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알맞게 선선한 가을의 초입, 칠장사에서 제1회 어사 박문수 전국 백일장 대회가 열렸다. 중ㆍ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학생 488명과 학부모, 지역인사, 자원봉사자 등 1천여 명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 하루종일 진행된 이번 백일장에서는 안성의 양진중학교 1학년 김금령 학생이 대상을 받아 개최지의 위상을 높여주었다.
이번 백일장은 어사 박문수의 ‘몽중등과시’(夢中登科詩)를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나이 서른다섯이 되도록 과거에서 낙방을 거듭하던 박문수가 과거를 보러가던 중 칠장사에 들러 하룻밤을 잤는데 꿈에 나한전의 부처님이 나타나 시제를 일러주었고, 부처님이 일러준 시의 일곱 줄에 자신이 지은 마지막 행을 덧붙여 박문수가 과거에 급제하게 된다는 전설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칠장사에는 각종 시험 응시자들이 많이 찾아와 기도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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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은 ‘가을편지, 추석, 친구, 소금, 들꽃’ 등의 다섯 시제가 주어졌으며, 칠장사에서 출연한 1천만 원의 상금과 상패가 37명의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칠장사 주지 지강 스님은 “칠장사를 시민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면서 “천년고찰 칠장사와 혜소국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주위의 스님들을 독려해 내년에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의 심사는 고은 시인과 장석주 시인, 오세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윤재천 한국수필학회 회장, 이덕화 평택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고은 시인은 학생들과의 짧은 강연에서 “어사 박문수는 세상의 더러움,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는 일을 한 전설적인 존재”라고 강조하고, “학생들의 글에서 오늘 이후의 세상까지를 고민하는, 즉 사회의 정의, 사회의 양심을 살리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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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서 장원을 한 김금령 학생은 “초등학교 6년 내내 일기를 썼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며 수줍게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장원 당선작에 대해서는 고은 시인의 극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김학용 국회의원, 양진철 안성시장 권한대행, 연꽃마을 각현 스님 등 30여 명의 내외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며, 문화관광부가 후원하는 ‘책, 함께 읽자’ 행사도 이어져 낭독 전문배우가 아름다운 시와 수필을 읽어주기도 했다.
노랗게 은행잎이 물들어가는 가을, 학업에서 벗어나 문학 향기에 흠뻑 취한 아이들로 칠장사는 하루 종일 충분히 아름다웠다. 모쪼록 행사가 안성을 대표하는 문학행사로 잘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이다.
▲ 대상(경기도지사상) : 김금령(양진중) ▲장원(경기도교육감상) : 황초롱(진천여중)ㆍ장은해(안성여중)ㆍ김이랑(수원영덕고)ㆍ강경민(진선여고) ▲차상(안성시장상) : 박향희(비룡중)ㆍ박경민(서운중)ㆍ하명희(성문고)ㆍ이희선(안법고) ▲차하(안성시장상) : 윤하림(서운중)ㆍ박민영(죽산고)ㆍ안소현(안양예술고)ㆍ서규원(단대부고) ▲장려(안성교육장상) : 유동은(공도중)ㆍ최고은(서운중)ㆍ홍용준(안성중)ㆍ김민지(서운중)ㆍ이예지(안성여중)ㆍ유영호(안성중)ㆍ유다운(용동중)ㆍ임성우(비룡중)ㆍ원소리(양진중)ㆍ최혜인(세교중)ㆍ정다은(양진중)ㆍ임지혜(선일여중)ㆍ정혜인(안성여고)ㆍ백지연(안성여고)ㆍ김향(한겨레고)ㆍ김경인(안법고)ㆍ강채원(춘천여고)ㆍ김은아(가온고)ㆍ최지규(평택고)ㆍ박승준(평택고)ㆍ김규영(안양예고)ㆍ정환진(평택고)ㆍ이승영(안성여고)ㆍ박세미(부천여고)
안성신문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