에서 남긴 흔적만 따라서,
산을 내려가려고 하니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더구나,
지난밤에,
멧돼지들은 얼마나 설치고 다녔던지,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고...
너무 긴장되고,
신경이 엄청 날카로워서,
사진 찍을 여유는커녕,
정신은 절반쯤 나간 상태였고...
1Km를 한 시간 이상 걸려서,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에 도착했는데...
이곳까지,
어떻게 왔는지는,
지금도 악몽으로 남았고...
농부가 일군,
고사리 밭 한켠에서,
내려온 곳을 바라다보니,
지금도 등골이 오싹합니다.
좌측 능선을 내려왔는데,
멧돼지 흔적 말고는,
아무런 기억이 없는데...
당시,
내 머릿속에는,
이러다 죽으면 시신도 찾지 못하겠다는 생각만... ㅎㅎ
고사리 밭을 지나고,
길가에 자라는 엉겅퀴에게,
나의 무용담을 전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차가 올라오고...
순간,
문명의 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
이차가 올라올 때는,
그렇게 반가웠는데...
내려가는 모습은,
조금은 씁쓸했네요.
왜냐하면,
내가 고사리 훔치러 온 도둑이라 생각하고,
식사를 하다 말고 부리나케 달려온 상황이라서...
끈끈이대나물이,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산골에 사시는,
몇 안 되는 농부님들이,
정성으로 가꾸고 있는데...
이 풀에서,
끈적한 액체가 나와서,
벌레를 잡는다고 하여 '끈끈이대나물'이고...
여기는,
누군가 펜션을 짓기 위하여,
터를 닦아 놓았는데...
주변으로,
야생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꽃을 잘 가꾸어 놨고...
암튼,
지옥을 경험한 나는,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산골마을을 내려가는데...
길가에는,
다래꽃이 활짝 피었네요.
이 다래덩굴도,
부지런한 농부께서,
집 담장에 키우고 있는 녀석이고...
어째튼,
산골 마을이다 보니,
주변에는 이런저런 과실수들이 가득하고...
조금 전에,
날 잡기 위하여,
밥을 먹다 말로 왔다고 했는데...
이 집이,
고사리를 경작하시는,
부지런한 농부님의 집입니다.
내가 도둑이 아니라,
주인아저씨도 민망하신지,
밥도 한 숟갈 뜨면서 막걸리 한 잔 하라며 인심을...
막걸리는 정중하게 사양하고,
어의곡리 가는 방법을 물어보니...
약 2Km를 내려간 다음,
다시 2 Km 이상 걸어야 한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길가에 핀 돌나물(돈나물)에게도,
나의 무용담을 늘어놓았고...
참고로,
지금 걸어가는 곳은,
지난번 동창회에서 묵었던 숙소와,
3Km도 떨어지지 않는 곳인데...
한 달이 지나고,
여길 스스로 찾아와서,
이런 개고생을 할 줄이야!!!
암튼,
허기진 속은,
지천으로 널려 있는 오디로 채웠고...
구익골 마을 입구에 있는,
조그만 서낭당에서 정신을 챙기려고,
잠시 휴식을 취했고...
그런데,
엄청 큰 나무가 느티나무인 줄 알았는데,
확실한 이름은 모르겠네요. (팽나무로 추정)
암튼,
점차 정신이 돌아오니,
배는 고프고 삭신이 쑤시네요.
내려가는 길은,
평범한 시골길인데,
길가에 유실수가 많이 심어져 있고...
복숭아나무도,
누가 기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길가에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고...
내가 몰라서 그렇지,
부지런한 농부가 관리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정말 다양한 나무들이 있었고...
산골 마을을 내려와,
면사무소로 가는 길은,
코스모스가 가득하고...
원래 이름은,
금계국이라 하지만,
노란 코스모스가 더 정겹게 느껴지고...
암튼,
허기진 배는,
오디로(오두개) 채우고서,
어슬렁 거리면서 내려갑니다.
지금부터는,
산에서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길가의 유실수 구경을 하시죠!!! ㅎㅎ
첫째는,
키 작은 매실나무인데,
토실토실한 매실 가득 달렸고...
길가 가로수처럼 심어 놨는데,
열매는 제법 튼실하게 자라고 있고...
앵두나무는,
냇가 주변에,
딱 한 그루가 있었는데...
