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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65)
살수는 내 밥이다(1)
살수는 내 밥이다.
혈마총 사건이 한 풀 꺾이자 겉보기엔 강호는 평온한 모습이다. 한
때 천하를 장악했던 마교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으나 그들을 걱정하
는 무인들은 별반 없었다.
북황련과 남천벌이라는 거대 세력이 있고, 소림과 무당 그리고 하북
팽가와 남궁세가 등 귀마겁 주역들이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세력도 강호무림을 넘보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는 이들이 대부
분이었다. 단지 무림인들의 우려는 강호 지배세력이라 할 수 있는 북
황련과 남천벌의 전쟁이었다.
더구나 얼마 전, 위지소령의 죽음을 빌미 삼아 북황련이 벌렸던 혈
겁은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음을 암시하는 일이기도 하였다.
낙양에 비를 뿌렸던 구름은 산서성까지 영역을 넓혔는지, 북황련이
자리한 서쪽 용문산(龍門山)에도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짜증스런 습기마저도 날려버리는 팽팽한 기운이 황전(皇殿)에 감돌
았다.
커다란 탁자 주위에 모여 앉은 인물들. 북황련을 오늘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오대가문의 가주들이었다.
북천위지세가의 가주 북천황(北天皇) 위지천악(尉遲天嶽), 철혈패씨
세가의 가주 대력왕(大力王) 패진천(覇震天), 만상모씨세가의 새로운
가주 만절편(萬節鞭) 모운상(毛雲上), 산동만씨세가 가주 거령패왕도
(巨領覇王刀) 만철(滿哲), 요서모용세가 가주 궁왕(弓王) 모용산정(慕
容山丁), 찻잔을 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 하지
만 그들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결코 범상치는 않았다.
일부러 풍기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명 범접하기 힘든 무언가
가 있었다.
황전의 실내에는 그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탁자 한편에 다섯 가주
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뇌마룡 제갈승후. 오늘 모임의 보고자의 신분으로 이 자리에 와 있
는 것이다.
"저는 이번 계획을 천붕오천멸살계(天崩五天滅殺計)라 하였습니다.
즉 새끼 천붕(天崩)을 이용하여 나머지 다섯 하늘을 없애겠다는 의미
를 담았습니다."
일순 위지천악을 제외한 네 가주들의 얼굴이 흠칫 변했다. 다섯 하
늘이라 하였던 제갈승후의 말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위지천악 곁에 앉아있던 패진천이었
다. 삼국시대 관운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길게 기른 수염을 부르르 떨
며 벌떡 일어났다.
"감히 그런……."
"계속해라!"
패진천을 만류하며 위지천악은 말했다. 각 가주들을 자극하기 위해
그들을 하늘이라 언급한 제갈승후의 의도를 알아차렸던 까닭이었다.
아울러 앞으로 해야할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먼저 천붕오천멸살계의 일 단계는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새끼 천붕이 남경으로 가는 도중 우리 북황련은 비밀리에 그들을 공격
하게 될 겁니다. 그 일은 척사대에서 맡아주십시오, 단 죽이지는 말고
적당한 선에서 피해를 주시면 됩니다."
"적과 아군을 어떻게 구별한단 말인가?"
만절편 모운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제갈승후는 비밀이란 단서
를 달았다. 그러면서도 적과 아군을 구분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북황련에서 공격한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조
금만 신경 쓰면 쉽게 알 수가 있지요, 특히 동창은 바로 알아차릴 겁
니다. 황실에 알리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그럼 총사 말은 우리가 공격을 가하면 남천벌은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설 거란 말인가?"
제갈승후의 말을 듣고 있던 위지천악이 물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봉선군주가 기거했던 별
장을 공격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그녀를 돕게 될 겁니다."
"좋다, 남천벌은 그렇게 엮는다 치고. 나머지는 어떻게 할건가?"
위지천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천벌을 멸문시키고 싶은 생각은 추
호도 없다. 마교와의 싸움을 위해서도 그들은 존재해야만 한다.
다만 대등한 관계가 아닌 북황련보다 낮은 위치를 원할 뿐이었다.
