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 어깨가 와이리 자꾸 아푸노..."
"할매, 어데가 아푼데예? " 여동생이 외할머니의 오른쪽 어깨를 이렇게 저렇게 주물렀다
80이 넘어서도 외할머니는 너무도 건강하셨다
서울에 아들집으로 제천 큰 딸집으로 부산 둘째 딸 그리고 대전에 셋째딸...또 다시 서울 막내 딸집으로...
언제나 바쁘신 나의 외할머니
5남2녀의 손자 손녀가 북적거리는 부산의 둘째 딸집 ...
그 중에 제일 장남인 큰형은 초등학교를 다닐적에도 외할머니의 젖을 빨았다고 했다.
친할머니께서는 우리들에게 언제나 엄하신 분으로 기억에 남아있지만
어머니의 존재처럼 외할머니은 정감있는 분으로 우리의 삶에 물들어 계셨다
외할머니께서 해 주시는 반찬은 언제나 우리의 입맛에 잘 맞았다
어머니의 손 맛은 역시 외할머니로부터 이어져 오는 것이기에
주름진 할머니 손으로 버무리면 무엇이던 우리의 입맛에는 최고의 음식이 되었다
손자며느리 다섯명과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시면서 돈을 잃으실 때는 짜증도 내시고
삐지시고는 "인자 고마할란다. 너거끼리 해라" 하실 때도 있었다.
그런 외할머니께서 자꾸 오른쪽 어깨가 불편하다고 하셨다
어느날 당신께서 직접 어느 한의원을 다녀오시고는
" 아따 어깨 피를 좀 빼고나이 시원~하네. 동래 그 한의원이 참 잘한다 아이가
맨날 사람들이 많아가꼬 기다리싸서 그렇지..." 하셨다.
너무나 건강하신 외할머니였기에
우리 가족들은 연세가 있으신 할머니께서 어깨가 결리신가보다 했었다
하지만 거제도에서 부산을 가끔 올라가는 나의 귀에
외할머니의 아프다는 말씀이 어쩌면 버릇없겠지만
순간적인 효과에 한의원을 맹신하시는 할머니가 좀 답답해보였다
그래서 할머니께 " 아이구 할매. 자꾸 아프다카지말고 동생하고 같이 병원에 가서 엑쓰레이 쫌 찍어보이소 "
어쩌면 손자 손녀가 그렇게 많은데도
먹고 살기 바브다는 핑계아닌 핑게로 아무도 직접 병원을 모시고 가지 못한 죄책감에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동생과 제수씨가 직접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왔다.
약봉지를 한손에 드신 외할머니의 표정을 무척 밝아 보였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외할매 엑쓰레이 찍었는데 의사가 아무래도 폐암 같으니 큰병원가보라캅니다"
표정이 굳은 동생의 말에 우리 온 가족은 어쩔줄 몰라했고
그져 진통제를 병원에서 지어준 좋은 약이라 아프지않게 되어 좋다고 웃으시는 할머니 앞에서
우리는 연극을 해야 했다
"그 보이소 진작에 병원에 갔어야지. 약 드시니까 안아프지예?"
우리의 마음은 조급하고 불안했지만 외할머니께서 눈치챌까봐 조심스러웠다
암전문 병원을 모시고 가야 하는데
무슨 이유를 말하고 가야할지...
결국 약이 떨어지니 다시 통증이 할머니를 괴롭히고
우리는 할머니께 좀 큰병원에 가자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의사를 만나는 진료대기실 문앞에 "암전문의 아무개 박사"라는 글귀가 할머니의 시야에 들어가고 말았다.
병원을 다녀오신 이후
눈치를 보는 우리들에게 할머니는 서서히 삶을 정리하시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셨다.
외할머니게서 폐암말기 진단을 받으시고
한달이 조금 지나는 동안 할머니께서는 급속하게 기력을 잃어가셨다
어느날 거제도에서 할머니를 뵙기위해 부산 부모님집을 갔을 때
마냥 누워만 계시는 할머니를 나는 이해할수없었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할매, 일어나이소 내하고 자갈치 시장가서 회도 사고 멍게 해삼도 사고 하구로..."
극구 못일어나겠다고 하시는 할머니를 난 억지스럽게 일으켰고
겨우겨우 차로 모시고 약 25분정도면 도착하는 부산의 자갈치 시장으로 달렸다
차에서 내리셔서 건강하실 때에는 당신 혼자서 장을 보셨던 그 자갈치 시장을
손자의 부축을 받으시고 회도 사고 멍게도사고....
