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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71)
싸움은 봐줘가며 하는 게 아니다(3)
쉬익! 슈욱! 핑!
백여 대의 화살이 동시에 나아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일순 화살
날아가는 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채웠고, 진득한 살기가 사방으로 퍼졌
다. 내공을 바탕으로 쏘는 활이기에 곡선을 그리는 화살은 없다.
마치 거대한 쇠뇌가 나아가는 것처럼 백여 대의 화살은 어둠을 일직
선으로 뚫었다.
비단 그 뿐만이 아니었다.
"쏴라!"
만자승의 입에서 재차 명령이 떨어지고, 궁수들은 두 번째 시위를
놓았다.
"군주님!"
천괄과 갈영상은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며 주하연 전면을 막아섰다.
주하연의 내공이 자신들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두 사람은 잔뜩
걱정스런 얼굴이었다. 설마하니 봉선군주란 이름을 밝혔고, 왕부의 4
신위라 하였는데 공격을 가해올 줄은 생각지 못했다.
"니들은 화살이나 막아! 하연인 내가 지킬 테니까."
뒤쪽에 더 신경을 쓰는 두 사람에게 백산은 명령조로 말했다.
"죽고 싶은 게냐?"
천괄은 백산은 노려보며 살기를 뿌렸다. 아무리 화살비가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지켜야할 예의라는 게 있다. 그런데 녀석은 그런 게 없다.
얼렁뚱땅 넘어가고자 하는 모양새는 결코 아니다.
문득 앞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자들보다 녀석을 먼저 손봐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러고 섰으면 네 녀석이 먼저 죽어 임마. 아이고 그러다 뒤통수에
박히겠다."
"개자식……."
하고 천괄은 신경질적으로 범천언월도를 휘둘렀다. 부웅, 하는 소성
과 함께 십여 개의 화살이 부러지며 지면으로 흩어졌다.
"오빤 재밌는 모양이네?"
얼굴이 환해진 백산을 보고 있던 주하연은 조금 얼떨떨하다는 듯이
물었다. 보기에도 섬뜩한 화살이 비 오듯 몰려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산의 얼굴이 너무 평온해 보였기 때문이다.
"저놈들이 멈춰선 게 저기 다혈질 사막 놈 별호 때문이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왔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대막혈신이나 귀광두나 그 놈이
그놈이란 말이지. 유몽 내 뒤쪽으로 와!"
휘리릭! 휙!
탁! 탁탁탁! 탁탁!
천괄과 갈영상은 신경질적으로 무기를 쳐냈다. 눈앞으로 날아드는
화살보다 뒤에서 이죽거리는 녀석의 주둥이가 더 날카로웠다.
돌연 솟구친 분노에 저도 모르게 내공을 끌어올렸을까. 가루로 흩어
지는 화살마저 생겨나고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사양선을 비롯한 다섯 명도 백산과 주하연 곁으로 다가오며 각자의
무기로 다가오는 화살을 쳐냈다.
"오빠, 우리 쪽으론 화살이 안 오는 것 같지 않아?"
"안 오는 게 아니라 팔이나 다리 쪽으로는 오고 있어. 금방 사모래
자식이 쳐낸 화살 봤지? 그게 내 다릴 노리고 왔던 거야. 야, 사모래,
동작이 너무 커 임마. 너 그만 업혀야겠다."
"무슨 소리? 이제 나도 초 절정 고수라고. 이 정도 화살은 눈감고도
전부 쳐낸단 말이야."
"당연히 쳐내야지 그것도 못하면 빙천수라마공이 아깝지. 하지만 나
는 기다리는 건 도통 체질이 아니라서 말이다."
주하연을 번쩍 들어 등뒤로 돌려 엎은 백산은 혈월(血月)을 뽑아 유
몽에게 내밀었다.
"주공!"
얼결에 혈월을 받아든 유몽은 곤혹스런 얼굴로 백산을 불렀다.
