去年二十每月見-지난 20년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던 친구들
今年二人離他界-올 들어 두 사람이나 저세상으로 떠났다
明年誰電是削除-내년에는 또 누구의 전화번호를 지울는지
茫然着窓櫻花樹-창밖의 벚꽃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농월(弄月)
작년 오늘(7월27일) 무엇했고 내년 오늘은 무얼 할까?
필자의 일기장과 인터넷 계정의 기록에 작년(2021.7.27.)에 진도 운림산방(雲林山房)
유적지를 답사하였다.
7월이라도 아마 오늘처럼 덥지 않았던 날씨였던 것 같다.
진도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며 조선 말기 남종화(南宗畵)의
선구자인 소치(小癡) 허련(許鍊)이 말년(晩年)에 기거하며 작품을 제작하였던 곳이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은 화실의 당호(堂號)이다.
청(淸)나라 때의 시인 유수(鈕琇)가 쓴 “고잉(觚賸)”이란 시를 읽었다.
※고잉(觚賸)-술잔에 술이 남았다는 글자인데 자주 쓰이는 한자가 아니다.
고(觚)-술잔고 승(賸)-남을승
“고잉(觚賸)”에 대한 다른 해석이 있는데 필자가 알지를 못해 설명을 못한다.
-지난해 오늘(去年此日)은 어떤 날인가?
-지난해는 기유(己酉)년이고 오늘은 21일이니, 식초(醋)일세-
이십(卄)+일(一)+일(日)을 합치면 석(昔)자이다.
유(酉)는 닭 글자다
그래서 기유(己酉)년 해는 유(酉)+석(昔)을 합쳐서 식초(醋)가 되었다.
일종의 한자(漢字) 글자 획을 분석(分析)하는 파자(破字)놀이인 것이다.
그래서 벌주(罰酒)를 면했다.
이처럼 예 명사(名士)들의 술좌석에는 풍류가 있었다.
중국 명필 왕희지(王羲之)의 “난정서(蘭亭序)”가 있다.
당시의 명사 41명이 모여 계추(季秋)를 하고 유상곡수(流觴曲水)의 유흥을 즐기면서
시회(詩會)를 열어 술판을 벌린 것이다.
술잔이 삥 도는 물길을 따라 자기 앞에 다시 왔을 때까지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로
술을 한잔 마셔야 한다.
※계추(季秋)-가을의 마지막 달이라는 의미로 음력 9월을 달리 부르는 말
※유상곡수(流觴曲水)-술잔을 굽이굽이 휘도는 물에 흘려보낸다는 뜻으로
신라의 마지막 비극 장소인 포석정(鮑石亭)도 유상곡수(流觴曲水)에서
술잔을 즐기는 시(詩) 놀음이었다.
인터넷에 오랫동안 글을 올리다 보면 언 듯
지난해 오늘 나는 뭘 하고 있었나가 생각날 때가 있다.
옛 사람들도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조선후기 시인이며 문인(文人)인 이학규(李學逵)도 비슷한 생각의 시를 썼다.
그가 3월 말일에 쓴 “춘진일언회(春盡日言懷)”라는 시에 이렇게 썼다
去年此日春還盡-지난해 이날엔 봄이 외려 끝났더니
此日今年人未歸-올해의 오늘은 사람 아직 안 왔다네.
那得心腸賸幾許-어이해야 이 마음을 얼마쯤 남겼다가
明年此日看花飛-내년의 이날에 날리는 꽃구경할까
작년엔 봄 이름도 모르고 가버린 것이 아쉬웠는데,
올해는 봄 풍경 속으로 아예 들어가지도 못했다는 푸념이다.
그래서 아쉬운 이 마음을 조금 남겨 두었다가
내년 봄에는 지는 꽃잎이라도 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다음은 선조 때의 시인 정희득(鄭希得)이 일본에 포로로 갔다가 지은
“청명일전파유감(淸明日奠罷有感)” 시(詩)다.
去年此日故山春-지난해 오늘은 고향 산에서 봄을 맞더니
今年此日阿江渚-올해의 오늘에는 아파강(阿波江)의 물가일세
此身正似波上萍-이 몸은 참으로 물결 위 부평초로구나
明年此日知何處-내년의 오늘에는 어느 곳에 있을런가
※아파강(阿波江)-아파(阿波)는 일본의 옛지명으로 아와(あわ阿波)라는 지역에 있는
강이름이다. 현재 이름은 덕도현(徳島県とくしまけん)이다.
서거정(徐居正)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조선 세종(世宗)에서 성종(成宗)대까지 무려 6명의 왕 아래에서 문병(文柄)을
장악했던 학자다.
※문병(文柄)-문장(文章)이 출중하여 과거(科擧)의 시험관(試驗官)이 됨을 말함.
서거정(徐居正)이 죽은 딸을 그리워하는 “추도소녀(追悼小女)”에 이렇게 썼다.
去年此日汝猶在-지난해 오늘에 너는 아직 있었는데
今歲茫茫何所之-올해엔 아득히 어디로 가버렸나
那復牽衣求棗栗-어이 다시 옷깃 당겨 대추 달라 하지않느냐?
不堪流涕憶容姿-네 모습 생각나서 눈물 막지 못하겠네 !
일 년새 어린 딸이 저세상으로 간 것이다.
올 여름에는 작년 여름이 그립다.
아마 내년 7월에는 금년 7월이 그리워 질 것이다.
아름다웠고 아련한 풍경은 언제나 지난해 오늘 속에만 있다.
말로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기자”를 다짐하면서도
정작 눈앞을 지나가는 귀한 시간을 붙잡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내년 7월을 볼지도 모르지만---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