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4일
성회수요일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가복음 14:36)
예수님의 순종
오늘부터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앞으로 주일을 뺀 40일을 참회와 근신으로 보냅니다. 시작으로 예수님의 순종을 묵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참회와 근신이라 하면 자기 홀로 마음을 다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순절의 뜻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을 금식하며 기도하신 것이 홀로가 아닌 하나님과 함께로 생각하면, 사순절의 참회와 근신도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순종은 하나님과 함께함을 뜻합니다. 하나님과 함께함이 없는 순종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참회와 근신도 순종의 표현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순종하는 참회와 순종하는 근신을 생각하면 사순절의 뜻이 분명해집니다.
이렇게 사순절은 세상을 살면서 자신을 참회하고 근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순종의 삶에서 참회하고 근신하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참회하고 근신하는 것은 도덕적인 것이지만, 하나님께 순종하는 참회와 근신은 하나님이 뜻을 밝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겟세마네의 기도는 그런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을 따르는 삶 가운데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참회와 근신으로 다지면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길을 순종하며 걸어가신 것입니다.
이렇게 참회와 근신을 순종의 바탕에서 이야기할 때, 그 뜻이 종교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말하는 참회와 근신과 대조됩니다. 종교적이나 도덕적인 참회와 근신은 개인이 정화되는 뜻은 있을지 모르지만 순종하는 뜻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참회와 근신은 하나님을 말씀이 삶으로 이루어지는 순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