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오늘), 서울 강남 코엑스 컨퍼런스 룸에서 블리자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 수석 프로듀서인 알렌 브랙(J. Allen Brack)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알랜 브랙은 WoW 컨텐츠 개발에 대한 제반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을 맡고 있으며, 수석 프로듀서로써 게임 구상과 출시에 이르기까지 패치와 확장팩 제작에 관련된 모든 부분을 감독하면서 전체적인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고 있다.
2006년 1월에 블리자드에 입사해서, WoW 첫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의 새로운 지역과 던전 그리고 다양한 퀘스트들을 개발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블리자드에 합류하기 전에는 오리진 시스템에서 윙 커맨더, 소니 온라인 엔터테인먼트에서 스타워즈 갤럭시의 제작에 참여했다. 특이하게도, 알랜 블랙은 여가시간에 한국인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은 태권도를 연습하는 유단자이기도 하다.
기자간담회는 한 시간은 일반 매체를 대상으로 나머지 한 시간은 팬사이트를 대상으로 총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당연히 전반부는 WoW와 확장팩에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에 관한 질문이 많았고, 후반부는 WoW 각 컨텐츠에 대한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 WoW 첫번째 확장팩 붙타는 성전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지만,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오리지날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 개인적으로 확장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고, 차기 확장팩에서는 블리자드 내부 평가에 기반한 혁신적인 게임플레이를 기대해도 되는지 알고 싶다.
확장팩 불타는 성전은 WoW를 성공적인 게임으로 만든 요소들이 대거 반영되었다. WoW 오리지날의 개발에 5년, 불타는 성전은 1년 반이 걸렸다. 캐릭터 레벨 상향과 새로운 주문, 특성 구현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나는 탈것도 최신 컴퓨터 기술이 도입되어 구현된 것이다. 또한, PvP 하드코어 유저들을 위한 아레나도 도입되었다.
두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에서는 불타는 성전의 장점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 최고의 게임을 만들 것이다. 건물을 파괴하고, 타고 날 수 있는 새로운 차량이 구현된다. 건물을 수리하고 보완하는 신규 스킬들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리치왕의 분노에서 추가되는 컨텐츠 중 극히 일부분이며, 정식 출시 때는 더 많은 특징들과 새로운 게임플레이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 국내 시장에서는 WoW의 E-스포츠화가 큰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혹시 E-스포츠와 관련해서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달라.
블리자드 게임과 게임에서 파생된 문화에 있어 E-스포츠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블리자드에서는 WoW에서도 이런 E-스포츠 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 중이다. WoW를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같은 E-스포츠에서 성공적인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몇 가지 아이디어가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
[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수석 프로듀서 알렌 브랙 ]
■ WoW의 두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를 출시하기 전 두 번의 컨텐츠 패치가 있을 것이다. 불타는 성전과 비슷한 형태로 출시 될 것이며, 언제나 그랬듯이 모든 준비가 되면 공식 발표할 것이다. 물론, 베타테스트도 거치게 된다.
■ 오늘 업데이트 되는 2.3 패치는 라이트 유저를 위한 컨텐츠로 보인다. 2.3패치를 간략히 설명해 달라.
블리자드는 WoW를 통해 항상 유저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려 노력 중이다. 2.3패치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새로운 컨텐츠와 새로운 모험을 담고 있다. 특별히 역점을 둔 것은 지금까지 유저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컨텐츠를 되살리는 것이다.
10인 던전 줄아만을 구현함과 동시에 유저들이 경험치를 보다 쉽게 얻게 하고, 레벨업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퀘스트에도 다양한 변화를 주어 파티가 아닌 혼자서도 충분히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라이트 유저들에게 매력적일 것이다.
앞으로도 블리자드는 유저들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며, 앞으로의 컨텐츠도 이러한 유저들에게 기반한 것들이 구현될 것이다. 최고의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 블리자드의 목표며, 그것을 즐기고 평가하는 것은 유저들의 몫이다.
■ 불타는 성전에서 일리단이 유저들에 의해 쓰러 졌다. 다음 확장팩에서 아서스마저 죽는다면, 그 후의 세계관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하다.
