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지변 선후지변 大小之辯 先後之辯
함석헌
분(分)이 크냐 초(秒)가크냐?
분(分)이 크다
초(秒)가 크다
분(分) 크다는 너는 공간이냐 형상이냐?
초(秒) 크다는 너는 시간이냐 의미냐?
분(分)의 하는 말 - 모든 초(秒)는 내 소유 아니냐
초(秒)의 하는 말 - 분(分)이야말로 내 낳은 것 아니냐
네 말분(分)만치 옳고,
네 말초(秒)답게 옳다
그러나 싸움 일었구나
싸움 일어 ‘그’는 도망갔구나
‘그’ 도망가서 다 죽게 됐구나
개인 먼저냐 사회 먼저냐?
여기도 싸움 일었다
저 싸움보다 더한 말 안 될 싸움 일었다
초(秒) 가르고 분(分) 갈라 콕콕 찌르는 다툼질에
'그’ 도망가시더니
개인 일어나고 사회 벌려서 물고 차는 판에
세상은 죽검 즈르르한 수라장 됐구나
형상아 의미야!
네 '대’(大)와 네 '대’(大)서로 다르지 않으냐?
왜 한 말을 쓰면서 서로 딴말을 하느냐?
너와 너 한 형제 아니냐?
한어머니 현빈(玄牝)의 아들 아니냐?
한 형제라오 그러하다오
그러나 우리 어머니께 배운 말이라오
우리 어머니 혀끝이 갈라져
안팎으로 겹쳐진 말을 한다오
말할 수 없는 꿀 삼키고 난 맘을 말로 하자면
갈라진 혀로 짜내는 겹쳐진 말이 필요하다오
이것을 대(大)람 대(大)
저것을 소(小)람 소(小)
하고 보면 말은 하나마나 아니냐?
이것을 대(大)라면 저것이 소(小)될 밖에
저것을 대(大)라면 이것이 소(小)될밖에
안에서는 네 크지,
밖에서는 네 크지,
들어붙은 안팎 가를 길 없어,
이편저편 뒤집으며 그저그저 크다 크다
말끝에 속은 형제 맞들이하는 판에
이것저것이 다 녹아나고 말았으니
대소지변(大小之辯)을 놀리는 놈아,
선후지변(先後之辯)을 가르는 놈아.
너는 잡놈 아니냐 협잡꾼이 아니냐?
꿀 먹으면 벙어리 안 된다더냐,
네가 변(辯)이 무슨 변(辯)이냐 말을 말어라
대소(大小)는 없다 없어
무대소(無大小) 같은 대소(大小) 누가 냈느냐
이브가 낳았다네
동산에서 낳았다네
살 중(中) 살 뼈 중(中) 뼈라 얼빠져 취하는 아담을 뉘여 놓고
생명나무 아래 낮잠을 자다가
실 같은 뱀 콧구멍으로 사르르 기어들어
사사로이 모르게 밴 아들을 가만히 낳아
맏이니 둘째니 네 아들이니 내 아들이니 속이고
늘었다 줄었다 하는 그 팔로 셋을 얽어
끊일 줄 모르는 쌈판으로 내몰았다네
가시밭으로 헤매게 했다네
대소(大小)는 그러기
아버지 맘은 아니어!
우리 아버진 대소(大小)를 모르시어!
분별을 모르시어!
대소(大小)는 사심(蛇心)에서 나온 것이어,
사심(私心)에서, 사심(邪心)에서 나온 것이어!
깜작일 줄 모르는 뱀의 냉랭한 눈
털끝 같은 구별을 갈라내지만
말없이 두꺼비처럼 껌적이시는 아버지 눈에선
인자만이 언제나 뚝뚝 듣을 뿐이어!
대소(大小)를 안 보시는 아버지
선후(先後)인들 알아보실까
맏이 어디 있고 둘째 어디 있느냐
다 한가지 후사(後嗣)로만 여기시더라
선후를 다툼 리브가의 적은 맘이오
아버진 눈 감고 축복만을 하신다
대소지변(大小之辯) 대소변(大小便)이오
선후지변(先後之辯) 한가지 변(便)뿐이더라
살고 남은 배설이오
통키 위한 편법이지
살 속 뼈 속에 박아둘 것 아니니라
대소변(大小便) 같은 대소변(大小辯)에 배톱을 내는 자는 누구냐
오줌똥 같은 선후 밤낮 가리는 자는 누구냐
아니 볼 수 없으리라마는
보아서 버리자 함이오
담아둘 것 아니니라
대소(大小)변에 막힌 맘 부르다 부르다 터질 것이오
선후 차례 가리기에 분주한 맘 가리다 가리다 꺼꾸러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