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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난 名문장, 자기중심적인 스위치 꺼두기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거야. 그 사람 살가죽을 입고,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지 않는 이상.”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중
‘앵무새 죽이기’에서 공감에 대해 아티쿠스가 그의 어린 딸 스카웃에게 건네는 조언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문장 중 하나이다. 스카웃은 아버지의 조언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때로는 실패하기도 하지만 책의 말미에 이르러 비로소 래들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내게 이 문장은 ‘완전한 공감은 불가능하니, 그것을 포기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을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니, 그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고 공감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는 자경문과 같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서른이 넘어 미국으로 건너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나는, 나와 인종, 언어, 문화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환자들을 매일같이 마주한다. 나와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 나는 최선을 다해 공감하려 노력하고, 그들은 처음 보는 동양인 남자 정신과 의사인 나를 믿어주고 마음을 연다. 그렇게 겉보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리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처럼 서로에게 공명하고 연결된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와 유사한 경험을 해야만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상대방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경우, 본인이 겪은 감정과 기억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에 대한 정확한 공감이 어려울 수 있다.
공감에 있어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스위치를 잠시 꺼두는 일이다. 환자들과의 공감과 연결의 경험이 나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이다.
✺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김욱동/열린책들/2015.6.30./544쪽
✵ 책소개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꼽히는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예스러운 표현을 오늘날에 맞게 다듬고 재정비한 번역과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나본다. 1960년 출간 직후 미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이듬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준 작품으로, 대한민국에서도 2003년 정식 발매 이후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며 3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했던 주 가운데 하나인 남부 앨라바마 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젊은 백인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쓴 한 흑인 청년을 백인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 속 화자인 6살 소녀 스카웃의 눈으로 작품의 핵심이 되는 사건을 관찰하며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피폐해진 미국의 모습과 사회계층 간, 인종 간의 첨예한 대립을 그리고 있다.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유죄가 되는 미국 남부 사회 어른들의 편견에 대한 비판과 타자와의 대화 가능성을 아이의 순수한 눈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정의와 양심, 용기와 신념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사회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 저자: 하퍼 리, 소설가
하퍼 리는 1926년 4월 앨러배마 주 먼로빌에서 변호사이자 주 의회 의원인 아버지 밑에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대단한 말괄량이였던 그녀는 웬만한 사내들보다 거칠게 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후 고등학교에 입학해 영문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다가 먼트가머리에 있는 헌팅던 여자 대학과 앨라배마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으며 교환 학생 자격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1년간 수학하기도 했다.
학생 시절 짤막한 글을 발표하던 그녀는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쓰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글쓰기에 전념하게 되자 <파수꾼> 원고를 출판사로 보내고, 출판사에서는 그 작품을 고쳐 <앵무새 죽이기>로 출간할 것을 제안한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 는 곧바로 미국 전역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 이듬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1962년에는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룩했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로 분한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1년에는 시카고에서 <한 도시 한 책> 운동의 도서로 선정되어 당시 그곳의 큰 문제였던 인종 차별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성서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등에 선정되었다. 1930년대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 메이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그 시대의 명암을 그대로 드러낸다.
주인공 스카웃과 항상 붙어 다니는 오빠 젬과 친구 딜, 변호사인 아빠 애티커스 핀치, 이웃에 사는 은둔자 부 래들리 등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는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의와 양심, 그리고 용기와 신념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앵무새 죽이기>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자 예상치 못한 성공에 압도된 하퍼 리는 작품을 더 이상 발표하지 못하고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2015년 어느 날, 작가의 안전 금고 안에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몰고 온 <파수꾼>의 원고가 발견되었다.
예약 판매에서부터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미국에서만 초판으로 200만부를 찍은 <파수꾼>은<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작, 하퍼 리의 첫 작품이자 최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하는 데 기반이 되었던 첫 작품이었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이 20년이 지나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원고는 20세기 중엽 미국에서 흑인 인권 운동의 불길이 번지던 시기에 집필되었다. 주인공 진 루이즈에게 아버지 애티커스는 양심의 파수꾼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되고, 아버지는 증오와 극복의 대상으로 바뀐다.
