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가 열리고 나서 일주일이 지난 후, 사이훙과 두 사형은 대사부를모시고 화산 밖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느 날 새벽 행장을 꾸리라고 사부가 넌지시 일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이 아주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사부는 화산의지배권을 진엔니아오에게 양도하지는 않겠지?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도교 수행자의 겸허한 의미를 되새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사이훙은 사부가 어쩌면 반대운동을 벌일 목적으로 다른 도관들을규합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등짐을 메고 흔들거리는 시안행 기차에 오르면서, 사이훙은여행의 목적을 공적인 것으로 단정지었다. 그들은 지금 탁발 여행을 가는길이라고.
탁발이란 일 년에 최고 네 차례 모든 도교 수행자가 다니는 여행을 이르는 통칭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 여행은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도교수행자들은 행렬을 지어 근처 마을을 돌곤 했다. 때로는 소그룹을 짜서또는 도교 수행자 혼자서 장거리 여행에 오르기도 했는데, 다른 도관을방문하고 후원자들에게 기부금을 내도록 간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구걸은사회적으로 용인 받은 일이 못 되었다. 근면하고 실용적이며 양심 바른사람들은 자립 생활을 못하는 자들을 거지로 간주했다. 그들은 자기들 눈에 게으른 부랑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굳이 자선을 베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도교 수행자 차림의 거지를 대한다고 해서 그들의 판단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더러는 대문에 <불교 승려, 도교 수행자 절대 사절>이라고 쓰인 팻말을 붙일 정도로 불만이 컸다.
아시아 다른 지역의 종교인들과는 달리 화산의 도사들은 하루하루 끼니를 청하는 것이 아니었다. 보시 사발은 하나의 상징물이었다. 탁발은 현금, 곡물, 기름 또는 다른 선물을 기부해 주도록 간청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종종 탁발의 규모는 그저 한 공기의 시주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도사들은 과거의 연줄이나 소개를 통해 부유한 후원자를 방문하여 도관 건축, 개축 또는 다른 대규모 사업에 필요한 기금을 모금하였다. 화산은 이탁발에서 나온 수익금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귀족 가문의 아들로서 사이훙은 구걸에 대한 선천적인 혐오감을 지니고있었다. 문전걸식하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자신이 서민들 앞에서 순한양이 되어 애걸하는 입장이 된다는 사실이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시주여행은 대모험으로도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여행 중에 친구를 찾아갈 수있기 때문이다. 사이훙은 마을로 내려올 때마다 도관에 헌금하도록 요청하면서 어슬렁거리며 다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이든 말을걸고 나서 그에게서 부탁을 받게 되면 도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곤 했다.
점, 굿, 한약 처방, 안마 요법, 서예, 결혼식, 장례식과 기타 잡다한 축수 등등이 있었다. 화산에 기부금을 준 대가로, 사이훙 자신에게 성찬을베풀어 준 대가로 봉사하는 것이었다.
사이훙은 자유롭게 여행하기를 좋아했다. 이 홀가분한 느낌은 어느 정도 걸식하는 괴로움을 덜어주었다. 탁발 도교 수행자로 있는 동안 여행할수 있는 장소에 제한은 없었다. 탁발 도교 수행자로 있는 동안 여행할 수있는 장소에 제한은 없었다. 사이훙은 힘들여 얻은 것들을 작은 노새에싣고 중국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녔다. 방랑하는 도인은 엄격한 도교 수행자의 계율을 준수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여행 온 김에 중국의 풍부한 요리를 시식하고 혼자서 무술을 탐구하였다.
마을을 하나씩 돌면서 포교를 하곤 했다. 하지만 동시에 후원자의 대저택이나 사치스러운 찻집, 무술을 함께 익힌 친구들의 집에서 부자들의 취향을 음미하곤 했다. 산에 있을 때 그는 불쌍한 수련생이었다. 하지만 도시에 오면 존경받는 일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시내에서 사이훙과 같은계급의 도교 수행자를 만나는 것은 아주 드물었다. 대사부를 만나는 일은더더욱 희귀했다.
기차 안의 많은 사람들이 하산한 도인들을 알아보았다. 하산이라는 말을 하면서 사람들은 마치 사이훙이 하늘로 가는 길목인 신선의 집에서 내려온 특별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경외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민속에는 신비한 방법으로 자신을 연마한 초자연적 존재에 관한 전설과 신화가많이 있다. 초자연적 존재는 미신적 경외감과 존경심을 흠뻑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인을 성인으로 볼 뿐 아니라 세상 사람을 깜짝놀라게 할 만한 괴력을 부릴 수도 있는 신비스러운 존재로 보았다. 화산에서 온 대사부의 출현은 아주 특별한 사건으로 간주되었다. 살아 있는성인이 산에서 내려왔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그러나 경외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호기심을 채우려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다.
뤄양발 열차의 종착역인 시안은 더러운 곳이었다. 시안역은 인파로 들끓었다. 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네 사람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동화 속에 나오는 듯한 도인들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점점더 가까이 다가왔다. 몇몇은 뻔뻔스럽게도 시자들의 옷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광목에 불과했지만, 그곳 사람들은 대개가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한올이 아주 고운 천이었다. 네 사람이 역을 빠져 나오려고, 하자 여러 명이 축수를 원하거나 자신들의 앞날에 관해 물었다.
두 사형은 대사부의 양쪽으로 붙었다. 그리고 팔을 내밀었다. 걸어가는동안 노사부의 몸을 받쳐 주는 것이 관례였다.
[사부님, 허락해 주십시오.]린 쭝우가 말했다.
대사부는 이 말을 듣고 모욕감을 느꼈다.
[너희들, 내가 이런 관례를 싫어한다는 걸 알지.]사부가 낮게 말했다.
[이것은 전통입니다.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칭 수이셩이 말했다.
[내가 늙었단 말이냐?][사부님, 역을 떠날 때까지만이라도 제발.......]린 쭝우가 사부에게 매달렸다.