몸이 회복되어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
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도(刀)라니. 무슨 의도로 그러는지 전
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난 그 도(刀)말고도 무기가 있거든.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가지
고 있어. 지팡이 대용으로 써도 괜찮고."
주하연의 허리춤에서 한빙검을 뽑아 빙빙 돌리며 백산은 말했다.
"가자!"
"뭣하는 짓이냐?"
전면으로 나아가는 백산을 발견한 천괄이 화들짝 소리를 질렀다. 무
공도 변변찮아 보이는 녀석이 앞 뒤 없이 쏟아지는 화살비 속으로 걸
음을 옮기다니. 더구나 봉선군주 주하연을 업은 채로.
"그럼 여기 서서 저놈들 공격이 끝날 때까지 화살이나 막고 있을 거
냐. 난 그렇게는 못하겠으니 알아서들 해!"
"저런 미친 놈!"
욕설을 뱉어낸 천괄과 갈영상은 화살을 쳐내며 백산 왼편으로 다가
갔다.
"이봐 별호 좋은 녀석, 나가서 놈들이나 잡아.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희들도 마찬가지고."
"알겠습니다, 주공!"
낮게 소리친 사양선 일행이 몸을 띄워 허공으로 숨어들었다.
"관우 할아버지 그렇게 하세요. 저도 제 몸 하난 지킬 수 있어요."
천괄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은 주하연은 전면으로 슬쩍 오른 손을
내저었다.
쩌엉!
일순 날아오던 화살들이 하얗게 얼어붙더니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
이 부서졌다. 빙천수라마공을 극성으로 익힌 주하연은 더 이상 보호가
필요 없었다. 다만 여자에게는 살인을 시키지 않는다는 백산의 과거
습관 때문에 보호되고 있을 뿐이었다.
"허헉! 어찌…."
천괄과 갈영상은 경악한 얼굴로 주하연을 바라보았다. 방금 눈으로
본 광경이 꿈인 듯 했다. 날아오는 화살을 일순간에 얼려버리는 무공
도 놀라울 지경인데, 그 무공을 펼친 사람이 봉선군주라니.
하지만 그들의 놀라움은 시작에 불과했다.
"얘들이 화살이 날아오는데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는 거야. 꼭 늙은
나한테 일을 시켜야 시원하지?"
낮게 투덜거린 백산은 방금 주하연이 했던 것처럼 왼손을 슬쩍 휘둘
렀다. 하지만 결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십여 대의 화살이 그의 손안으
로 빨리듯 끌려들어오고, 그것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뒤쪽 유몽에게 넘
겼다.
"보관해! 그리고 주변에 떨어진 화살도 좀 줍고."
"알겠습니다, 주공!"
"허!"
할말을 잃은 천괄과 갈영상은 멍한 얼굴로 백산과 주하연을 번갈아
보았다. 보통 화살이 아니고 내공으로 쏜 화살은 제법 강한 힘을 지니
고 있어 쳐내는데 있어서도 신중을 기한다.
그런 화살을 허공섭물로 끌어당기다니.
"야! 냄새나는 입 좀 그만 벌리고 적이나 잡아라. 왕부를 공격하는
놈들을 그냥 보낼래?"
"알았…… 소이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천괄과 갈영상은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
다. 그러면서도 백산의 반말지거리는 흘리지 못했는지 두 사람 얼굴은
잔뜩 붉혀 올랐다.
"니미럴……. 죽인다!"
진득한 욕설을 뱉어낸 두 사람은 전면으로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아악!"
"크아악!"
사양선을 비롯한 잠영루 살수들이 먼저 시작했는지 처절한 비명소리
가 어둠을 뚫고 퍼져나갔다.
"우리도 좀 빨리 움직여 볼까? 유몽 가자!"
"먼저……."
"잔말말고 뛰어 임마. 사람 죽이는 걸 업으로 했던 놈이 집구석에
박혀 있었으니 무공이 살아날 리가 없잖아. 무공은 머리뿐만 아니라
몸도 원해야 살아나는 거야. 뒤는 무조건 네가 맡아. 참, 그 도는 혈
월(血月)이다. 웬만한 무기는 그냥 잘리니까 알아서 써."
