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8일 연중 20주간 화요일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9,23-30
그때에 23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24 내가 다시 너희에게 말한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25 제자들이 이 말씀을 듣고 몹시 놀라서,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말하였다.
26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눈여겨보며 이르셨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27 그때에 베드로가 그 말씀을 받아 예수님께 물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무엇을 받겠습니까?”
28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자기 옥좌에 앉게 되는 새 세상이 오면,
나를 따른 너희도 열두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이다.
29 그리고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 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
30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부자입니다.
이사할 때가 되면 아주 심란합니다. 버릴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나는 하나도 버리고 싶지 않아서 이사할 때마다 가지고 갑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천덕꾸러기가 됩니다. 그 중에서 책이 그렇습니다. 한 권 한 권 모을 때는 큰돈을 들여 소중하게 대하던 책들이 이제는 짐만 될 뿐이고 아이들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에 전부 기증하고 다 털어버리고 나니 그렇게 홀가분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합니다. 옷도 그렇게 짐만 될 뿐입니다. 지금은 많이 말라서 그전에 입던 옷을 전혀 입을 수 없습니다. 수선 집에 갔더니 이상한 체형으로 바뀌었다고 고치기 어렵다고 되돌려주면서 버리라고 합니다. 나눔의 집에서는 아주 귀한 보물을 받은 듯 반가워합니다.
모두 정리하면서 내가 엄청난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산은 하나도 없어도 입을 옷은 많이 있습니다. 옷감들이 아주 좋아서 떨어지지 않고, 멋을 부리며 옷을 입을 나이도 지났기 때문에 누가 초라하게 볼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먹는 것도 잘 먹고 살고, 잠잘 수 있는 집도 있으니 의식주가 해결되었으니 어찌 부자가 아니겠습니까?
젊어서 공부에 욕심이 많아서 공부도 많이 했고, 다른 사람들보다 전공도 많이 했으니 공부한 것만 해도 부자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학문에 대한 욕심도 많고, 공부하고 싶은 것도 많이 있으니 또한 부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기억력이 떨어져서 자꾸만 잊어버리는 탓에 한 말을 또 하고, 쓴 글을 또 쓰지만 묵상 욕심도 많이 있어서 이 또한 부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족도 건강하고 아이들 삼 남매를 모두 키워서 공부시키고, 성가시키고 손자도 보고, 좋은 친구들도 많고, 나를 걱정해주는 제자들도 많고, 이 모든 것도 부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도 있고, 책을 쓰고 글을 쓰는 일이 기다리고 있고, 등산하자고 보채는 친구도 있고, 건강을 걱정하는 지인들이 많이 있으니 이 모든 것도 부자입니다. 교회나 사이버 공간에서나 형제·자매들이 있어 우정을 나누고, 기도를 나눌 수 있으니 이 또한 부자입니다.
병까지도 많이 달고 살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죽자고 붙어 다니는 심장병에 젊어서 앓은 폐결핵에 선천성 고혈압에 암까지 앓았으니 종합병원입니다. 그런데 그 병을 앓을 때마다 기적적으로 낫게 해 주셨으니 나는 은총의 부자입니다. 사람은 고통으로부터 적당하게 성숙합니다. 고통을 받지 않으면 성숙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래의 모습인가 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흙으로 빚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담'이라는 이름이 '먼지'라는 말에서 나온 말이니 흙먼지를 반죽 할 때부터 아주 오래 동안 치대며 짓이겨져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빚어내고 유약을 바르고 가마에 구울 때까지 단련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많이 겪을수록 훌륭한 인재를 길러낸다고 했나 봅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나는 참으로 많은 은총의 부자입니다.
그 모든 것을 전부 합한 것보다도 더 큰 하느님을 간직하고 있으니 나는 부자입니다. 생명과 은총의 하느님께서 내 안에 살아계신다는 것만 해도 나는 행복합니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로 살고 있으니 그보다 더 명예스럽고, 더 부자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참으로 부자입니다. 내 명함에 ‘하느님의 000 번째 왕자’라고 적었으면 좋겠는데 몇 번째인지 잘 몰라서 그렇게 만들지를 못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나는 하느님의 왕자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왕자와 공주답게 살지 못해서 오늘 복음말씀에서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하신 모양입니다. 하느님의 왕자와 공주답게 격에 맞게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백성에게 모든 것을 나눠주고 거지왕자로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왕자와 공주는 본래 부자입니다. 의식주에도 문제가 없고, 공부도 많이 하고, 친구도 많고, 형제·자매도 많고, 아는 사람도 많아야 합니다. 왕자와 공주는 고생도 많이 하고, 많은 병도 앓아봐서 아픈 사람의 심정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은총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가슴 깊이 체험하고 왕자와 공주답게 나눌 줄 아는 왕자와 공주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도 고생하면서 커야 됩니다. 고생 좀 시키십시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라는 속담처럼 모두 개처럼 벌더라도 부자가 되어야 합니다. 왕자와 공주는 돈도 많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읽고 부자 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더 악착같이 벌어서 물질적으로도 부자가 되십시오. 저축도 더 많이 하시고, 씀씀이를 줄여서 부자가 되셔야 합니다. 그래서 노후도 챙겨야 합니다. 그러면서 개처럼 돈을 벌었지만 정승처럼 아니 왕자와 공주처럼 돈도 써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의 권능으로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만이 부자인 나를 하늘나라에 데려가실 수 있습니다. 그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너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면서도 네 마음을 신의 마음에 비긴다.>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28,1-10
1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2 “사람의 아들아, 티로의 군주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는 마음이 교만하여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의 자리에,
바다 한가운데에 앉아 있다.′ 하고 말한다.