정말로,
탐스럽게 익어 있었고...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한 줌 따서 꿀꺽했습니다. ㅎㅎ
조그만 텃밭에는,
상추가 자라고 있는데...
상추가,
붉다 못해 검은색으로 자라고...
곁에는,
감자도 자라고 있는데,
부지런한 주인의 성품이 느껴지고...
분명히,
복숭아나무인데,
색이 보라색이네요.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천도복숭아로 추정만...
속으로는,
조금만 더 컸다면,
몇 알 따먹었으면 했고... ㅎㅎ
허름한 집에,
특이한 것이 있어 사진으로 담았는데...
마대자루에,
벼의 껍질(왕겨)이 담겨 있는 걸 보니,
며칠 전에 방아를 찧은 듯한데...
암튼,
아직도 이런 정미소가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고...
사진으로 보니,
나무가 작아 보이는데...
옆 건물과 비교해 보면,
3층 높이보다 더 크게 자란,
엄청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중이고...
암튼,
조용하고 풍성한 시골 풍경이,
불과 2시간 전의 불안감을 말끔히 씻어주었고...
인적도 없는 농로에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고...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타고 온 버스도,
여기에서 대기 중인데!!! ㅎㅎ
멀리 보이는 소백산 능선은,
구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너무 평온한 느낌이라서 너무나 약이 오르고...
농사를 지으면서,
바나나 농사까지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을 텐데!!!
이 집 주인은,
얼마나 부지런하면,
파초(바나나)를 키울까??
나도,
도전을 하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는데...
어의곡리 주차장으로 올라가는데,
조그만 시골집에,
차들이 즐비하여 찾아왔는데...
감자옹심이 전문점이라 하는데,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이고...
나도,
줄을 서서 한 그릇 먹었는데,
시원한 막걸리보다,
따끈한 옹심이가 정말 끝내줬고...
새밭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
유명한 빵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빵집은 휴업 중이고,
한드미 마을을 찾는 관광객만 드문드문...
마을 어귀에 있는,
물레방아는 1935년에(90살) 만들었다고...
농촌 마을의 여유를 즐기다 보니,
시간은 오후 2시 30분을 지나고 있고...
이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데,
돌담에서 자라는 호두나무가,
조금 더 쉬었다 가라 하고...
나도,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그늘에서 잠시 머물다 출발했네요.
호두나무 아래,
돌담 한켠에는,
산딸기도 익어가고...
두세 개 따서,
오물오물했는데,
너무 셔서 먹을 수는 없었고...
암튼,
주변환경이 포근하니,
긴장감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출발 시간이,
삼십 분 남짓 남아서,
출발지로 서둘러 올라가는데...
도로 주변에는,
산을 찾은 산객들의 승용차가,
1Km 이상 꼬리를 물었고...
정말 약 오르는 것은,
산에 낀 먹구름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 ㅠ.ㅠ
만일,
먹구름이 없었다면,
느긋하게 산행을 즐기고,
12시 전후로 여길 찾아와서,
소주와 함께 하루를 즐기는 것이었는데...
구름과 안개로 인해,
송어 한 마리는 목숨을 연장해서,
한주 더 살고 있을 듯... ㅎㅎ
암튼,
오래전 이 집에서,
친구와 즐겼던 송어회를 상상만 했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화장실을 사용할 수가 없을 정도라,
주변 냇가를 찾았습니다.
아직도,
물은 얼음장 같은데...
잠시나마,
흐르는 물에,
고생한 발의 피로를 씻어주었고...
서울로 오는 차에서,
혹시 시간이 되는 사람 있다면,
소주 한잔 하려 했는데...
모두가,
바쁜 일정이 있다고 하여,
감자탕에 소주를...
정말,
미친 산행을 즐기고,
초라한 모습으로 집엘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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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야간 산행,
그것도,
나만 홀로...
박명(여명)이 시작되니,
엄청난 안개가 밀려들고...
10Km가 넘는 거리를,
땅만 보며 걸었더니,
이름 모를 야생화가 가득했고...
남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가지 말아야 할 곳에서,
생과 사를 넘나 들었고...
모든 긴장감은,
포근한 시골 마을에서,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했고...
이런 여행은,
나도 하지 않은 것이며,
누구도 하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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