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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일기:
* 일단 제 상황을 정리해서 얘기한다면,
2008년 12월 1일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갑상선 초음파에서 혹이 발견되어
건강검진센터(KMI)에서 1차로 세침검사하고,
갑상선암으로 의심되어 강남성모병원에서 수술 날짜 잡고,
세침검사 한 번 더 하고 PET-CT까지 찍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직장에서는 내 생일날 구조조정 예고를 듣고,
갑상선암 수술을 일주일 앞두고 나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2년 약정으로 5개월 전 빌렸던 회사 대출금 1천5백만원(전세금으로 빌림)을
퇴직일(2.28)까지 갚으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마음을 가진 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2.1-입원 첫째 날]
입원 첫째날은 링겔도 꽂지 않고 노트북을 들고 가서 만화책을 보았습니다.
저녁에 어머니가 보호자로 오셔서 저녁에 갑상선외과에 내려가
초음파를 다시 하고, 세침검사와 PET-CT 결과, 수술 등에 관해 얘기를 들었습니다.
건강검진센터에서 세침검사한 결과는 악성-암으로 나왔는데,
강남성모에서 세침검사한 결과는 양성-암이 아닌 걸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내일 수술해야 알겠지만, 양성일 경우 갑상선 반절제하고
악성일 경우는 갑상선 전절제를 한다고 합니다. 전이는 되지 않았다고 하고요.
결과를 듣고 밤에 누워서 자는데 갑자기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내일 수술했는데 암이 아니면 어떻게 되나..
회사 대출금 1천5백만원을 갚아야 되는데..
암 판정받아서 보험금이 안 나오면 그 돈을 어디서 갚아야 하나..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나..은행권에서 대출이 되나 어쩌나..
어째서 나는 수술 하루 전에도 내 건강에 대해서 온전히 걱정하지 못하고
돈 걱정을 해야 되는지..남들은 암이 아니라고 하면 좋아할 텐데..
그런 생각에 서러워지더라고요.
그래, 마음을 다잡자. 암이 아니면 좋은 거다. 암이 아니기를 바라자.
나는 씩씩해야 하니까..
그러면서 꽃보다 남자에서 'Lucky'라는 노랠 하염없이 흥얼거렸습니다.
요즘 꽃남에 빠져 있는 관계로..노래가 주는 메시지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서러워지고 눈물이 납니다.
차라리 딴 생각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수술을 하고 보니 암
-게다가 임파선 전이되어 갑상선 전절제에 임파선도 약간 절개했다고 하고요.
결과를 듣고 정말 짜증나더군요.
애써 마음 다잡아놨더니..역시 재수가 없어..
[2.2-수술. 입원 둘째 날]
일어나자마자 오전 8시에 제일 처음으로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 계열 병원인 게 이 때 좋더라고요.
침대차에 누워서 수술실로 향하기 전에 담당 간호사가 오더니
기도를 해 주겠다면서 내 손을 꼭 잡고 수술 잘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해 줍니다.
서로 일면식도 없던 사이인데..제 종교가 천주교는 아니지만 왠지 고맙더라고요.
눈이 안 좋아서 안경쓰는데 수술실은 안경 벗고 들어가잖아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수술실에 들어가서 기다리면서 누워 있는데,
갑자기 수녀님이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또 나를 위해 기도를 해 줍니다.
수술실 안에는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어서 불안했는데
수녀님이 기도해 주시니까 기분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리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라디오 같은 매체에서 막 예배를 하고..
그리고 들어갔는데 어제 만났던 레지던트가 있고..간호사가 저에게 막 말을 시키더라고요.
전에도 글을 썼지만 강남성모병원의 불친절함에 화가 많이 난 상태였는데
갑자기 수술실 안에서 친절하게 이것저것 묻고 하니까 당황되더군요.
-이 때도 송병주 교수를 못만났습니다. 수술 전날에도 못봤고요.
수술 끝나고 나서도 그 날 회진 도는 의사는 다른 분이더군요.
마취되고 나서는 들어오셨겠죠? 아직도 누가 수술을 했을까..하는 의문이 남곤 합니다.
얼굴이 따끔하면서 잠들었고, 깨어 보니 회복실..
갑자기 기침이 미친 듯이 났습니다. 목감기 걸린 것처럼요.
기침 난다고 말했더니 기침해도 된다고 해서 기침을 하고요.
산소호흡기를 씌워줬는데 오히려 숨쉬기가 힘들어서 제가 치웠어요.
최단속도로 회복실에서 나왔습니다. 엄마 말로는 30분도 안 돼서 나왔다고 하더군요.
남들은 1시간-1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해서 어디 갔다 오려고 엘리베이터로 갔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회복실에서 나온 내 침대차가 있어서 깜짝 놀랐대요.
수술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 였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고통을 상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깨 보니 그냥 심한 목감기 정도..