시대의 비극을 둘러싼 부녀의 갈등을 통해 <파수꾼>은 우리 사회에 진정한 양심은 어디에 있는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수많은 독자들에게 정의와 양심, 그리고 용기와 신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깨워 준 하퍼 리는 현지 시각 2016년 2월 18일 금요일 아침 고향인 앨러배마 주 먼로빌에서 향년 98세로 타계했다. (사진제공: 열린책들(ⓒMichael Brown))
✵ 목차
책을 시작하며/제1부/제2부/작품 해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앵무새 죽이기』번역에 대하여/하퍼 리 연보
✵ 책 속으로
아빠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끝으로 걸어가셨습니다. 등나무 덩굴을 살펴보신 뒤 다시 내게로 걸어오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어.」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네?」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_p.64~65
「사람들이 그 사람을 변호해선 안 된다고 하는데 왜 하시는 거예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읍내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고, 이 군을 대표해서 주 의회에 나갈 수 없고, 너랑 네 오빠에게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다시는 말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야.」
「아빠가 그 사람을 변호하시지 않으면, 오빠랑 저랑 이제 더 아빠 말씀을 안 들어도 괜찮다는 거예요?」
「그런 셈이지.」
「어째서요?」
「내가 너희들에게 내 말을 들으라고 두 번 다시 말할 수 없기 때문이야. 스카웃, 단순히 변호사라는 직업의 성격으로 보면 모든 변호사는 말이다, 적어도 평생에 한 번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을 맡기 마련이란다. 내겐 지금 이 사건이 바로 그래. 이 문제에 관해 어쩌면 학교에서 기분 나쁜 말을 듣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나를 위해 한 가지만 약속해 주렴. 고개를 높이 들고 주먹을 내려놓는 거다. 누가 뭐래도 화내지 않도록 해라. 어디 한번 머리로써 싸우도록 해봐……. 배우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건 좋은 일이란다.」
「아빠, 우리가 이길까요?」
「아니.」
「그렇다면 왜 ─」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기려는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은 없으니까.」 _p.148~149
우리들에게 공기총을 사주셨을 때 아빠는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잭 삼촌이 기본적인 사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삼촌 말씀에 따르면 아빠는 총에 관심이 없으시다는 거였지요. 어느 날 아빠가 젬 오빠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맞힐 수만 있다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어떤 것을 하면 죄가 된다고 아빠가 말씀하시는 걸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디 아줌마에게 여쭤 봤습니다.
「너희 아빠 말씀이 옳아.」 아줌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뭘 따 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 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 거야.」 _p.173~174
✵ 출판사서평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미국 작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가 번역을 다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2015년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40개 국어로 번역되어 4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현재까지도 미국에서는 매년 1백만 부 이상씩 팔리고 있는 스테디 베스트셀러다.
● 1961년 퓰리처상 수상
● 1991년 미국 국회 도서관 선정 《성서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위
● 1998년 미국 『라이브러리 저널』 선정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 2006년 영국 도서관-박물관 아카이브 협의회 선정 《영국 사서들이 꼽은 필독서》 1위
● 2007년 미국 대통령 자유의 메달 수훈
● 2008년 영국 《플레이닷컴》 선정 《영국인들이 꼽은 역사상 최고의 소설》 1위
● 2008년 《르네상스 러닝》 조사 《미국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 1위
● 2012년 NPR 선정 《최고의 청소년 소설 100선》
● 2014년 「비즈니스 인사이더」 선정 《모두가 읽어야 하는 미국 고전 25선》
● 《굿리즈닷컴》 선정 20세기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은 책》 1위
● 영국 출판사 《폴리오 소사이어티》 조사 《인류에게 가장 가치 있는 책》 7위
● 『타임』, 『뉴스위크』, 「가디언」, 「옵서버」, 「BBC 빅리드」,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최고의 소설 100선》
● 국내 판매 부수: 2003년 이후 40여 만 부(이전은 통계가 부재함)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내가 만난 名문장, 자기중심적인 스위치 꺼두기(나종호 예일대 정신의학과 교수·‘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저자), 동아일보 2022년 07월 04일(월)〉, Daum, Naver 지식백과, 인터넷 교보문고/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G선상의 아리아 - 바흐 곡
🎻 바이올린 - 정경화
🎹 피 아 노 - 정명훈
http://youtu.be/PqtF7ttfM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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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 김명희 교장선생님
'앵무새 죽이기' 타인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한다는건 정말 힘들지요. 그러니 타인을 함부로 추측하는것도 안된다는거~ 공감합니다.
요즘 제 주위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 정말로 많아 제가 바보된 느낌이랍니다. ㅠㅠ
고봉산 정현욱 님
자기 중심적인 스위치 켜두기
자세히 읽는다고 읽어도 난해해서 무슨 뜻인지 잘 몰라 댓글도 뭇달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