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언제나 가고 싶은 둘레산길, 대청호반길을 위하여
20년 전 대전둘레산길을 개척하며 길을 만들 때만 해도 그 길은, 대전이라는 분지를 한 바퀴 도는 단선적인 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구간마다 그 주변에 숲과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그린벨트’, 녹색 쉼터 연쇄를 이루고 있다.34) 그렇다면 138km를 열두 구간으로 단순히 빠르게 주파하는 걷기가 아니라, 주변의 숲과 공원을 함께 즐기는 걷기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대둘>이 처음으로 대전둘레산길을 개척할 때 설정한 기점과 종점이 있지만, 실제로 걷다 보면 들머리 진입부 거리와 날머리 탈출로 거리가 상당히 긴 곳이 여러 곳이다. 예를 들면 1구간이 보문산 청년광장에서 시작하는데 한밭도서관 버스 승강장에서 내려 청년광장까지 가는데 1km 이상 걸어야 한다. 5구간이 계족산 용화사 주차장에서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거기로부터 읍내동 후곡공원까지 버스 타러 나오는데도 20분 이상 소요된다. 이래저래 따지다 보면 전체 거리가 약 150km 정도 될 것이라는 게 <대둘> 회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둘>이 진행하는 시민 안내산행 때에는 2021년부터 대전둘레산길을 18개 구간으로 세분화하여 진행하고 있다. 구간당 거리도 줄이고 주변의 산림욕장이나 공원을 즐기며 걷자는 취지인데 동행하는 시민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 대전시에서는 이미 제7호 국가숲길 제정을 계기로 둘레숲길 60km정도를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35) 그렇게 된다면 전체 길이는 200km가 넘는다. 차제에 둘레산길을 열여덟 구간으로 공식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산림청에서는 태안부터 울진까지 가칭 ‘동서트레일’길을 조성하고 있다. 그 길에 대전둘레산길 5, 6, 7구간, 즉 금병산길, 계족산과 황톳길과 추동-세천동-오동의 대청호 오백리길이 포함된다. 당연히 이를 활용하여 그 구간을 관광과 레저문화의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야영장, 쉼터, 안내판은 물론이고 대피소, 민박 등의 숙소, 생태마을, 체험마을 등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역경제 활성화나 안내센터 운영과 해설사 활용 등을 통한 고용창출 효과도 얻어질 것이다.
대전시는 아울러 테마숲길 조성도 계속하고 숲길 지원 시설도 만들 계획이다. 물론 벤치 증설, 안내판 개보수, 파고라, 조망터 만들기 등 하드웨어적인 사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많은 시민과 전국적인 방문객 유치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가까이 금산군 남이 자연휴양림이나 울산 태화강 국가 정원, 순천 국가 정원 그리고 제주도 올레길을 가보면 디지털과 미디어 파사드 등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한 3D 영상이나, 가상 체험, 영상을 통한 길과 정원, 그리고 지자체의 홍보가 매력적이다. 또한 놀이와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여러 군데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전의 공원이나 둘레길은 아날로그적인 노선 정비, 계단, 난간 보수, 이정표 설치에 그치고 있다. 과학의 도시 대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대청호 오백리길 중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4구간 명상정원을 가봐도, 산과 호수가 만들어낸 천혜의 풍경과 조망에만 의존할 뿐이지 과학 기술 디자인의 혁신적인 발달을 반영하는 볼거리가 전혀 없다. 젊은이들, 방문객들, 관광객들의 기호와 취향이 디지털화하고 있다. 그들을 선도하지는 못하더라도 따라잡을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구역별로, 예컨대, 큰금계국 정원, 수국정원, 작약정원, 라벤더정원, 배롱나무 정원, 메밀꽃정원, 은행나무 정원, 국화정원, 코스모스정원, 보리밭 정원, 밀밭 정원 등 시 차원에서 특색있는 분산과 배치를 기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아울러 대전의 3대 하천으로 방문객을 유인하는 방안도 모색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대전둘레산길에는 화장실이 매우 부족하다. 화장실을 증축함은 물론 화장실이나 조망터 혹은 가로등을 지날 때, 자연스럽게 대전의 음악, 노래, 혹은 시가 나지막하게 들리면 좋겠다. 1구간이나 5구간을 지날 때 ‘대전부르스’가 들릴 수도 있겠고, 4구간 끝 세천공원에서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주인공 송중기와 송혜교의 명대사들, 예를 들어 “의사면 남친 없겠네요? 바빠서.”, “군인이면 여친 없겠네요?, 빡세서.” 같은 대사가 나오면 좋겠다. 5, 6구간에서는 신안동 출신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 풍물 장단이 흘러도 좋을 것이다. 또한 금병산 구간이나 갑하산 구간에서는 충남대학교 출신 가수 신승훈의 노래들이 들린다면 어떨까. 아니면 대전 출신 시인들의 시가 낭송되어도 좋을 것이다.
9. 나가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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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구간 보문산 행복숲길, 2구간 만인산자연휴양림, 3구간 상소동 산림욕장과 야영장, 4구간 세천공원, 5구간 길치공원과 장동산림욕장, 계족산 황톳길, 6구간 금강 억새길, 7구간 수운교천단과 하기숲 캠핑장, 8구간 갑하산 순환로와 현충원, 9구간 수통골 10구간 성북동산림욕장, 숲체험원, 방동저수지, 11구간 노루벌 적십자생태공원, 12구간 뿌리공원과 사정공원.
35) 원정동 장태산 구간 29.4km, 어남동 신채호 구간 13.2km, 계족산성 구간 10.2km, 성북동 백운봉-방동저수지 구간 6.9km를 확장하려는 계획.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마무리 '나가면서'가 기다려집니다.
대전둘레산길에는 아름다운 노래와 장단에 맞춘 풍물과
사연깊은 스토리가 있어 더욱 걷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