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감독과 이상윤 수석코치를 비롯한 기아 1군 코칭스태프 전원은 9일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패한 뒤 광주 시내 모음식점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패한 날이라 식사 분위기는 당연히 침울하게 시작됐다. 먹긴 먹되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 진 경기 얘기를 해봤자 분통만 터지므로 남은 경기에 대해서만 조심스럽게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침통한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장채근 배터리코치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우리가 이렇게 무너질 사람들이 아니지"라며 말문을 텄다. 기아 코치진은 경력도 화려하다. 이상윤 수석코치가 9번, 김성한 감독과 장채근 배터리코치는 8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던 '역전의 용사'들이다. 1군 코칭스태프의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을 합하면 무려 41차례.
장코치는 이어 "그녀석, 그때 그걸 한방 못 쳐주나"라며 자연스럽게 방금 전까지 금기로 여겨졌던 주제를 거론했다. 김성한 감독도 "역시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거야. 작전을 낼래도 낼 찬스가 없으니 거 참 힘들구만"이라며 슬며시 웃기 시작했다.
기살리기의 대가인 조계현 투수코치도 거들었다. "아직 안 끝났잖아요. 모로 가도 우리가 3승2패로 이긴다니까요"라고 힘줘 말했다. 김감독은 조코치에게 "오늘 김진우가 부진해서 투수코치가 가장 힘들었겠어"라며 위로의 말도 건냈다.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고 "반드시 역전승을 이루자"는 한목소리 결의로 식사가 끝났다. 야구장을 빠져나올 때 처졌던 코칭스태프의 어깨는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당당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