[이제는 나를 가지고 놀려 드는구나! 하긴 저들을 실망시킬 수도 없지.]사부는 시자들의 부축을 받아들이고 앞을 내다봤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시안역을 메운 엄청난 군중의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사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관의 문이 닫히기 전에 도착하려면 이 군중 속을 뚫고 나가야만 하겠구나. 사이훙은 풀어야겠어.]사부가 말했다.
[네, 사부님?]사이훙은 힘이 솟았다. 대사부는 손짓을 했다. 사이훙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부 앞으로 뛰어나와 군중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도인의 모자를 건달패처럼 비스듬히 썼다.
[미안합니다만, 우리는 가야만 합니다. 내일 시내에 가면 그대 우리를보러 오십시오.]이렇게 소리치면서 사람들을 떠밀어 군중 속으로 길을 뚫었다.
사부와 두 시자는 사이훙 뒤를 바짝 쫓았다. 밀려드는 구경꾼들의 물결을 뚫을 방법은 그 방법뿐이었다.
<서쪽의 평화>를 의미하는 시안은 전에는 <영원한 평화>라는 뜻을 가진 장안으로 불리던 도시였다. 이 아름다운 고도는 고색창연한 중세의 성벽과 그 성벽을 둘러싼 해자 너머까지 뻗어 있었다. 이 도시는 마치 자체의 역사와 문화를 안에 다 담아 낼 수가 없었다는 듯, 천천히 팽창하여 마침내 중국 북서부 최고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였다. 중국고대 8대 수도의 하나로서 11개 왕조의 중심지 역할을 단속적으로 수행해왔다. 11개 왕조중에는 주, 진, 한, 수, 당이 포함되었다. 시안은 번창한상업, 제국의 힘, 기름진 옥토를 배경으로 다민족이 모여 찬란한 문화를꽃피웠다.
시안은 다른 수도들과는 달리 비옥한 황하 유역에 자리잡고 있는 고대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했다. 초기 원시 부족사회였던 곳이 평원의 기름진침적토에 자리잡아 거대한 강으로부터 힘을 얻어 번성한 것이다. 마침내정착 인구가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 도시의 하나로 발전했다. 시안은 북부사막을 거쳐 인도와 페르시아로 통하는 길인 그 유명한 실크로드의 종착지가 되었을 때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지리적인 비옥함과 이 지역에 거주하는 이슬람인, 인도인, 페르시아인들의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해도시의 인구는 크게 불어났다. 그들은 독특한 예술품, 종교, 생활양식을가지고 들어와서는 문화의 울림이 깊은 도시 시안을 건설하는 데 크게 공헌하였다.
시안은 3대 종교가 공존하는 도시였다. 도교와는 별도로 회교 인구도상당히 많았다. 회교 신자들은 머리에 흰 천을 두르기 때문에 확실히 구별할 수 있었다. 시안에는 회교도들이 고대에 세운 모스크 사원이 있었다. 모스크 사원은 한자 옆에 나란히 쓰여진 아랍 문자를 제외하면 중국의 전통 사원처럼 보였다. 불교 역시 수많은 사원을 축조했다. 가장 유명한 기념비적인 건축물은 홍안탑이었다. 이 탑은 독실한 불교 승려인 삼장이 인도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면서 가져온 경전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것이었다.
황토 먼지로 뒤덮인 채 수세기 동안 자리를 지켜 고대 사원과 탑은 도시의 건축과 외형상 나타난 특징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였다. 진흙이나 벽돌로 지어진 단층의 대형 건물 역시 수백 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들이었다. 또 수많은 길들은 복잡한 미로를형성하였다. 낮은 성벽 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있는 짧은 길들은 만화경속의 풍경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의 민족들이 다니는 통행로였다. 노인과젊은이가 지나갔다. 행인은 모두 생김새와 키, 얼굴이 제각각이었다. 그중에서도 사이훙은 수염을 기른 페르시아인, 얼굴이 네모난 시골 여인,턱이 각진 몽고인, 가냘픈 모습의 도시 여인과 기형적인 생김새의 거지들, 커다란 흰 터번을 두른 회교도 그리고 뺨에 장밋빛이 감도는 어린이를 보고 완전히 매료당했다. 거리를 인간의 물결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들은 상청관에 당도했다. 인파로 북적거리는 빈민가 중심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관이었다. 태양은 저물어 어느덧 지평선과 맞닿아있었다. 불타오르는 황금빛이 도관의 정문을 밝게 비추었다. 아직은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산들바람은 석탄과 장작불 위에서 지글대는 저녁 식사의 열기로 인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들의 도착을 전해 듣고 도관의 주직과 시자가 문 밖으로 마중나왔다. 주직은 진지해 보였고 숱이 적은 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었다. 그들은 높은 신분의 대사부를 보고 경의를 표하기 위해 고개를 깊이 숙여절을 했다. 야위었지만 자세가 꼿꼿한 주직은 긴 소매가 마루까지 닿는푸른 도복에 이르기까지 빈틈이 없었다. 그는 상냥하게 일행을 안으로 맞아들여 마실 차를 대접했다.
사이훙은 감명을 받았다. 이 도관의 주직은 도시에 살면서 신도들의 종교적 요구를 보살피는 일차적인 임무를 수행했지만, 그 어떤 수행자보다도 엄격하고 고결했다. 그 점이 사이훙의 마음에 친숙하게 와 닿았다. 자신의 종교와 결코 타협하지 않는 절대적인 신념이 몸에서 우러나왔다.
사이훙은 대사부가 밤을 새우면서 철학에 대한 토론을 벌일 것이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정중히 차를 마신 후, 적당히 둘러대고마구간의 문이 닫히기 전에 노새를 빌리기 위해 사원을 떠났다. 대사부는혈기 왕성한 청년을 붙잡아 앉혀 두지 않을 정도의 이해심은 있었다.
허락을 받은 사이훙은 기뻐하며 문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근처에서음식점을 찾아냈다. 커다란 바구니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있었고 큰기름통에서는 기름이 끓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콤한 콩으로 속이 채워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빵을 샀다. 향긋한 냄새를 코끝으로 음미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흥분하여 빵을 한 입 덥석 깨물었다.