현재 준비하는 패치가 있다. 2.4 패치가 될텐데 태양샘 고원이라는 25인 레이드 던전이 추가된다. 태양샘 고원에서는 불타는 군단의 창설자인 킬제덴이 최종 보스가 된다. 아마 그것이 불타는 성전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의 최종 보스는 아서스가 맞다. 레이드 던전을 통해 아서스를 죽이는 것이 목표로 주어진다. 일리단 때와 다른 점은 불타는 성전에서는 극히 일부 유저들만 일리단과 맞서 싸울 수 있었다면, 리치왕의 분노에서는 아서스의 역할을 확장하여 노스렌드 초반부터 아서스를 만날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일리단 보다 훨씬 자주 대면하게 될 것이다.
■ 지난 블리즈컨에서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의 스케일이 불타는 성전보다 훨씬 방대하다고 발표했는데, 70~80레벨 사이의 컨텐츠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정확하게 노스렌드가 아웃랜드보다 20% 넓고, 유저들이 탐색하고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보다 많아졌다. 정확한 지역 수는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추후 각각의 지역이 완성되면 공개할 것이다. 이미 언급한대로 공성 무기와 건물 파괴, 새로운 차량 도입, PvP 특화 지역이 추가될 것이며, 현재 탑승할 수 있는 차량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 ▲ 지난 8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개최된 블리즈컨 2007 ]
■ 오리지날에서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종족간에 뚜렷한 차이점이 있었고, 그 부분이 큰 매력이기도 했다. 확장팩이 추가되고 수많은 패치가 업데이트 되면서 점점 그런 종족간의 차이가 없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 두 종족 간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컨텐츠는 만나볼 수는 없나?
WoW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가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갈등과 관계, 능력 차이에 있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다. 확장팩에서 투기장을 도입하면서 종족간, 직업간 밸런스를 잡는데 주력했다. 블리자드는 현재 유저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얼라이언스와 호드 중에 어느 하나가 더 낫다고 판단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리치왕의 분노에서 새 종족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새 종족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호드와 얼라이언스 둘 다를 동시에 고려하게 될 것이다.
■ 현재 공개되고 있는 리치왕의 분노 스크린샷을 보면 그래픽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면 평가가 있는데, 실제 그래픽적인 스펙의 향상이 있는가?
이전 보다 세련된 그래픽을 선보일 것이나, 그래픽적인 스펙 업그레이드는 예정에 없다. 오랫동안 WoW를 만들어 온 기술팀과 미술팀의 축적된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 아닐까?
■ 앞으로 WoW 확장팩이 몇 개 정도 더 나올 예정인가?
블리자드에서는 앞으로 확장팩이 몇 개 더 있다라는 어떤 기준을 정해 놓지 않았다. 항상 어떤 컨텐츠를 확장팩으로 구현할 것인지 고민 중이며, 블리자드 개발팀도 여러분과 같은 유저이기 때문에 앞으로 WoW 세계관의 진행이 정말로 궁금하다.
■ WoW가 전체 MMORPG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가장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컨텐츠의 양이다. 기존 MMORPG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던 방대한 스토리에 기반한 심도 깊은 컨텐츠를 구현해 냈다. 두 번째는 완성도다. 물론 WoW 또한 기술적인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출시된 MMORPG 중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세번째는 피로도 시스템이다.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때 유저들이 처벌 혹은 불이익이 받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득을 제공한다는 참신한 컨셉들이 모여 MMORPG 업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 태권도 유단자라고 밝혔는데, 혹시 개발 중에 태권도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이 있는가? 그리고, 평소에 블리자드 게임을 제외한 어떤 종류의 게임을 플레이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리치왕의 분노를 준비하면서 어떤 컨텐츠를 구현할까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수많은 훌륭한 아이디어 중에서 신규 클래스, 즉 죽음의 기사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추후, 특별히 두 손을 이용해서 근접 전투를 구사하는 무술사 형태의 클래스도 충분히 구현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WoW를 비롯해서 워크래프트3 오리지날과 확장팩 프로즌 쓰론을 플레이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으며, 최근 밸브가 개발한 하프라이프2: 에피소드2와 포탈, 팀 포트리스2가 담긴 오렌지 박스를 즐기고 있다.
■ 블리자드에 입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개발자가 바라보는 블리자드는 어떤 회사인가?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번째는 게임의 품질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블리자드의 게임 철학을 들 수 있다. 이는 나 자신의 가진 게임관과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번째는 본인이 WoW를 너무나 좋아 한다. WoW는 온라인으로 전 세계적인 혁명을 일으킨 게임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는 1994년 워크래프트를 시작으로 디아블로, 워크래프트3 시리즈까지 블리자드가 출시한 게임들의 골수팬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개발한 블리자드가 마음에 들었고, 이렇게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정말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