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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장 남
오전 9시 30분 휴대폰 알람소리에 기상한다.
고추장남의 하루가 시작되는거다.
10시에 첫수업이 있긴 하지만, 어제 위닝을 하느라 늦잠을 잤다.
졸린 눈으로 머리감으러 욕실로 향한다.바가지로 덥수룩한 머리를 적신다.
고추장남은 떡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물로만 헹군다.
샴푸랑 린스는 생각도 못한다.비싸기 때문이다.
샴푸를 마치면, 방구석에 처박아둔 빨래더미에서 양말을 골라줘야 한다.
양말을 고르고 난후 10분은 기다려 줘야 냄새가 빠진고 눅눅한 기운이 사라진다.
마치 내가 이등병이 된것만 같은 기분이다.
냄새빠지길 기다리는 동안, 거울을 보며 피지를 제거한다.
이제 양말을 신고 비키니 옷장 앞으로 가면, 본격적으로 걱정을 시작한다.
나는 '아싸'이므로 튀는 복장은 좋지 않아서, 수수한 복장을 한다.
오늘따라 얼굴이 누렇게 뜬것 같다.
피지제거 하느라 좀 늦었다.
평소 얼굴만 마주치면 인상쓰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가진 모든 궁상을 다 떨며 방세 내는 날을 미뤄본다.
어제에 입었던 짙은 남색 남방를 입고,
지난달에 방 청소하면서 발견한 슬레진져모자를 눌러 쓰고
동생이 유행 지났다며 주었던 이스트팩가방에 레포트화일과 전공서적을 쑤셔넣고 집을 나선다.
진작에 큰 가방을 살수도 있었지만, 이게 '아싸'스러운거다. '아싸'들 스타일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나에게는 심각한 고민인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이다.
버스가 안오면 문자를 확인하는 척 한다. 그냥 보내는 척 하는거다.
가끔씩 주위를 의식해서 고개를 끄덕여 준다.
버스타는건 고추장남 스스로에게는 부르주아적인 일이다.
버스가 안오면 어떤 샒가 쌔벼간 자전거를 그리워한다.(사실은 돈이 아까운거다)
난 가난하니까 일반버스는 사양하고, 10분을 뛰어가서 300원이 더 싼 마을버스를 탄다.
주머니에서 600원을 꺼내 2번 세어보고 낸다. '촤르륵~'
학교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일찍도착했다.
마을버스 때문에 뜀박질을 했더니 고추장남은 출출해지기 시작한다.
계단옆 정수기로 향한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물을 마신다.
벌컥벌컥 마시고 싶지만 얄팍한 일회용 종이컵이 너무 작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물을 벌컥벌컥 마는 자신의 모습이
마치 이등병인것만 같다.
이 와중에도 고추장남의 쓸대없는 문자보내는 척하기는 계속된다.
10시 첫수업이다. 전공수업이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친구라곤 없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진학한걸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수업을 듣는데 실실 졸려오기 시작한다.
이와중에도 핸드폰 쳐다보기는 계속된다.
현재 친구가 없는 이유로, 졸다보니 어젯밤 보배의 게시판에서 놀았는것이 생각난다.
터보차량이니 300마력이니.. , 비머를 타고다닌다니.. 등 글을 쓰고
거기에 달리는 리플등을 읽으며
쾌락을 느꼈던 생각을 한다.(고추장남은 차량이 없다. 면허도 없다)
결국에 존다.졸다보니 두시간이 지나갔다.
점심시간이다.
비슷한 아싸들끼리 두려워하는,하루중 가장 고민되는 선택의 시간이다.
'과연 어떻게 먹을까...'
고추장남은 가난하므로 구내식당, 학생회관따위에서 밥 먹는일은 없다.
거기서 먹고있는 학생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학교밖 편의점으로 향한다.
가는길에 우리과 학생들이 눈에 띈다.
"..."
아무 이유없이 눈길을 피한다. 왜 피하는지도 모르지만
웃고 떠들며 어울려 다니는 그들에게 인사를 할수가 없다
먼저 말 걸어주기를 기대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배려는 없다.
그냥 모른척하면 되는거다.
내 자신이 존내 한심한거다.
출석을 부르면 주위가 일순 조용해 진다.