달착지근한 콩가루의 감촉을 혀로 느껴 보았다. 그는 동전을 몇 닢 더 꺼내서 빵 세 개를 더 샀다. 그리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 흥분한 나머지 그만 두 남자와 충돌할 뻔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웃옷의 단추를풀고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어서 보기 민망했다. 팔 소매는 거리낌없이둘둘 말아 걷어붙이고 있었다. 한 명은 비뚤어진 얼굴에 긴 코가 찌부러져 있었다. 뾰족한 턱 밑에 난 상처는 귀까지 이어져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잘 생긴 얼굴에 이빨도 희고 가지런했다.
[앞을 잘 보고 걸어라, 이 빌어먹을 도사야.]잘 생긴 사람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사이훙은 분기가 왈칵 솟구치는것을 느꼈다.
<재미 삼아 이 두 놈을 좀 패줄까?>속으로 생각했다.
[그만둬라, 그만둬.]이번에는 험상궂은 사람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도사를 때리면 재수가 없단 말이야.][너 미신에 푹 빠져 있구나. 그 따위 미신을 믿고 있니?][아니 그렇지만 그만두자. 지금은 배가 고프니까.][좋아. 당장 여기서 꺼져 버려.]잘 생긴 사내는 사이훙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사이훙은 싸움을 일으키면 바로 옆에 있는 도관의 명예가 크게 손상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존심을 꿀꺽 삼켜 버렸다.
[젠장. 저 자식은 귀머거리가 분명해.]사이훙은 그 자리를 떴다. 비참했다. 맞서 싸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밤새 그를 괴롭힐 것이다.
사이훙은 음식점 몇 곳을 더 들렀다. 많이 먹으면 화가 풀어질지도 모른다. 몇 달 동안 겪었던 금욕의 고통을 보상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과자 조금, 기름에 튀긴 빵, 호두 몇 알과 말린 과일까지 그는 닥치는 대로 조금씩 급하게 먹어치웠다. 그래도 배는 반밖에 안 찬 것 같았다. 하지만 서두른다면 돌아오는 길에 마저 반을 다 채울 수 있을 것이고, 도관의 식사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얘, 야오야.]사이훙은 마구간에서 일하는 말구종에게 인사를 건넸다.사이훙은 노새를 세내기 위해 항상 이곳으로 왔다. 마구간 사람들은 그를 잘 알고 있었고 도사에게는 삯을 깎아 주었다.
[아버지 안에 계시니?][그럼요. 안에 계세요.]키가 큰 아이가 대답했다.
[아버지! 아버지! 화산에 계신 그 도사가 또 오셨어요.]아버지가 나왔다. 구운 거위같이 피부색이 검은 주인은 기골이 장대했다. 그러나 이빨은 부서진 성벽처럼 제대로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아! 친절도 하셔라! 오랜만에 이렇게 방문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산으로 올라가야 했거든요.]사이훙은 격식을 차려 말했다.
[독실하시군요. 이제 곧 신선이 되시겠소!]늙은 마구간 주인이 말했다.
[아저씨는 너무 친절하신 분이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사부님도 함께 하산하셨어요.][정말 놀랍군요! 경사가 났으니 틀림없이 성좌들이 조화를 맞추었겠지요. 사부님을 위해 튼튼한 노새가 필요하시겠습니다그려.][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요즈음은 노새가 조금 야위었지요. 기르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요. 하지만 살찐 놈으로 한 마리 아껴두었습죠. 달구지를 끄는 데 빌려주지는않았거든요. 그 놈을 가져가십쇼.]그는 아들을 돌아보고 큰소리로 노새를 데려오라고 했다. 오래지 않아갈색 노새가 시끌벅적하고 비좁은 마구간에서 끌려 나왔다. 사이훙은 노새를 보고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다. 병이 났을 때 붙이는 큰 헝겊 조각도 없는 것을 보니 금상첨화였다. 그는 노새에 안장을 달게 했다. 그리고노인의 손에 동전 몇 닢을 쥐어 주었다.
[몇 주일 후에 가지고 오겠습니다.][좋으실 대로 하십쇼. 그저 일일랑 너무 많이 시키지나 마시고요. 아시다시피 도관에서는 노새를 너무 혹사시키거든요.][그걸 리가 있겠습니까.][자, 출발하시죠.][복 받으세요.][저도 행운을 빕니다.]사이훙은 계획을 착착 실행에 옮겼다. 도관으로 돌아와서는 노새를 들여놓기 위해 옆문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려다가 도관의 남쪽 벽에 기대고서 있는 남자 두 명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빵집 앞에서 자기에게 모욕을준 자들이었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다가 사이훙을 보더니 외면했다. 사이훙은 살짝 도관으로 들어가 문지기에게 물었다.
[여보게, 전에 저 두사람을 본 적있나?][전혀 본 적이 없어요.]문지기가 대답했다.
[그런데 형님이 들어올 때 그들도 함께 오던데요.]사이훙은 그에게 노새를 넘겨주고 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베이징에서 떠들썩한 강도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쉰 목소리를 가진 자가 물었다.
[몰론이지. 누가 범인인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하지만 무술은기가 막히게 뛰어나다더군.][신문에서는 그를 가리켜 비천지주(:하늘을 나는 거미)라고 대서특필하지 않던가?][맞아. 이 지붕에서 저 지붕으로 뛰어넘기도 한다는군. 경찰이 두 번씩이나 덫을 놓았지만 오히려 범인한테 당했어. 권총까지 차고 있었는데 말이지.][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그는 두의 부하들 중 하나라는 거야. 그 놈의 악당은 북부 지방에까지 큰 세력을 떨치고 있거든.]쉰 목소리가 말을 마쳤다.
거리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 어서 가자. 준비를 해야 하니까.]쉰 목소리였다.
사이훙은 안타까웠다. 그 얘기를 좀 더 들을 수 있었으면 했는데.
사이훙, 대사부 그리고 두 시자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했다. 날은아직 어둑했다. 시안의 봄 날씨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운데 고맙게도오늘은 서늘했다. 그는 기울어 가는 초승달을 쳐다보았다. 동트기 전에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박쥐의 작은 그림자들이 초승달에 스쳐 지나갔다.