아 역시 인간이란 상상력이 있어서 공포심을 느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실로 돌아와서..침대로 옮겨갈 수 있냐고 해서 일어나려 했더니 갑자기 아프더군요.
그래서 남자 직원이 옮겨줘야겠다고 해서 그냥 누워 있는데
우리 엄마 보고 나를 같이 들자고 하는 겁니다.
내 몸무게를 알고 있던 나는, 그냥 아픔을 무릅쓰고 일어나 내 힘으로 누웠습니다.
무조건 진통제를 맞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진통제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간호사가 진짜 아프냐? 정말 죽을 만큼 아프냐? 계속 물어보는 겁니다.
사실 죽을 만큼은 아니었지만 아픈 것보단 안 아픈 게 나으니까..아픈 척 해서 진통제 맞았습니다.
그런데 4시간 동안 물도 못먹고, 게다가 잠도 자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잠도 안 자고 물도 못먹고 4시간 동안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엄마에게 노트북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식은땀을 철철 흘리며 꽃보다 남자 만화로 다운받은 걸 봤습니다. 앉아서요.
간호사가 와서는 '아직 수술 안 들어가셨죠?'라고 하길래
방금 전 수술받고 들어왔다고 했더니 화들짝 놀라더군요.
엄마도 수술받자마자 앉아서 만화 보는 애는 네가 처음일 거라더군요.
그렇게 4시간이 지나고 물을 먹고, 죽이 식사로 나와서 다 먹었습니다.
씩씩해지지 않으면 안 돼..! 마음 속으로 이렇게 외치면서요.
그 날 회진 돈 의사는 송병주가 아닌 채병주 교수..
이름표를 계속 바라보고 있던 생각이 듭니다.
정말 송병주 교수가 나를 수술한 것일까? 한 번도 못봤는데..?
막 자꾸 그런 의심이 들었지요.
근데 수술은 잘 된 것 같더라고요.
다른 분들 후기처럼 온몸이 저리는 증상은 없었습니다.
약 30분 가량 오른쪽 손이 저렸는데요.
손발이 같이 저린 게 아니면 수술 때 계속 짓눌러서 저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
목소리도 정상으로 나왔고요.
왠지 하얀거탑 장준혁 교수가 생각나더라고요.
불친절하지만 수술은 잘 하는군..
그래도 첫날이 제일 아프다고 했으니까 내일부턴 나아지겠지..
생각하며 밤 11시경에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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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명:갑상선암. 갑상선결절. 갑상선기능항진증.갑상선기능저하증.갑상선염.갑상선암 동위원소치료.갑상선질환,
갑상선동위원소, 동위원소치료저요드식, 등등의 병명(병의 종류, 병의 이름)
★★★갑상선 전문 카페 - 갑상선암,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결정
★★★ http://cafe.daum.net/thyroid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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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오이님, 고생하셨습니다. 자세하게 그 동안의 경과와 수술 일기를 써 주셔서 같은 처지에 있는 회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쁜 닉네임처럼 앞으로 즐겁고 행복한 예쁜 생활 이어가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아오이님 수고하셨어요. 저랑 같은 날 수술하셨네요. 4시간 동안 가만 누워있고 물 못 마시게했다니... 정말 좋은 병원이네요.. 우리는 13시간 꼼짝도 못하게 하고 대소변 받아내라고 하고 하루종일 물도 안주고 다음날에는 하루종일 물만 먹으라고 수술 3일째부터 죽 주더군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부럽네요..
전 수술할 때 다른 사람들은 소변줄 꽂는다던데 그런 것도 없었어요. 전 다음 날 바로 밥이 나왔는데..병원마다 역시 처방이 다른 것 같아여..
^__^ 확실히 젊어서 그런지 마음속 표현을 잘 하시는것 같아요...나도 암이 아닐수도 있다고 해서,,암이면 보험금 타고,,양성으로 나오면 암이 아니니 기뻐하자!!~~그런 마음으로 수술에 임했었거든요~~물론 나도 암으로 판정^^ 수녀님께서 친히 수술앞두고 기도를 해준다고 하니..정말 너무너무 좋다는 생각이드네요~~근데,,담당의사 얼굴이 안보인건 큰실수같네요~~저두 요즘엔 '꽃남'을 보며 싱글거리고 있긴한데,,,환타지라그런지 지루할때도 많아서 집중은 잘 안되더구요...ㅎ
성모병원 불친절한 거에 저도 공감합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친절한 거 같던데 집에서 젤 가까운 병원이 성모라서 거기 댕기고 있는데 좀... 수술 다 하시고 꽃남 보신다고 하신 분 부럽네요. 전 꽃남에 빠져서 아무것도 모른채 잘 지냈었는데 난데없이 ㅠ 성모에서 내시경이나 로봇 하신 분 쪽지 좀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