"두 번째는 천붕회에서 벌어집니다, 그곳에서 귀광두(龜狂頭)가 머
리를 내밀도록 해야합니다. 아니 굳이 이건 우리가 하지 않아도 소림
에서 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다음 남경왕부를 이용해 거북이 머리를 자르면서 한꺼번에 처
리하자 이건가?"
"그들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일 겁니다. 그동안 놈이 강해
진다면 말입니다."
빙그레 웃는 위지천악을 향해 제갈승후는 고개를 숙였다.
"좋다 그렇게 하도록 하고, 동창은 내가 접촉하도록 하마. 돈이 많
이 들겠어. 구룡천패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군."
"알겠습니다, 련주님."
'능구렁이 같은 …….'
고개를 숙인 제갈승후는 내심 중얼거렸다. 굳이 동창과 접촉이란 말
을 쓸 필요도 없다. 동창제독인 하후장설과는 진작부터 인연을 맺고
있는 그가 아닌가. 북황련의 성장은 동창의 비호 때문이란 사실은 이
곳에 모인 사람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아울러 이번 일은 북황련보다
동창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들 것처럼 하는 말이라니.
"설련을 잡아 오라 한지가 꽤 된 것 같은데, 왜 아직 소식이 없느
냐?"
문득 생각난 듯 위지천악은 물었다.
"귀광두를 자극시키고 싶지 않아 일부러 두었습니다. 그가 남경으로
가는 일이 더 시급하기에……."
힐끔 만철을 쳐다보며 제갈승후는 말했다. 굳이 귀광두를 들먹이지
않고, 척사대가 실패했다는 한마디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굳이 적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
다. 아울러 산동만씨세가는 자신에게 빚을 지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제갈승후의 예상은 적중했다.
위지천악의 눈치를 살피고 있으려니 만철의 전음이 들려왔다.
'고맙네, 잊지 않겠네.'
"그래? 그럼 설련 일은 차후에 처리하도록 하지, 어차피 귀광두가
전면에 나서면 따라 올 테니까, 귀광두 때문에 쉽게 일이 풀렸어. 참!
잠영루 뿌리를 뽑겠다 했던 은영대는 어떻게 됐나?"
"빠져나간 자들이 하남으로 길을 잡았답니다, 은영대 영향조(影香
組)가 쫓고 있습니다. 아마 복우산 정도면 처리할 수 있을 걸로 보입
니다."
제갈승후는 차분하게 말했다. 북천지옥대 소속의 혈겸마광인을 보냈
으나 사곡에 있던 잠영루 잔당을 전부 처리하지 못했다.
20여 명 정도의 인물이 도망친 것이었다.
파괴와 살육이 전문인 혈겸마광인은 그들의 추격에 적합하지 않았
다. 해서 추적과 암살 전문인 영향조를 보냈다.
"명심해라, 하지 않을 거면 몰라도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한다.
머리가 없는 자는 말을 못하고, 말을 못하면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다.
오늘 회의는 이걸로 마칩시다."
조금 남은 차를 홀짝 마셔 치운 위지천악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북황련이라는 거대 단체에서 제 별호인 귀광두(龜狂頭)라는 소리가
무수히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백산은 주하연과 함께 남
으로 길을 잡아 멀리 복우산을 바라보는 지점에 와있었다.
남으로 길을 잡은 건 순전히 주하연 생각이었다. 백산은 황하를 타
고 하북성으로 가서 그곳에서 운하를 타고 내려가자 하였다.
전부 뱃길이지만 배를 타고 움직이면 더위도 피하고 먹는 것도 해결
할 수 있기에 그만한 여행도 없었다.
하지만 주하연의 생각은 달랐다. 그렇게 가는 길보다 남으로 길을
잡아 회하(淮河) 거슬러 안휘성으로 가자고 하였다.
이유는 한 가지. 볼거리가 더 많다는 것 때문이었다.
"아이고 저 산을 또 언제 넘어가냐."
눈앞에 우뚝 솟은 마천봉(摩天峯)을 올려다보며 백산은 인상을 찌푸
렸다. 복우산맥 주봉인 마천봉은 높이만 해도 8천 척에 달한다고 하였
다.
말이 쉬워 8천 척이지 길을 따라 움직이려면 며칠이 걸릴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구경이 목적인 주하연은 결코 경공을 사용하지 않고 있
었으니. 한여름 더위에 백산은 죽을 지경이었다.