잠이 덜 깬 사람들이 어두컴컴한 새벽 거리를 배회했다. 몇몇은 손에등롱을 들고 더듬더듬 걸었다. 상점 주인들은 가게문을 열고 있었다. 도처에 널려있는 음식점은 난로에 불을 피우고 있었다. 개들이 잠시 기웃거리며 코를 킁킁거리고 짖어대다 도시의 광장을 가로질러 갔다. 광장에서는 남자 여자들이 모여 아침 체조와 태극권 수련을 하고 있었다. 한 뚱뚱한 남자가 봉을 들고 결연한 자세로 몸을 한 바퀴 휙 돌리면서 뛰어 올랐다. 그러나 동작이 너무 형식적이고 무기력해서 배의 노나 저을 수 있을것 같았다.
이른 새벽 거리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면서 대사부는 계속 침묵을 지켰다. 사부가 올라선 정신적 득도의 경지에서는 외계를 자유롭게넘나들 수 있었다. 희뿌연 새벽빛 속에서도 사부는 환하게 빛났다. 그는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조금도 괘념치 않았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려는 태도가 엿보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의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도인은 봉사할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베풀었고, 신자들이 내주는 기부금도 되는 대로 받았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시주로는충분치 않았다. 사람들은 헌신적인 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해서 많은 액수의 돈을 기부할 수 없는 처지였다. 거액의 헌금은 도인과 만나기를 요청한 부자들에게서 나왔다.
사이훙은 사부가 올라탄 노새를 끌었다. 그리고 두 사령은 대사부의 양쪽에서 호위했다. 그들은 소안탑을 지나서 천천히 걸어갔다. 홍안탑을 통과할 즈음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여기저기 깎이기는 했어도 아직은 우아한 7층 뾰족탑 위로 붉게 물든 태양이 환하게 떠올랐다.
사이훙 일행은 남쪽 교외에 사는 부호의 대저택에 당도했다. 높은 벽돌담이 저택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으며, 경비원들이 철제 대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네 도사가 저택으로 들어가도록 즉시 허락하고,거대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정원은 푸르게 우거진 나무, 흐르는 시냇물과 엄청나게 큰 암석 등으로 생동감 넘치게 가꿔져 있었다. 그들은 녹색 광택이 나는 자기 지붕을 얹은 널따란 방으로안내되었다. 기둥에는 용과 영조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라고 자랑스럽게 쓴 문패가 문 입구위에 붙어 있었다.
주인 리의 수염은 마치 염소의 수염같았다. 뚱뚱한 체구에 얼굴에는 마마자국이 나 있었다. 그는 깃이 올라온 푸른색 비단 가운을 입고 있었으며, 화려하게 보이는 사각형의 큰 옥반지가 왼손 검지에서 번쩍번쩍빛났다. 그는 손님들을 극진히 맞았다.
[직접 마중을 나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리가 말했다.
[천만에요. 너무 격식을 차리지는 마시오.]대사부가 소꼬리로 만든 홀을 우아하게 흔들며 말했다.
[자, 앉으시지요.]그들은 조각이 새겨진 자단 의자에 앉았다. 의자들 사이로 방 한가운데로 길이 나 있었다. 주인의 의자는 방 중앙에서 문을 향하고 있었다. 시중드는 여자들이 손님들의 원기 회복을 위해 차를 내왔다.
[이렇게 찾아 주시니 그지없는 영광입니다, 대사님. 어서 드시죠.]리가 찻잔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대사부는 접시 옆에 놓인 찻잔을 들고 찻잔 주위를 한 손으로 감쌌다.
다른 손으로는 뚜껑을 쥐고 아직 물 위에 떠 있는 차잎을 걷어냈다. 한모금을 마신 후 긴 소매를 이용해 입을 닦았다. 리는 눈치 빠르게 그의동작을 지켜보았다.
[대사부님은 예의와 교양을 함께 갖추신 분이로군요. 오늘날에는 제대로 된 예절을 아는 사람이 아주 드뭅니다.][쓸모 없는 은둔자에게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송나라 자기로 차를 드시는군요. 아침 이슬이 마르기 전에 채집한 값비싼 용정차를 아낌없이 이시들어 빠진 도사와 하찮은 제자들에게까지 대접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놀랍습니다! 차에 조예가 깊으시군요.][천만에요. 당치않습니다.][어서들 드십시오.]잠시 후 주인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장께서는 슬퍼하실 만한 일이 없으실 것 같은데요.]대사부가 말했다.
[존경하는 사부님, 제가 책임질 일이 있다는 걸 모르시겠지요.][제가 도울 수 있는 일입니까?]주인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얼굴을 쳐 들었다. 우연치 않은 도움을받게 되어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지어낸 표정이었다. 모두들 그가 손님을 초청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격식을 차리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주인이 말을 꺼냈다.
[제 아들놈이 하나 있습니다. 분별이 생길 나이고 유럽에서 교육까지받았는데도 아직 결혼을 못했습니다. 몇 번 짝을 맺어 주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중매는 구식이라며 영 제 말을 듣지 않는군요. 그런데 짝을 맺어야 하는 그 녀석 꼴이 어떤지 아십니까? 말씀드리자면, 제 자식은 외모가좀 처졌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님, 부적이나 주문의 능력을 발휘하셔서 그놈을 미남으로 만들고 이상한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주인장, 이건 특별히 부탁할 만한 문제는 아닙니다. 못생긴 애를 미남으로 만들기 위해 쓸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없습니다. 또 부모가 요청한다 해도 그 애에게 마법을 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가지 조언을 드리지요. 댁의 아드님이 미남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가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아드님에게 무엇이 가능할지그걸 생각해 보시지요. 미색(])저주가 될 수도 있고 추색오히려 축복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늘은 우리 모두에게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슬픔을 상쇄하도록 그만큼의 복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타고난 재능을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우리한테 달려 있습니다.]대사부가 대답했다.
[제 마음은 무겁습니다만, 사부님의 말씀이 옳습니다.]주인이 슬프게 말했다.
