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체코 수도 프라하는 늘 최고의 찬사를 받는 곳입니다. 중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작은 거리들과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프라하 성은 우리를 수백 년 전으로 초대합니다.
고딕부터 모더니즘 양식까지 천년의 건축사를 간직해 사진기만 갖다대면 모두 화보가 된답니다. 카를다리, 600년을 한순간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천문 시계, 야경이 아름다운 프라하 성, 웅장한 성 비투스 대성당 등 연간 1억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다녀갑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프라하의 현재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체코의 역사도 보이는 것만큼 찬란했을까요. 이곳에 와보니 수백 년 세월 동안 외침으로 나라 잃은 설움을 겪은 게 우리만의 일이 아니었더군요.
체코는 400여 년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왕가의 지배를 받다가 1918년에야 체코슬로바키아 연방 공화국으로 식민 통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답니다. 짧게 경험한 민주주의와 번영도 잠시, 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유대인이 학살됐고, 전쟁 후에는 소련 공산주의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됩니다.
1968년 민주화를 요구하던 체코슬로바키아 국민을 옛 소련이 무력으로 짓밟은 '프라하의 봄'. 대학생 두 명이 분신자살 하고 100여 명이 희생된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외세의 틈바구니에서 체코어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 또한 눈물겨웠습니다. 그동안 여행지로만 점찍어 왔던 프라하의 슬픔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프라하에 와보니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 여기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네요. 웬만한 관광지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고 아담한 데다,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대부분의 길에 차량 진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두 발로 프라하 중심가를 활보했습니다.
나흘간 이곳에 머물며 프라하 시내를 샅샅이 헤매고 다니다 보니, 떠나올 즈음에는 카를다리까지의 아침 산책이 가뿐한 일상이 됐습니다. 관광 성수기(4~10월)를 살짝 빗겨났지만 프라하는 여전히 전 세계 여행객들로 시끌벅적 했습니다.
10여 년 전 인기를 끈 TV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덕에 프라하는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많이 알려졌지요. 그래도 이곳의 맥주가 '예술'이라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맥주의 원조는 독일인 줄 알았는데 진짜 원조가 따로 있었지 뭡니까. 세계 최초의 맥주 양조장, 세계 최초의 맥주 박물관, 세계 최초의 맥주 양조 교과서 등. 모두가 '최초'로 통하더군요. 맥주는 차가워야 제맛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뜨거운 맥주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이곳의 뛰어난 사회보장제도와 문화수준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국민의 먹거리와 교양을, 그리고 건강까지 정부가 걱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나라, 이에 더해 가족이 악기 하나씩만 꿰차면 실내 음악회을 열 수 있는 그런 나라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육아와 사교육비에 머리를 싸매고, 평생 집 한 채 마련이 꿈이고, 집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젊음을 저당 잡혀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이 서글프기까지 하더군요. 볼수록 정감 어린 체코 프라하로 마실 한번 가 보실까요.
최택만
첫댓글 최택만선배님!
뜨거운 맥주의 맛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맛일까 ?
프라하 시내 샽샽히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가 나뻐서 찬 맥주는 잘 마시지 않으니
저 한테는 그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