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져요 팔마비
김양순
순천문화원에서 기획한 ‘실버 스토리텔러’ 교육을 최근에 받게 되었다. 문화원에서 발행한 <순천지역 옛이야기>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을 유치부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주제와 관련된 놀이체험을 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여러 가지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이 끌리는 게 바로 팔마비 이야기였다. 고려 충렬왕 때 승평 고을 부사를 직임했던 최석 부사의 청백리 정신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공직자들이 지녀야 할 필수요건이자 귀감이 될 만한 미담이라고 본다. 그가 승평고을 부사직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고을 사람들이 마련해준 여덟 필의 말을 받지 않겠다고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말들을 데리고 떠났던 심정을 헤아려본다. 당시 원나라의 부마국이 되어버린 고려 후기,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은 말도 못하게 고달팠을 것이다. 그런 속에서 마련했을 여덟 마리의 말. 임기를 마친 부사들이 떠날 때마다 번번이 말을 바쳐야 했던 폐단 때문에 고을 사람들이 겪었을 답답함, 억울함 같은 것을 최석 부사는 충분히 헤아렸으리라. 일종의 전별금으로 주는 말들을 받기엔 양심이 편치 않았을 테고, 끝까지 거절하자니 그 동안의 관행을 거스르는 거 같아 몹시 난감했을 거 같다. 개경으로 돌아간 최석 부사가 말 아홉 마리를 되돌려 보낸 이야기는 참으로 가슴 훈훈하게 한다. - 승평고을에서 데리고 온 말 중에서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기 때문에 그 망아지도 함께 보내는 까닭은 그 망아지 또한 승평고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편지 내용은 철저하게 탐욕을 경계하는 최석 부사의 청백한 정신이 뚜렷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최석 부사의 정직한 처사에 감동한 승평고을 사람들이 팔마비를 세운 것 역시 참으로 귀하고 멋진 일이다. 한 사람의 고위 공직자가 보여준 선한 행적을 기리기 위해 비를 세우고 그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2016년부터 순천 시민으로 살아오면서 ‘팔마’라는 단어를 무수히 만났다. 팔마체육관, 팔마교, 팔마초등학교, 팔마중학교 등. 하지만 팔마라는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심지어 올해 팔마문학회 회원이 되고나서도 팔마의 뜻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실이 부끄럽다. 하지만 실버 스토리텔러 교육을 받는 동안 내 마음에 변화가 일었다. 이렇게 멋진 역사적 실화 팔마비 이야기를 유치부 새싹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이다. 중앙시장 근처 순천 문화재단 앞에 있는 팔마비와 죽도봉에 있는 팔마탑을 사진 찍어 확대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팔마비 이야기를 읽어주면서 아홉마리의 말그림, 팔마비, 팔마탑 사진을 보여주자 여러 아이들이 말했다. “팔마비 많이 봤어요. 시내에서” “아빠랑 산에 갔을 때 그 탑 봤어요.” 눈을 반짝거리며 대답하는 아이들 반응에 뿌듯했다. 앞으로 여러 번 팔마비 수업을 할 예정인데 그때마다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될 거 같다. 팔마비에 새겨진 정직의 가치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순천 시민들의 정신적 자양분이 되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순천 시내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팔마라는 단어와 팔마에 담겨진 의미. 그 감동적인 내용을 알게 되는 시민들 가슴마다 뿌듯한 자긍심과 애향심이 차오를 거 같다. 모쪼록 팔마비에 새겨진 아름다운 뜻이, 순천을 상징하는 멋진 명함으로 길이길이 이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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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팔마비의 유래 처음 접합니다^^
배워 주셨어 감사합니다~~^^
순천뿐만 아니라 전국에 귀감이 될 일입니다. 갑자기 순천에 한 번 가고 싶군요.
잘 계시죠. 요즈음은 순천에 계시는군요. 늘 건강하십시오.
바다가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바다 내음이 물씬한 고장 순천!
언젠가 순천 송광사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오래되었지만 유일한 절친의 고향이 순천이었다는 생각이 나네요.
팔마비..., 즐감하고 담아갑니다.^^*~
순천으로 이사온 지 십 년 가까이 되고보니 저도 이제 순천 사람 다 된 느낌이 듭니다.
며칠 전엔 흑두루미 천국이 된 순천만 갈대밭에 갔더니 수천 마리 흑두루미, 청둥오리들 세상이 펼쳐져 있더군요.
겨울 철새들을 위해 논에 있던 전봇대들을 뽑아내고 편안한 안식처를 마련해준 순천 시민들이 좋은지
몇 해전까진 일본에 가서 겨울을 나던 흑두리미들마저 순천에 머무르게 되어 순천만 갈대밭은 그야말로 흑두루미들 천국이 된 듯합니다.
박말이님, 행전 선생님, 청송님 감사합니다.
청도 문학 회원님 모두 행운 가득한 새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예~~저도 감사합니다^^
내내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