대사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원을 산책합시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어야겠군요.]그들은 정원으로 나왔다. 주인은 많은 재산을 자랑할 수 있게 되어 힘이 솟아났다. 중요한 건물들을 모두 보여 주겠다고 고집했다. 가족이 기거하는 거처, 조상의 사당, 특별히 정원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게끔 세워진 정자등이었다. 지붕을 이어놓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갈지자로축조된 몇 개의 다리를 건넜다. 산책을 하면서 그들은 호수 위에 떠 있는연잎, 타이후에서 가져온 바위, 그림자가 휘영청 늘어져 두 배로커 보이는 버드나무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주인은 그들과 함께 정원을둘러친 담으로 갔다. 담에 있는 쪽문을 나서니 아들이 사는 집이 나왔다.
대사부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주인장, 앞뜰에 있는 이것은 무엇입니까?][내 아들이 유럽에서 교육을 받게 된 것은 저에게는 큰 은혜였지요. 그러나 그놈은 유럽에서 배웠는지 이상한 데 흥미가 있더군요. 귀국하더니5대조 할아버지께서 조성한 정원을 온통 파헤쳐서는 서양식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저는 결사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저의 말을 듣지 않고 아들놈은끝내 화분에 심어 놓은 나무와 관목을 옮겨서 서양식으로 만들었지요. 프랑스에서처럼 나무 밑에 그늘을 만들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외국인이 나무를 치는 방식은 아주 무시무시하더군요. 그런데 그곳에서는 이게 유행이라고 들었습니다.][이 정원은 법도에 어긋납니다.]대사부가 중얼거렸다.
[존경하는 사부님, 외국인을 모방하는 것도 아주 나쁘다고만은 할 수없습니다.][제 말은 이렇습니다. 믿으시든 말든 그것은 마음대로 하십시오. 아드님의 집은 남향입니다. 전에는 흐르는 시냇물과 연못을 굽어보고 있었습니다. 드넓은 뜰에 둘러싸여 있었죠. 이제는 뜰에 키 큰 나무들을 빼곡이심었습니다. 이 나무들 때문에 햇빛이 가려질 뿐 아니라 부귀영화가 들어오는 입구가 막힌 셈이 됐어요. 문 옆의 작은 화단에 심었던 노간주나무들은 다 뽑히고 말았습니다. 연못의 전경도 앞이 흐려져서 잘 안 보입니다. 제 의견으로는 이런 연유로 이 댁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존경하는 사부님, 전 철저히 옛 중국의 관습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젊은이들은.......]주인이 공손히 말했다.
[제 말을 믿으시든 말든 그건 별 관계가 없습니다.][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단지 동과 서가 하나로 융합되기가 쉬운 일은아니라서요.]주인은 급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가족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려.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릴까요? 중국인이고 서양인이고 모두 확고히 정해진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은아닙니다. 동과 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관을 변경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오늘날 중국인가운데 일부가 서양의 사고방식을 배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댁의 아드님처럼 중요한 공적을 쌓을 수 있는 기술을 얻기도 했죠.
비슷한 얘기지만 서양인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될 날도 언젠가는 있을 것입니다. 더러는 음과 양의 미묘한 이중성을 관찰하고 결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런 양식의 정원은서양인의 자연관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연을 지배하고 점령하고자연의 비밀을 벗기고 억지로 기하학적 도형을 취한 발명품으로 변화시킵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들은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저를 망친 주범은 이 저주스러운 외국식 정원이군요.]주인은 슬픈 듯이 말했다.
[잠깐요. 저는 외국인을 싫어하는 독단론자는 결코 아닙니다. 이 나무들의 위치가 이 가문의 번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재배된 나무이건 야생으로 자란 나무이건 이 나무들이 복을 짓밟아 버릴 겁니다.][존경하는 사부님께서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없군요.][아드님과 갈등을 빗고 있는 것은 이해합니다. 한편으로 그는 서양의관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이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롭기 대문에 주인장께서는 받아들이시는 것이죠.
그러나 주인장은 전통주의자이십니다. 아들이 너무 지나치게 나오면 반대하시는 거죠. 주인장은 아들의 외모에 실망하고 있지만, 그이 내면적 성품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십니다. 이 댁의 문제점은 나쁜 정원만이 아니라 부자간에 서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도 있습니다.][저는 중국 본래의 아름다운 문화에 대해 무지한 외국인의 권위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신을 십자가에 못박고 있을 때, 우리중국인은 방대한 문명을 지니고 세련된 생활을 하고 있었죠. 제 아들은중국 방식대로 결혼을 해야 합니다. 우리 집안은 상속자가 반드시 있어야합니다.]주인의 의지는 결연했다.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여기 나무가 한 그루있습니다. 서양인은 단단한 바위에 뿌리를 내린 다음 생존을 위해 바위를뚫고 살아가는 산에 있는 소나무와 같습니다. 즉 그들은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고자 끊임없이 싸우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중국인은 바위를 덮으며 흐르는 시냇물처럼 그 뿌리로 바위를 감싸안는 보리수에 비유됩니다. 보리수는 바위에 길을 내주고 바위 사이에 벌어진 공간으로 뿌리를 내립니다. 바위를 꽉 움켜잡고 바위와 하나가 됩니다. 동양은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받아들여서 인생과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서양인처럼 땅을 이용하고 정복하고 싶어하는 우둔한 중국인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성스러운 산사의 정적을 찾는 서양인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입니다.][존경하는 대사부님, 동양과 서양이 만나게 된다는 말씀인가요?][서양은 7년 동안 더 시끄러울 겁니다. 여전히 갈등은 깊어지고 있어요. 다른 나라들은 세계대전에 휘말리게 되고 인류는 마치 태양이 땅에떨어지는 것처럼 끔찍스러운 신무기의 출현을 구경하게 될 겁니다. 동양은 앞으로 30년 동안 더 깊은 파국으로 치달을 겁니다. 인류가 평화를 찾게 되려면 앞으로 30년은 더 걸리게 됩니다.]주인은 두 손을 합장하고 절을 했다.