너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면서도 네 마음을 신의 마음에 비긴다.
3 과연 너는 다니엘보다 더 지혜로워
어떤 비밀도 너에게는 심오하지 않다.
4 너는 지혜와 슬기로 재산을 모으고 금과 은을 창고에 쌓았다.
5 너는 그 큰 지혜로 장사를 하여 재산을 늘리고는
그 재산 때문에 마음이 교만해졌다.
6 그러므로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는 네 마음을 신의 마음에 비긴다.
7 그러므로 나 이제 이방인들을, 가장 잔혹한 민족들을 너에게 끌어들이리니
그들이 칼을 빼 들어 네 지혜로 이룬 아름다운 것들을 치고
너의 영화를 더럽히며 8 너를 구덩이로 내던지리라.
그러면 너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무참한 죽음을 맞이하리라.
9 너를 학살하는 자 앞에서도 네가 감히 ′나는 신이다.′ 할 수 있겠느냐?
너는 너를 살해하는 자들의 손에 달린 사람일 뿐이지 신이 아니다.
10 너는 이방인들의 손에 넘겨져 할례 받지 않은 자들의 죽음을 맞이하리라.
정녕 내가 말하였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오늘은 성녀 헬레나(Helena)의 기념일입니다. 성인의 활동연도는 250-330년경으로 성인과 같은 이름은 헤레나, 헬렌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성녀는 콘스탄티누스 대제(Constantinus I)의 어머니로 소아시아
북서부 비티니아(Bithynia)의 드레파눔(Drepanum)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270년경에 로마(Rome)의 장군인 콘스탄티우스 클로루스(Constantius Chlorus)를 만났는데, 그녀의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둘은 결혼하였습니다. 293년에 남편 콘스탄티우스는 그리스도교의 박해자 중 한 명인 막시미아누스 황제 휘하에서
카이사르(Caesar)로 선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헬레나와 이혼하고 막시미아누스 황제의 의붓딸인 테오도라(Theodora)와 결혼하였습니다.
306년 막시미아누스 황제가 사망하자 콘스탄티누스의 휘하 군인들이 그를 황제로 선포하였고, 312년 10월 12일 밀비안 다리(Milvian Bridge) 전투에서 막센티우스를 격파하고 승리한 콘스탄티누스는 로마로 입성하였습니다. 그 후 그는 그의 어머니인 헬레나에게 ‘아우구스타’(Augusta)라는 칭호를 드렸답니다. 헬레나 성녀의 노력으로 밀라노(Milano) 칙령을 반포하게 하여 로마 제국 내에서 그리스도교를 인정하고, 투옥된 모든 신자들을 석방하였습니다.
그녀는 이때부터 그리스도교적인 모든 일을 도우면서 수많은 성당을 짓고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었습니다. 그 후 아들이 동서 로마제국 모두를 장악한 뒤에 만년에 접어든 헬레나는 325년경에 예루살렘을 순례하고 성지에 오래 머물면서 갈바리아(Calvaria) 언덕에 성당을 세웠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그녀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십자가를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문장은 십자가입니다. 그녀는 330년 8월 18일 오늘날 터키의 이즈미트(Izmit)인 니코메디아(Nicomedia)에서
사망하여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에 안장되었습니다. 오늘 축일을 맞는 헬레나 자매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
첫댓글 부자로 잘 사셨습니다.
병약한 중에도 참 부지런한 성격이시니 더 큰 축복을 받으셨나 봅니다.
하느님 곁으로 이사가실 때까지 더 큰 은총의 부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저도 오늘부터라도 부지런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태생이 게을러서인지 부지런한 성품이 제일 부럽습니다. ㅎㅎㅎ
언제나 기도와 성원으로 격려하시고 용기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은 계획했던 글을 쓰지도 못하고 매일 서성이고 있습니다.
그냥 보내는 세월이 너무 안타깝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수산나 자매님.
코로나와 좋지 못한 기후에 건강에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