"아따 할머니 손잔가베... 보기좋네예 맛있게 마이 드이소~"
그것이 할머니의 마지막 외출이 될줄 나는 몰랐다
드시지도 못할 음식들을 한껏 사서 돌아왔지만
이내 자리에 누우셔야했고 그런 모습을 뒤로 나는 집사람을 남겨두고 혼자 거제도로 돌아왔었다.
"여보!! 할머니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오늘 힘들것 같아 " 흐느끼듯 들려오는 와이프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없이 차를 몰아 부산으로 달렸다
무슨 눈물은 멈출줄도 모르고 부산가는 길 내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달렸건만
할머니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으셨다.
돌아가시기전 집사람에게
'아이고 너거가 얼라하나만 있으모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 말을 남기시고 ....
너무 큰 슬픔을 주고 가신 외할머니
결혼 10년이 지난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없음을 안타까워하시며 돌아가신 외할머니.......
우리 부부는 그 다음해에 아들을 얻었다.....................................
"할매!! 할매가 보내주신 아들 ,민표가 너무 착하고 공부도 잘합니더. 할매 ㅠㅠㅠㅠ"""
첫댓글 외 할머님은 가시면서도 그냥 가시지 않으셨네요,,,,,,,,,,,,,,민표,,,,,,,,,아들 하나 ,,,,,주시고 ,,가셨네요,,,,,,,,,외 할머니에 대한 고운 글 ,,,,저도 옛추억이 되살아나네요,,,,,,,,인자하신 ,,,,그 모습,,,,,,,,,이젠 외할머니도 ,,,어머니도 ,,다 가시고 아니 계시니,,
그냥 살아계신다는 것 자체가 왠지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옛날에 집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눈물을 쏟았었는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슬픈 이야기입니다.사람이란게 모르면 그대로 넘어간다는데~
자신의 병명을 알게된 후에는 급격히 나빠져 운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데요~
넘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에 함께 마지막 외출이라도 해서
편안하게 해 준 것이 넘 좋게 보입니다.사람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것. 정해진 대로 살다가면
더이상 바랄게 있겠어요?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뤄쫑이라는 아이디가 적응이 잘 안될라캅니다 ㅎㅎㅎ
외할머니 ,,,,,,,,,,,,,,
안타가운 마음이 ....
저는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외할머니 얼굴도 못봤어요 .
그래서인지 외할머니 하면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없어서 마음이 좀 쓸쓸하더라구요 .....
우리나라는 할머니 즉 친정엄마가 많은 역활을 하지않습니까.. 아마도 형기님께서 유아시절에 많은 사랑을 주셨을꺼라 생각합니다
할머님 생각이 간절하시겠네요 나의 어머님도 우리아들 결혼시키라고 성화를 하시다가 못보고 돌아가셨어요 2년만 더 사셨더라면 한해에 손주며느리 둘을 보셨을텐데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세월이 무상하지요...
할머님 께옵서 영면하시길 빌겠습니다
건강은
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
건강할때 지키라고
진즉 병원에 가시여 검사라도 하였으면
조금이라도
더오래 사셨을텐데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요!
손자,손녀들이 외할머니를 그렇게 사랑하시다니
좋으신 분들이라서 저까지 덩달아 행복합니다.
저희 친정은 대대손손 종손집안이라서
저희들 손자,손녀 6남매가
친할머니에게는 그렇게 잘해 드릴수가 없었지만
외할머니에게는 일년에 한두번 뵙는 분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래서 애잔하게 정도 없었구요.
그런데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친정엄마가 식음을 전폐하시고 너무나 애통해 하셔서
그때 '조금 더 잘해 드릴것을'
친 할머니 밖에 몰랐던 저희들은 그때 죄송한 마음으로
외할머니 제사때면 지금도 가끔 외갓집으로 찾아가게 되더군요.
외할머니께 잘해드린 님의 마음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내내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부끄럽습니다. 저희 7남매들도 아마 친할머니에 대한 느낌이 스카렛님의 외할머니에 대한 느낌과 비슷할꺼라 생각합니다
친할머니께서는 어린저에게 예의 범절을 가르치셨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게 사랑을 주고 가시는 분들이시네요. 요즈음 아이들은 좋은 환경에서 성장을 하는 것 같아도
그런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공부가 전부인 세상이다 보니....
100수를 누리셨다고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
저도 외할머니는 뵙지는 못했지만
어머님이 외손자 외손주에게 하는
애특한 사랑은 넘넘 지극하셨지요
외할머니께 잘해드린 외손자의 사랑을
귀한 아들을 점지하시었으니 큰 행복이
아닐 수 없군요.
그러나 운명은 정해진 삶의 수순이기에이랍니다.
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거역하기 싫은 순
감사합니다 *^^*
민표 많이 컸지예. 행복하세요.글 잘 읽었습니다.
예~ 88년 결혼 99년 11월에 태어나 지금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발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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