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 세상 떠난 포항기쁨의교회 원로장로 부부
유족들 “평소 기도제목 이뤄져 슬픔보다 기쁨이 커”
교인들 “우리도 장로님 발자취 따라 주님께 충성하자”
교사 등 50년간 장로로 섬겨… 교회장으로 치러
70년대 목회자 없는 흥해지역 교회 찾아 말씀도 전해
포항기쁨의교회 장로 부부가 같은 날 세상을 떠나 교회장으로 치러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홍용순 원로장로(96)와 김귀련 은퇴권사(95)가 그들이다.
홍 원로장로는 지난 10월 25일 오전 9시 40분 시내 모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운명했다. 8시간 28분 뒤인 같은 날 오후 6시 8분 같은 요양병원에서 아내 김귀련 은퇴권사가 뒤따라 소천했다.
딸 홍은숙 권사(전 포항 오천고 교사)에 따르면 이 부부는 평소 예배를 드릴 때도 ‘한 날 한 시에 같이 천국에 가기를 소망했으며, 그렇게 기도해 왔다.
홍 권사 등 유족들은 “부모님의 기도제목이 이뤄져 슬픔보다 기쁨이 앞선다”며 “기적이다”고 감사했다.
안정식 기쁨의교회 부목사와 교회 4공동체 교인들은 김 은퇴권사가 사망하기 8분 전인 오후 6시부터 포항시민장례식장 5호실에서 위로예배를 드렸다. 홍 권사와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홍 권사는 그 자리에 없었다. 위로예배에 앞서 요양원으로부터 “어머니가 위독하다. 급히 오라”란 연락을 받고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발인예식은 28일 오전 9시 포항기쁨의교회 본당에서 진행됐다. 장례식에는 유족, 지인, 교인들이 참석했다.
설교는 박진석 담임목사가 했고, 축도는 정연수 포항장성교회 원로목사가 했다. 기쁨의교회 장로 출신인 정 원로목사는 고인 홍 원로장로를 형님처럼 모시며 신앙생활을 해왔다.
장례식장 분위기는 여느 장례식장과는 사뭇 달랐다.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교인들이 많았다.
故 홍 원로장로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했던 해인 1945년 故 김귀련 은퇴권사와 결혼, 2녀를 뒀다.
고인은 1974년 포항기쁨의교회(전 포항북부교회) 장로로 장립, 50년 간 장로(1997년 12월부터 원로장로)로 섬겼다.
동생(훗날 홍바울 목사)의 전도로 신앙생활을 시작한 고인은 훗날 군위군 매성교회를 섬겼다. 캠벨(감부열) 선교사가 순회예배를 드릴 때 그의 집을 교회로 내어줬다.
포항으로 이사 온 후에도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고인은 1956년 포항북부교회에 등록한 뒤 교회학교 교사, 교회 기도소 섬김이 등으로 섬겼다.
2004년부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까지 은퇴자 중심의 성우회를 운영하며, 매일 나라와 교회를 위해 중보기도 해왔다.
장례식에 참석한 80대 교인은 “장로님은 70년대 북부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흥해까지 버스편으로 이동, 다시 5~6km를 걸어 목사님이 없던 양백교회 예배를 6개월간 인도하셨다”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고인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기쁨의교회 4공동체 한 교인은 “한날 소천하신 장로님 부부를 보면서 교인의 죽음이 슬픔이 아니라 기쁨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며 “우리도 언젠가 우리 본향인 천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저 역시 아픈 곳이 없는데도 이상하리 만큼 과거와 달리 죽음에 대해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주 평안하다. 교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믿음의 눈으로 천국에서 받을 상급을 바라보며 더욱 주님께 충성하자. 장로님 부부의 발자취를 따라 가자”고 말했다.
/언론인홀리클럽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