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4,000여명의 명단이 국치일인 8월 29일 1차 공개된다. 8월 29일은 한일합병체결 9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인물들은 국내를 주무대로 활동했던 친일파들로 지방 토호친일세력이나 해외 친일세력들은 1차 공개에서 제외됐다. 단, 전국적 기구에 편재된 지방관과 지역 인물은 포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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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일본에 대한 역사왜곡을 지적하고 과거 청산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떳떳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 |
현재 위원회는 10여차례의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기준을 확정하고 관련 인물들을 일일이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법적 처벌을 전제로 한
반민특위와 달리 역사적 청산을 전제로 한 역사학계 초유의 사건이 될 것"이라면서 "어깨가 무거운 일인 만큼 모두 진지한 자세로 토론하고 의견을 내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세열 사무총장은 "친일 인물을 한 명 더 밝히는 것보다는 한명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일의 기준은 구체적인 지위와 행위를 통해 범주화한다- 역사학자마다 친일의 기준은 왜 다른가?친일문제는 역사학계에서 제대로 연구가 되지 않은 분야이다. 그래서 친일의 기준에 대해 학자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 편찬위원회는 어떤가?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구체적인 지위와 행위를 통해 범주화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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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 ⓒ민중의소리 |
-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인가?매국행위에 적극 가담하거나 그 혜택을 입은 사람으로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 조선총독부 기구와 소속 관서의 고등관 이상, 직급은 낮더라도 일제에 적극 협력하고 그 행위가 악랄한 자(밀정, 고등계 형사 등), 일제의 각족 식민지 수탈과 탄압에 적극 협력한 자, 항일세력에 대한 살상과 체포 등에 간여한 자, 각종 전쟁협력범죄자, 친일단체의 간부 등 십여가지의 기준을 마련했다.
- 친일파로 잘 알려진 김활란 같은 인물들이나 전직, 현직 국회의원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데?위원회는 전제를 두고 검토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의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통해 개인의 행적을 조사하고 집대성해서 검토할 뿐이다. 학문 외적인 것은 검토 기준과 무관하다.
- 친일파 청산이 가로막혔던 이유는?친일파 청산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이유는 분단이다. 항일운동세력이 좌우로 나뉘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친일파 청산은 좌우갈등 뒤로 숨어버렸다.
해방후 친일세력은 반공과 친미를 내세웠고, 미군정은 이들을 자신의 정치적 파트너로 삼았다. 그리고
이승만 정권은 친일세력을 자신의 권력 장악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했고 우리나라는 친일세력에 의해 장악됐다.
반민특위도 친일세력에 의해 장악됐고 한국전쟁 이후 반공이 유일한 가치가 되어 친일청산은 요원해 졌다. 오히려 친일세력들이 반공애국투사로 변신했다. 그후 역대 정권이 친일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친일청산은 금기의 대상으로 남게 됐다.
친일인명사전. 진실, 반성, 화해를 모토로 만든다- 친일명단 작업은 어떻게 진행했나?매일신보, 조선일보 등의 신문자료나 조선총독부 관보, 직원록, 정기간행물 등을 데이터화 하고 이들 자료를 크로스로 체크하면서 바로 잡았다. 그리고 단체별, 인물별 자료를 데이터 하고 다시 원자료와 대조하는 작업도 거쳤다.
- 해방 이후 언론, 문화, 학계, 군, 법조계, 정치인 등 전 분야의 친일명단이라는데,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텐데?진실, 반성, 화해를 모토로 하는 곳이 편찬위원회이다. 친일한 당사자들은 대부분 죽었으며, 그들을 처벌하기 위해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친일한 사람의 후손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우리가 해야할 역사의 몫으로 접근하고 있다. 진실에 기초에 잘못된 과오를 반성해서 민족의 성원으로 거듭나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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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 ⓒ민중의소리 |
- 소송을 제기한다면?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역사를 개인의 이해관계에 맞추어 사유화하는 것이 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1차 발표 후에 이견 접수 과정이 있을 것이며, 이런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재검토 할 것이다.
-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을텐데?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사람들때문에 우려된다. 사실 친일청산이라는 민족의 대의를 방해했던 것도 정치세력아닌가. 친일청산은 너무나 늦은 숙제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외부의 협박은 없었는가?특정 언론은 친일문제에 관해 지속적으로 보도를 안하기도 했고, 보도를 하더라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 보수 야당은 국회의 예산 편성과정에 교묘히 개입해 관련 사업을 무산시키려고 했다. 익명의 전화를 통한 협박도 있었으며 친일파 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빨갱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 가장 힘들었던 점은?인력이나 재원이 부족해 작업일정이 늦어지거나 시대 착오적인 발상으로 친일의 기득권을 이어가려는 세력들이 음해할 때다.
친일청산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떳떳해야- 친일명단 1차 발표, 어떤 의미가 있는가?친일인명사전은 처벌이나 폭로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역사의 엄중함을 깨닫고 도덕성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가슴아픈 고백임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
-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내부의 자성은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일본에 대한 역사왜곡을 지적하고 과거 청산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떳떳해야 한다. 진실로 반성하는 자세로 화해와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