다들 순간 '누구지?'하는 표정이다.
(고추장남은 강의실에서 존재감이 없다.)
고추장남은 지나가는 커플들을
부러운의 눈길로 훔쳐보며 ,내 자신이 추리하다고 생각하면서
다음수업을 향한다.
학교 수업을 전부 마치니까 오후 4시다.
다른요일보다 수업이 별로 없어서 일찍 마친 고추장남은 자취방으로 향한다.
온라인 게임의 시작이다. 고추장남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던젼을 배회하면서 훗날 잡을 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9 쇠도끼 DAM 3(+93) HP +237% STR +35 ALL SKILL +1'의 아이템 정도면
나한테 충분하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고추장남의 대화는 계속된다.
대부분 진담이다.
지금 나의 케릭은 부케릭일뿐이라며
애써 자신을 고수로 포장한다.
오늘 찜해둔 아이템은 나중에 알바뛰어서 현질할 것이다.
게임을 하다보니 출출하다.
저녁먹을 시간이 된거다.
점심은 컵라면으로 때웠으니까 저녁은 밥을 먹어야 하는거다.
짜파게티, 너구리, 햇반의 고민은 결국에 햇반로 결정났다.
생활비을 걱정하면서도 라면의 상시 구비는 고추장남의 필수요소이다.
자신의 경제사정에 어울리는 음식이라 생각하면서 존내 쳐먹는다.
쳐먹으면서 하는 일은 대부분 DC 갤러리 돌아다니기이다.
주로 WOW갤, 리니지갤, 보배갤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환장을 한다.
게시물에 리플 쓰는건 필수다.
겔러리에 게시물을 올리면 자신의 존재감이 동반상승 한다는 착각은 고추장남의 공통점이다.
게임 케릭의 일상을 살고 있는것같은 착각속에 그의 존재감은 소멸되가고 있다.
담배를 피우며 창문을 열었는데 주인집에서 풍겨오는 불고기 냄새를 맡으며
부러움반 시셈 반으로 주인집을 욕한다.
주로 부동산투기했느니, 그딴걸 트집잡는게 부지기수다.
그리고 마치 자신도 나중에 저런 불고기를 구워먹을 거라는 다짐을 다시한번 한다.
담배가 떨어져 집앞 구멍가게를 간다. 용돈을 안 보내시는 어머니를 순간 원망한다.
주머니 속에서 돈을 꺼내서 세어본다.
모자른다. 고추장남에게 담배는 평온이요, 안식이다.
자취방 골목에서 꽁초를 줍는다.
고추장남은 남자는 담배를 피워야 한다는 군대선임의 말을 떠올리며
꽁초를 입에 문다.
불티나로 불을 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멋있게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브레드 피트의 터프함이 남의일이 아닐것만 같다.
다른 꽁초들은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는다.
방금 주워핀 말보르 레드의 니코틴이 다 소비되지는 않았지만
앞에서 걸어오는 학생들에게 멋있게 보이려고 꽁초를 또 입에 문다.
고추장남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간다.
멀리 집에 계시는 어머니는 이런 날 보면
"키운 보람도 없고 쓸모도 없는 10x끼 왔니?
방에 들어가라, 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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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첫댓글 ㅋㅋ...저는 솔직히..자기가 자기돈으로 비싼거 산다는데..상관안하구요....단지 싫은거는 자기는 능력이 하나도 없으면서 남한테 기대는 모습..여자는 돈많은 남자 남자는 돈많은 여자.밝히는게 싫어요..ㅋㅋ 자기 자신의모습을 알았으면 좋겠네요..된장녀 된장남 들은..ㅋㅋ
제 생각으론...^^; 그냥 가식 없이만 살면 될 것 같네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돈을 많이 쓰던, 적게 쓰던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젬있네요
씁씁하네요 하지만 의외로 이런분보다 바른사람이 더많은법이죠 눈에 안띄일뿐,,,
흠.. 남이야 5000원짜리 커피를 마시던 말던 나는 300원 자판기 커피 마시고 4700원으로 다른일 하면 되는거 아닌가? 무절제한 소비를 비판하는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듯 해서 씁슬하네요.
된장남의 이야기도 있겟지요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추장남이란거 여기서 처음보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