[대사부님의 혜안이 저로서는 무척 난해하군요. 진정 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대사부는 빙그레 웃었다. 그는 이 노인이 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망상에 빠진 수행자가 한 넋두리이니 용서하십시오. 아드님 얘기를 하다가 화제가 빗나갔군요. 저의 충고는 간단합니다. 뜰을 깨끗이 치우십시오. 문으로 들어오는 행운을 막지 마십시오. 동시에 아드님을 이해하도록노력하십시오. 주인장의 전통을 굽히지 마십시오. 그러나 갈등은 깊게 성찰하십시오. 해결책은 아드님의 외모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본성을이해하는 데 있습니다.]그들은 오후 반나절 동안을 머물면서 리가의 여러 식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환대를 받았다. 사이훙은 대사부를 위해 베푼 향연 때문에 아주 흐뭇했다.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었다. 잘게 썬 차가운 해파리, 해삼, 바싹바싹 구운 오리고기, 거위고기로 만든 불고기, 기름에 노랗게 살짝 튀긴생선, 향긋한 민물 가재, 사슴고기, 꿩과 신선한 야채가 나왔다. 포도주향기에 곧 취할 것만 같았다. 식탁에서 풍기는 포도주 향기가 사이훙의코끝을 자극했다. 대사부는 그를 위해 만든 야채요리만 먹었다. 하지만관대하게도 수련생들에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허락했다.
모두들 시안의 도관으로 돌아오면서 행복했고 만족스러웠다. 그들은 그가문을 도와주었고 자신들은 배불리 먹었으며 기부금을 내겠다는 약속도받았다. 저녁 공기는 아직도 푸근했다. 두 사형은 허드렛일을 하러갔다.
린 쭝우는 물을 길어 오기 위해 샘으로 갔다. 칭 수이셩은 통풍을 시키기위해 받침대를 대고 봉창을 열었다. 사이훙은 사부의 상투를 풀었다. 숱이 무성한 백발로부터 자단 비녀를 부드럽게 빼냈다.
대사부가 사이훙에게 말을 건넸다.
[단지 정원과 부적을 얘기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구나. 도인으로서 우리들은 조직체의 구성원이 지닌 문제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나는그의 문제점을 두 가지 차원에 접근하였다. 하나는 집의 정원을 고쳐야했다. 다른 하나는 문제가 대부분 부가간의 갈등에 있었다. 그래서 정원을 구실 삼아 가족이 문제에 처한 진짜 이유를 지적하고 관련되어 있는고민 거리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도인은 운명에 지나치게 간섭해서는 안 되느니라. 사람은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에만 반응을 보일수 있기 때문에 도인은 시적인 비유법을 쓴다. 만일 그가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은 그의 운명이니라.][사이훙, 노새가 병인 난 것 같은데.]물을 긷고 돌아온 린 쭝우가 말했다.
[뭐라고요? 오늘 저녁만 해도 건강했는데.......][열이 심한 것 같애.]칭 수이셩이 말했다.
[사부님, 제가 노새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사이훙을 데려가면 안될까요?]린 쭝우가 물었다.
[그래라. 가서 문제를 해결하거라.]데사부가 동의했다.
밖으로 나와 노새의 상태를 살펴본 사이훙은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별로 나쁜 것 같지 않은데. 왜 나를 밖으로 끌어냈지요?]사이훙이 물었다.
[조용히 해. 노새때문이 아니야. 얼굴에 검은 두건을 쓴 남자가 담벽에서 나를 공격했어. 둘이서 몇 차례 치거니 받거니 하다가 그놈은 도망쳤어.]린 쭝우가 속삭였다.
[잘 싸우는 놈이었어?]칭 수이셩이 물었다.
[꽤 잘하더군. 나를 죽이려 했지만 죽이지 못했어. 내 생각에는 놈이다친 것 같았어.][뭐하는 놈일까? 강도일까?]사이훙이 물었다.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아. 그놈이 도관을 털려고 했다면 보물이있는 본당이나 장경각으로 갔을 거야. 하필 왜 이 작은 손님방으로 찾아왔겠어?]린 쭝우가 말했다.
[그렇다면 딱 한가지 결론밖에 없어. 그놈들은 대사부를 죽이려 한 거야.]사이훙이 말했다.
[그럴 가능성 높아.]린 쭝우가 말을 마치고 칭 수이셩을 돌아보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듣고 보니 그럴듯한 이유여서 겁이 나는데. 도대체 어떤 자가 대사부를 은밀히 해치려는 걸까? 이유야 어쨌든 밝혀낼 수 있는 단 한가지 길은함정을 파는 거야.][찬성이야. 그렇지만 그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안 돼.]린 쭝우가 이렇게 말했다.
대사부는 밤 11시에 명상을 시작했다. 제자들이 행동을 개시하는 때는그 시간이었다. 린 쭝우가 세운 계획에 따라 사이훙은 등불을 들고 다른사람 눈에 잘 보이도록 뜰을 걸어갔다. 그는 반대편으로 가서 문을 지나변소로 들어갔다.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면서 옷소매를 묶었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다행히 단 하나의 무기인 부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기다릴수 있었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린 쭝우가 정확히 예언한 대로 암살자는 사이훙에게 다가왔다. 목표가대사부라면 공격자들은 그의 제자들이 모두 무술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터였다. 그들은 제자를 분리시켜 하나씩 쓰러뜨리려고 할 것이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 사이훙은 변소 밖으로 훌쩍 뛰어나왔다. 그때 어둠속에서 창살 하나가 날아왔다. 그러나 쏜살 같은 동작으로 부채를 확 폈다. 부채는 그의 얼굴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했다. 사이훙은 부채를 빙빙 돌리면서 잽싸게 옆으로 피했다. 창살이 비껴 나갔다. 사이훙은 부챗살 속으로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상대에게 주의 하면서도 이쪽의 의도를숨길 수 있었다.