"알겠습니다!"
혈월을 불끈 틀어쥔 유몽은 느닷없이 고함을 질렀다. 놀랍게도 바람
을 타고 온 혈향이 코끝을 스쳐가자 심장이 폭발적으로 뛰기 시작했
다.
달음박질로 숨이 가빠올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심장의 쿵쾅거림
이 살갗으로 이어지자 이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무공을 잃으면서 버려야 했던 투기였다. 다시 싸우고 싶다
는 열망.
혈월을 지팡이 삼아, 앞서가는 백산의 뒤를 쫓아 달렸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하지만 유몽은 힘겹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맞부딪치는 병기에서 튀는 불똥은
머릿속을 온통 전율 속으로 몰아넣었다.
"녀석, 드디어 깨어나고 있군."
백산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투기를 일으키는 유몽은, 머리와 몸이
동시에 깨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유몽 또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 개 싸움판으로 들어간다."
불쑥 한 발짝 몸을 날린 백산은 천괄과 갈영상을 향해 달려들고 있
는 복면인 배후로 다가들었다.
"헉!"
백산의 몸에서 살기를 느낀 복면인은 쾌속하게 몸을 돌리며 검을 휘
둘렀다.
챙!
한빙검을 들어 상대의 검을 막아낸 백산은 비릿한 살소를 머금었다.
가슴을 향해 강하게 다가오던 검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다리 쪽으로
향했던 탓이었다.
일부로 방향을 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봐주면서 하는 건 싸움이 아냐 자식아! 더구나 네 놈은 남을 봐 줄
만한 실력도 아니고."
상대의 검을 천천히 바깥쪽으로 밀어내며 빈정대듯 말했다. 한껏 눈
을 치뜨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백산은 오른 발을 차올
리며 빠르게 무릎을 구부렸다.
"크아악!"
웅크렸던 다리가 전면으로 쭉 펴지며 복면인의 단전을 향하자 순식
간에 구멍이 뻥 뚫린 복면인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스악!
상대의 검을 밀어내던 한빙검이 허공을 가르자 비명을 지르던 복면
인의 목이 둥실 떠올랐다.
단전을 박살낸 것도 부족하여 목까지 잘라버린 것이다.
"범천묵월(梵天墨月)!"
차자장! 챙!
"으아악! 아악!"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천괄의 일갈이 터지고, 1장 길이의 범천언월
도가 푸른 광채를 토하자,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검은 머리 3개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일순 썰물이 빠지듯 천괄 주변에 몰려있던 복면인들이 물러나고, 백
산을 발견한 몇몇은 뒤로 몸을 날렸다. 어쩌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
는 천괄보다는 귀광두란 별호를 가진 백산을 상대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랐다. 더구나 그는 죽일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빠른 경공을 이용하여 놈에게 적당한 타격만 주고 물러날 심산이었
다.
"이합!"
백산의 목에 목마를 타고 있던 주하연의 입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흘
러나왔다. 가슴에 모아 쥐고 있던 그녀의 양손이 전면으로 활짝 펴지
자 극빙(極氷)의 기운을 머금은 한기가 어둠을 갈랐다.
퍼억!
"읏차!"
얼어붙은 복면인을 살필 겨를도 없이 백산은 왼쪽으로 한 걸음 옮기
며 한빙검을 역수로 틀어쥐었다.
푸욱!
틀어쥔 검을 뒤쪽으로 찔러 넣자마자 손목을 틀어 힘차게 뽑아냈다.
뽑아낸 여력으로 검을 회전시켜 원래대로 다잡은 다음 오른 편에서 달
려드는 자의 면상을 노리고 그대로 밀어넣었다.
"끄아악! 커억!"
백산은 두 가지 동작을 연속동작으로 했지만 비명소리는 거의 동시
에 울렸다. 두 번에 걸친 찌르기는 물 흐르듯 이어져 한 초식을 방불
케 하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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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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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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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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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