"왜 이래요, 이제 인간으로 돌아왔으니 땀을 흘려보고 싶다고 했던
사람이 누군데? 빨리 가요, 산에 들어가면 시원해질 거예요."
씩씩하게 걷는 주하연은 덥지도 않은 듯, 환한 얼굴로 백산을 채근
했다.
"그리고 하연이도 이런 여행 처음이란 말이에요. 남자가 쫀쫀하게,
여기 물."
주하연은 제 허리춤에 달랑 매고 있던 주호(酒葫)를 내밀었다.
"캬아"
일순 시원한 기운에 백산은 환하게 웃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물을
시원하게 해 마실 수 있다는 점이었다.
주하연의 빙천수라마공을 이용하여 주호에 들어있는 물을 꽁꽁 얼린
다음 외부 기온에 의해 얼음이 녹으면 두 사람은 번갈아 마셨다.
"제길 한번 가보자."
가슴속이 시원해지자 힘이 솟는 듯했다. 백산은 바지자락을 걷어올
리고 등짐을 고쳐 여몄다.
하지만 활기차게 발을 옮기는 것도 얼마가지 못했다. 반나절 정도
오르자 온몸에 땀이 흐르며 살갗이 따끔거렸다.
주변에 연못이라도 있으면 등목이라도 하고 갈 터인데 한참 오르막
길이라 그나마도 여의치 않았다.
"오빠 그거 알아? 이게 바로 인간이라는 거야. 더울 땐 땀을 흘리
고, 높은데 오를 땐 힘들어해야 한다고. 젠장……."
인상을 찌푸리는 백산에게 한바탕 훈시를 늘어놓던 주하연은 낮게
욕설을 뱉어냈다. 인간 어쩌고 해봐야 더위를 피하는 덴 아무런 도움
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말로 확인하니 더욱 더워지는 것 같았다.
"힘들면 무공을 이용해서 갈까?"
"무슨 말씀, 이것 가지고 힘들면 안되지. 그리고 남자는 무엇보다
다리가 튼튼해야하는 거라고…… 책에 나와 있더라구. 이게 다 오빠
때문이라고. 근데 이상하네……."
"또 뭐가 못마땅한데?"
"그게 아니고, 왜 영웅호걸의 일대기를 기록한 소설들 있잖아, 거기
보면 산을 지나가면 꼭 산적이 나오잖아."
"그런데 여기는 없다고? 너 같으면 이렇게 더운 날 산적질 하러 나
오겠냐, 산적들도 개점 휴업인가 보다야."
주하연을 보며 백산은 빙그레 웃었다. 어른스러움 이면에 아직 치기
어린 어린애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내심 흐뭇했다.
어쩌면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가? 산적이라도 나오면 좀 덜 심심할 텐데. 이래서 여자들이
재미나는 남자를 선호하는 가봐. 꿰다 논 보릿자루도 아니고……."
"너 이 자식!"
"헹! 내공 쓰기 없기야."
백산을 향해 혀를 쏙 내민 주하연은 저 멀리 보이는 계곡을 향해 달
음질쳤다. 산을 오르는 데는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천리지청술을
펼쳐 귀는 열어두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계곡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던 탓이었다.
"야호! 물이다, 물!"
2각 이상을 달려 계곡에 도착한 주하연은 환성을 지르며 조그마한
못으로 뛰어들었다. 마치 표주박 모양으로 생긴 길다란 계곡에 둘러싸
인 폭이 3장 정도 되는 아담한 못이었다.
마냥 즐거운 듯 헤엄을 치던 주하연은 훌훌 옷을 벗었다. 그리고 옷
가지를 끌어 모아 손으로 비벼 빨기 시작했다.
"저쪽 햇빛 드는 곳에 좀 널어줘요."
대충 휘저어 소금기를 빼낸 옷을 백산에게 휙 던졌다.
"임마, 여긴 지저사령계가 아냐, 보는 눈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무슨 걱정이야, 천하제일인이 떠억 버티고 있는데. 그리고 귀는 항
상 열어두고 있으니까 걱정 마요. 더운데 뭐해요? 빨리 안 들어오고."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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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감니다
즐겁게 읽네요
감사드려요
즐독.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