검은 가면을 쓴 남자가 단도를 양손에 들고 절의 담위에서 풀썩 뛰어내렸다. 뾰족한 두 개의 칼끝이 사이훙을 베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달빛이잘게 부서지는 것처럼 흰 칼날에서 번쩍번쩍 섬광이 일었다. 사이훙은 찰칵 소리를 내고 부채를 접었다. 그는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교묘한 솜씨로 피했다. 그러다가 한 순간 돌진하면서 상대방의 왼손을 부채 끝으로힘껏 내리쳤다. 칼을 쥔 긴장감 때문에 곧추선 섬세하고 가는 뼈들이 충격을 받아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그러나 아직 다른 손에 단도가 남아 있었다. 암살자는 다시 힘을 냈다.
그는 칼을 휘두르기 전에 정신이 산만해지는 걸 막으려는 듯 번개같이 날쌔게 사이훙을 발로 가격했다. 그는 사이훙의 최대 약점인 팔목과 눈, 목을 능숙하고 유연한 솜씨로 찔렀다. 사이훙은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수를 써야만 한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사이훙은 공격자에게 미끼를 던지려고 뒤로 두 발자국 물러섰다. 그자가 한 걸음 성큼 다가오자 사이훙은 부채를 빠른 속도로 돌리면서 하늘높이 던졌다. 부채는 나선형을 그리다 되돌아오는 부메랑처럼 날아갔다.
암살자가 위를 올려다보는 찰나 사이훙은 데굴데굴 구르면서 앞으로 내달아갔다. 떨어지는 단도를 잡아챈 후, 그 칼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몇 겹의 옷 속으로 푹 찔렀다. 번쩍이는 칼날은 피로 범벅이 되었다. 칼날의홈으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사이훙은 한 걸음 더 움직이며 시선을옆으로 돌리는 척하다가 다시 베고 찔렀다. 칼날을 위로 세우고 흉골 밑을 베고 나서 심장을 찔렀다. 근육이 꿈틀거리며 저항했다. 얇은 횡격막은 질겼다. 그러나 사이훙은 손잡이를 탁 쳐서 정통으로 그를 찔렀다. 그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사이훙은 훌쩍 뛰어올라 부채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바로 전에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사이훙은 재빨리 그자를 수색했다. 가면을 벗기니 피부가 매끄러운 얼굴이 나오고 툭 불거진 두 눈이 나왔다. 사이훙은 자객의 옷을 벗겼다.
목에 걸린 옥으로 된 부적을 빼고 나니 홍작약루에서 발행한 30킬로 짜리금값을 지불한 약속어음 한 장뿐이었다.
도관의 종소리가 자정을 알렸다. 화산에서 울리는 종보다 훨씬 작고 종의 울림도 떨어졌다. 사이훙은 대사부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두 사형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이훙은 뜰에 있는문으로 가서 칭 수이셩이 망토를 걸친 키 큰 사람을 호위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대사부의 모자를 쓰고 소꼬리 만든 홀을 가지고 있었다. 칭 수이셩은 봉을 들고 옷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조급한 듯 걷고 있었다. 급히 도주하는 인상을 주려고 애쓰면서, 문도 제대로 닫지 않았다.
사이훙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그의 본능이 행동 개시를 명령할 때까지기다렸다. 그는 비호같이 뜰을 가로질러 가서는 소리 안 나게 살살 발을끌며 도둑 고양이처럼 걸었다. 바로 그때 또 다른 두 명의 암살자가 근처의 지붕 위에서 뛰어 내렸다. 그들은 곧장 사부의 방으로 나아갔다. 사이훙이 할 일은 그들을 따돌리는 것이었다.
사이훙은 두 공격자가 무기를 빼들지 못하게끔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첫 번째 난타전을 벌이면서 사이훙은 둘 다 무술이 능란한 무사라는걸 알았다. 한 놈은 키가 크고 몸이 약했다. 그래서 사이훙은 그를 집중공략했다. 사이훙은 그자의 팔을 꽉 잡고 레슬링 자세로 덤비는 다른 놈쪽으로 냅다 던졌다.
한 번 더 계략을 쓸 시간이 되었다. 사이훙은 적들과 문 가운데 있는지점으로 갔다. 건물로 통하는 길이 이제는 확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위험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한 손을 높이 쳐 든 채 현란한 포즈를 취했다. 다른 손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것은 무사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자세였다. 무사가 실력이 없음을 비웃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생각해 낼 수 있는 온갖 상스러운 욕을 다 퍼부었다.
사이훙의 경험에 따르면 몸이 약한 무사는 늘 성급하게 덤볐다. 그의계산을 과연 딱 맞아 떨어졌다. 키 큰 암살자는 날이 넓은 칼을 빼들고성급하게 달려들었다. 놈은 손으로 명치를 가격하고 팔로 목을 죄다가 잽싸게 메어쳤다. 그리고 그 다음 문을 통과했다. 그때 기다리고 있던 칭수이셩이 봉으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러나 암살자는 용하게 피했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빨리 회전하는 큰 칼과 봉이 맞서서 한판 대결을 벌였다.
함정의 전모가 이제는 확실히 드러났다. 린 쭝우의 전략은 단순히 대사부를 미끼로 삼아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의도적으로암살자들로 하여금 서투른 연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도록만들었다. 사이훙이 죽은 것으로 믿고 두 시자들이 그들을 유인한다고 생각한 암살자들은 대사부가 무방비 상태에 빠졌다고 여길 것이다. 그래서사부를 죽이려고 뛰어들면 그때 사이훙이 그들을 문 밖으로 몰아서 사부도 모르게 그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이때쯤 마지막 암살자는 치밀한 전략에 속아 그가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그의 목표는 오직 한 가지 삼십육계 줄행랑 뿐이었다. 그는 직선형의 긴 칼을 칼집에서 빼내 사이훙에게 휘둘렀다. 그는 칼을 몇 번 휙휙 휘둘러 베는 검법을 쓰고 두 번 찌른 다음 문에서 도망쳐벽을 따라 달렸다. 속도를 내서 빠르게 달리더니 훌쩍 뛰어서 담벼락 위를 손으로 움켜 잡고 몸을 한 바퀴 빙글 회전시켰다. 사이훙은 문을 지나계속 달렸다.
칭 수이셩은 여전히 상대와 교전 중이었다. 그는 봉을 아래로 내리쳐어깨의 견갑골을 박살내고 쇄골을 뚝 부러뜨려 버렸다. 부러진 뼈끝이 살점사이로 삐죽삐죽 삐져나왔다. 두번 더 봉으로 찔러 칭 수이셩은 놈을해치웠다.
