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한다
박말이 (2009. 4.30)
3월이 오면 도서관의 출입이 잦아 진다
초읍 시립 도서관 문화학교 개강이 3월부터이기 때문이다 도서관 층계에서 앞산을 바라보면 4월이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산 아래서 부터 어느 화가가 수채화를 그려 올라가 듯 뭉개 뭉개 꽃이 핀다. 연두빛 물결이 산으로 부터 흐를 때는 5월이란 생각이 든다 사라져 가는 금수강산 한자락이 여기 성지곡 수원지에 떨구져 있는 것을 내가 배우고 있는 시립도서관 못지 않게 사랑하며 걸어 본다.
나는 반세기 이상을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감옥살이 하 듯 살아온 촌 무지랑이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배운것 없고 기술이래야 살림하고 아이 셋 키운 것이 고작이었다. 요즈음은 하루에 산 한바퀴 도는 것으로 일과를 충당한다,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은데 기술이 없었다 어느 날 할일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실의에 빠져있었다, 하는 일이래야 내몸하나 건사하는 일 뿐이었다.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막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때 였다
아파트 게시판에 붙어 있는 분홍색 종이에 시민 도서관 문화학교 모집 이라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그 전에 보았든 것과는 달리 <일상속에 글쓰기>가 눈에 들어 왔다 내 삶을 기록하고 싶은데 글쓰기 자체를 잘 몰라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든 지라. 큰맘먹고 접수를 했다. 개강에 맞춰 언제 앉아 보았는지 기억조차 없는 교실에 책상을 마주하고 의자에 앉았다
강사님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푸른 학생들 틈에 부끄러움이 몰려 들어 그냥 죽었다 하고 앉아 있었다. 강사님이 자기 소개서를 써 보라는데 손이 떨려서 글을 쓸 수가 없고 읽어 보라는데 가슴이 떨리면서 입이 열려지지를 않았었다 참 기도 안찼다. 난 어떻게 하나 아무도 나를 쳐다 보지 않는데도 모두가 나를 쳐다 보는 것 처럼 생각되면서 무식이 탈로 날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마 안색도 변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 옛 날 참 오래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인가 그 때 작문 선생님이 따로 계셨다 그 선생님이 칭찬하시든 생각이 났다. 내 속에 내재되어 있든 그 때의 기쁨이 삐죽히 나왔다. 그 생각에 다음주에도 다시 교실에 앉게 되었다. 갈데도 없을 뿐더러 새롭기도 하고 얼마만에 시작한 배움인데 쥐구멍에도 햇볕이 들어 오는 한가닥 희망인데 포기 할 수가 없었다.
서당개 3년이란 말도 있고 헨드빽만 들고 다녀도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모르는 것이 꼭 부끄러운 일만 아니라는 말도 귀동냥 한 바 있고 중단을 거부 할 때 노력은 그만한 결실을 가져다 준다는 나폴레옹힐의 명언도 어디서 읽은바 있었다. 그런 저런 이유로 2006년 1월 1일 부터 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써 왔다 뫃아 둔 일기를 황혼녘에 이뤄놓은 재산이라 생각하고 마음으로 애지 중지 한다.
그것을 아는 자식들이 개울물 같이 졸졸거린다.
그러니 집안이 화평하여 내 인상이 달라졌다고 사람들이 말했다 제때에 많이 배운 사람들에게는 우스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하나식 알아 가는 것이 여간 솔솔한 재미가 아니었다 그전에는 앞 만 보고 가느라고 길가에 민들레가 피어도 낙엽이 떨어져도 하얀 눈이 날려도 그런가 보다 했다. 이제는 문화에 눈을 뜨는 동시에 자연에도 젖어 들었다.
강의가 끝나면 문우들과 수원지 한바퀴를 돌고 차 한 잔 하는 것도 기쁨이라면 기쁨이 었다.
잔잔한 호수가에 물 오리들이 시를 불러 오고 빗살 물결이 화폭을 그린다. 사시 사철 한시도 빠짐없이 시립도서관을 바라보고 있는 성지곡 수원지 뒷 산 처럼 나도 같은 맹락으로 살고 있다. 얼마를 더 살지 알수는 없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도서관 처럼 배움을 무직하게 보듬고 살다가 4월 앞산에 벗꽃이 지듯 가볍게 날아 가고 싶다. 이 소원이 이뤄진다면 죽어도 슬프지 않을 것이다.
2024. 1.11.
이글도 써둔지 오래 되었습니다.
서툰 글 읽어 주셨어 감사합니다~~^^
첫댓글 기죽지 않고 열심히 사셨으니 오늘을 이루셨습니다. 이제 바탕을 튼튼히 하셨으니 좋은 글 많이 쓰십시오.
행전 선생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근데 조금 부끄럽습니다^^
시골 사람들이 도시인들보다는 정서가 맑고 순수하다고 하지요.
아마도 복잡한 세상의 찌든 삶을 겪지 않아서 일지도 모릅니다.
감미로운 감성으로 머물다 갑니다.^^*~
청송선생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