다른 암살자는 도망치려 했지만 린 쭝우에 의해 퇴로가 차단된 것을 알아차렸다. 린 쭝우는 자기 소유의 특이한 칼 하나를 갖고 있었다. 두 손을 이용해 휘두르는 칼날이 아주 넓은 직선형 칼이었다. 칼에 피가 흘러내리도록 홈이 없는 대신에, 가운데에 밑으로 U자형의 홈이 패여 있었다.
이 칼은 아주 무자비한 무기였다. 몸속으로 깊숙이 찌르고 나면 칼날 둘레에 있는 빨판에 살이 흡수되어 박혀 버렸다. 칼을 잡아 빼면 큰 살점들이 떨어져 칼에 묻어 나왔다.
암살자의 직선형 칼은 너무 섬세해서 린 쭝우의 칼과 직접 충돌하면 견딜 수 없었으므로 그는 자줏빛 칼날을 피하려고 회전법을 썼다. 팔목, 배꼽, 목등의 신체 부위는 전술상의 요충지였다. 무거운 칼을 든 린 쭝우는몸의 회전이 둔하긴 해도 정확성은 높았다. 암살자는 용기를 내서 맹렬한기세로 공격했다. 린 쭝우는 자줏빛 칼이 밑을 향하게 잡고 그를 놀리면서 공격했다. 화가 난 암살자는 앞으로 돌격했다. 그때 린 쭝우는 뒤로물러서서 무릎을 꿇었다. 린 쭝우의 칼날이 돌연 솟구치자 그자는 몸을추스리지도 못하고 칼에 꽂히고 말았다. 린 쭝우는 위로 뛰어올라 그 자의 몸속으로 칼을 깊게 찌르고 칼날을 복부까지 끌어 당겼다. 린 쭝우는암살자의 목에서 피가 샘솟아 소리 없이 죽기를 바랐다.
세 명의 수련생은 시체를 전부 수색했다. 사이훙이 예상했던 대로 검객은 상처가 난 그 남자였다. 하지만 불교의 승려를 발견하고는 모두 놀랐다. 그가 진짜 승려인지 단지 변장만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옷속에서 편지 한 장이 나왔다. 불교도와 도교도 사이에 터진 새로운 종교 분쟁을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또 화산이 그 승려를 제거하는 것을 경고하였다. 편지는 그들이 모르는 이름으로 사인이 되고 봉인까지 찍혀있었다. 누군가 그 승려를 조정해서 싸움을 시킨 것이었다.
사이훙은 약속 어음을 꺼냈다. 홍작약루는 후디에와 함께 전에 가 본적이 있는 곳이다. 도대체 사부의 목숨을 노리는 이 일과 그곳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사형들은 곧 둘의 관계를 연결시켰다.
[홍작약루는 진엔니아오의 수제자 소유라는 얘기가 있어.]칭 수이셩이 말했다.
[이 사건 배후에 대사부의 제자가 도사리고 있군.]린 쭝우가 말했다.
[정말 말도 안 돼!]사이훙이 불같이 화를 냈다. 그가 통솔권을 얻으려고 그처럼 필사적이되었나? 충성심 같은 건 다 잊어버렸을까?
[네가 더 오래 살다보면 다른 사람들의 변절에 그렇게 놀라지 않게 될거다. 그런데 이 사건은 소문과도 맞아 떨어지는군. 진엔니아오는 몇몇군벌들의 자문역이라는 소문이 있어. 그것때문에 그는 화산의 지배권을넘보는 거지. 성스러운 화산 전체를 흔들고 나서 이 나라의 통치권을 삼키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러자면 당연히 자금과 영향력이 필요할 테지. 홍작약루는 지하에 숨은 부자들과의 연락로가 되어 줄뿐 아니라거액의 자금줄이거든.]칭 수이셩이 말했다.
[그것 참 안전한 전략이로구만. 결국 상하이의 지하 세계와 거액의 아편 거래 대금이야말로 장을 계속 집권하도록 해준다는 말이 사실이로군.]린 쭝우가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부를 죽이려 하다니! 가증스런 짓이야.
내가 그 깡패 놈을 죽이고 말겠어!]사이훙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간단치가 않단다.]린 쭝우가 차분한 어조로 얘기를 시작했다.
[진엔니아오는 도인이고 최고의 전략가야. 그리고 우리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니? 홍작약루는 그의 제자 소유야. 사실 진엔니아오는 암살범들의 실패에는 개의치 않는단다. 그는 우리가 그 쪽지를 보게 하려는 의도였어. 그것으로 충분히 암시가 될 테니까. 그러니 우리는 조심해야만 해.
진엔니아오는 우리 주변을 경계하고 있으니까.][하지만 어떻게 한다지? 대사부는 가만히 계시는데.]사이훙이 의문을 제기했다.
[사부님은 사정을 다 헤아리고 계셔. 사부님은 현명하시거든. 우리가할 일을 일러주실 거야. 지금 당장은 이 세 놈을 치우고 사부님께 돌아가자. 사부님을 지켜드려야 하니까.]사이훙과 두 사형은 시체를 도관에서 끌어냈다. 전쟁과 빈곤이 겹쳤던그 당시에는 길거리에서 매일 죽어 가는 사람이 많았다. 시체 세 구가 새로 늘어난다 해도 경찰은 미궁의 사건으로 처리할 것이다. 그들은 몸을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일을 다 마치고 나니 새벽 1시쯤 되었다.
그들은 사부의 방으로 들어가 향을 갈고 물을 가져와야 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가니 사부는 진흙으로 만든 침상에 가부좌상을 하고 앉아 있었다. 사부가 눈을 떴다.
[일은 다 처리했느냐?]사이훙과 두 사형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네, 사부님. 오늘일은 다 끝냈습니다.]사이훙이 대답했다.
[됐어.]그뿐이었다. 그러나 눈을 감을 때 이마에 주름이 지는 것을 보고 제자들은 사부가 노새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