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테서랙션 게임
출시일 2003/08/26
제작사 드림캐처 인터랙티브
장르 시뮬레이션
난이도 보통
최소 시스템 펜티엄 III 500MHz/램 256MB/HDD 1,500MB/다이렉트X v8.1
권장 시스템 펜티엄 4 1GHz
요즘 PC 게임으로서 시뮬레이션 게임을 접하는 일은 흔치 않으며 수작은 말할 것도 없이 해상 시뮬레이션을 접하는 일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가능성이 적다. 그래서 에니그마 : 라이징 타이드(Enigma : Rising Tide, 이하 에니그마)를 접하는 것이 정말 놀랍다. 실제로 에니그마는 엄밀히 말하면 시뮬레이션이라기 보다는 개발사인 테서랙션 게임(Tesseraction Game)이 소개한 문구대로 ‘가상 역사 제 2차 세계 대전 대규모 멀티플레이 1인칭 해상 전투 게임’에 가깝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긴 말이고 대규모 멀티플레이란 말도 적당치 않지만, 소개 문구를 통해 에니그마가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 슈팅게임과 롤플레잉 요소, 흥미로운 액션을 가미한 에니그마는 공식적인 해상전 역사를 무미건조한 책으로 읽기보다는 다스 부트(Das Boot) 영화를 보길 원하는 게이머를 위한 게임이다. 에니그마는 해상전을 세세하게 시뮬레이션하기 보다는 제 2차 세계 대전의 전략적인 해상전 드라마를 시뮬레이션화한 게임이다.
처음 보았을 때 에니그마는 제 2차 세계 대전 게임처럼 보인다. 사실 에니그마란 이름에서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이 사용했던 유명한 암호기계인 에니그마를 떠올리게 된다. 에니그마는 실제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디자인에 근거했거나 영감을 얻은 배가 많이 등장한다. 실제로 에니그마는 제2차 세계대전풍의 가상 역사게임이다. 게임플레이는 전세계에 걸쳐 3개의 주요 세력이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1937년도에 시작된다.
에니그마는 독일이 제 1차 세계대전을 승리하고 대부분의 유럽대륙을 지배하면서 무제한적 잠수함전을 펼쳐 영국을 굴복시킨 세상을 가정한다.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미국은 싱가폴에서부터 모로코, 아일랜드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유국가 연합(The League of Free Nations)은 일본과 망명중인 영국 해군으로 구성된 연합이다. 일본 기지, 홍콩, 지브롤터 및 다른 중요 지역으로부터 연합은 독일과 미국을 상대로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전쟁을 벌인다.
게이머가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몇몇 개별적인 연습과 전투미션을 통해 3개의 세력 각각에 대한 해상전과 잠수함전 캠페인에 참가하게 된다. 처음에는 한척의 배를 지휘하지만, 점차 계급이 오르면서 더 위험한 임무를 맡고 자신의 배를 직접 지휘하면서 동료 함선에도 기본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에니그마는 게이머가 함장으로서의 임무에 빠지도록 해 게임속 세상이 진짜처럼 느껴지도록 한다. 각 미션전에 게이머는 최근 명령과 함장 일지를 본다. 함장 일지를 통해 게이머는 선상 생활이 어떤지 알 수 있는데 선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이나 자신의 최근 임무 등에 대한 느낌을 알 수 있다.
깔끔한 손질로 게이머는 가상 신문 1면을 보며 게임속 세상을 알려주는 헤드라인을 통해 예를 들면 트루만이 루즈벨트 대신 30년대 미국 대통령인 것도 알 수 있다. 때때로 대양을 가로질러 가는 자신의 함선이 담긴 간단한 동영상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에니그마가 이야기를 구체화하고, 게이머로 하여금 게임에 몰입하도록 영화 같은 동영상 또는 흑백 영상 뉴스 같은 것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일부 제2차 세계대전 전쟁게임 매니아(Grognard)는 에니그마가 실제 역사를 다루고 있지 않은 점에 실망할 수 있지만 게임속 세상은 흥미롭고, 실제 전투를 재현하지 않았다 해도 전투는 전투다. 다행히 전투는 에니그마의 장점 중 하나다. 에니그마는 기본적으로 전략적 규모의 게임으로 게이머가 직접 자신의 배 한 척을 지휘하면서 액션을 즐길 수 있다. 게이머는 보급 문제나 적을 찾기 위해서 몇 주의 가상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정찰같은 것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미션을 시작하자마자 적을 발견해 교전을 벌이며 상선이나 유조선, 폭뢰기 및 다양한 종류의 전함을 만나게 된다.
게이머는 실제 함선으로부터 얻은 기본 수치로 만들어진 잠수함, 코르벳함, 구축함, 다양한 형태의 어뢰정을 조종하게 된다. 에니그마는 이런 다양한 함선 조종을 능률화시켰다. 예를 들어 잠수함을 조종할 때 게이머는 어떤 종류의 어뢰를 장전해야 하는가 또는 어떤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가를 걱정할 필요없다. 단지 보이는 목표물을 정하고 편차를 어림잡아 발사하면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잠수할 때도 다이빙 플레인(diving plane)을 직접 통제하거나 다이브 또는 트림탱크를 조절할 필요없다. 단지 게이머는 원하는 깊이를 선택하고, 선원이 잠수준비를 갖춘 후 잠수를 시작하면 되는데 갑판포를 쏘지 못하는 잠수 전 20초 동안 공격받지 않기를 바라기만 하면 된다.
에니그마에는 다른 단순화도 많이 눈에 띤다. 손상모델은 타격 장소나 배의 시스템과는 상관없으며 대신 게이머의 함선이 손상을 얼마나 많이 견딜 수 있는지 나타내는 단순한 선체 체력게이지만 있다. 전략화면에는 수중청음기, 소나, 선원의 정찰 그리고 동료 함선으로부터 오는 정보가 혼합되어 있다. 함선마다 조종법이 다르고 장비도 다르지만 모두 동일한 기본적인 HUD와 조종법이 있다. 유일한 차이점은 잠수함과 물위에 떠있는 함선간의 다른 점뿐이다. 이런 단순화로 인해 에니그마는 접하기 용이하다(쌍방향의 튜토리얼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반면에 게임의 깊이와 실제성을 느끼고자 하는 게이머를 위해 실제성과 세부적인 특징을 조절할 수 있는 옵션이 없는 점은 아쉽다.
어쨌든 에니그마는 드라마와 액션이 가득하다. 뇌우속에서 잠수함으로 호송선 사이를 누비면서 구축함에 쫓기거나, 코르벳함의 대공포로 비행기와 싸우는 일은 재미있다. 에니그마에서 게이머는 중요한 명령을 내리고, 개별 화기에 병력을 배치하여 1인칭 시점으로 사격을 즐길 수 있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많은 일이 단순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게임 자체는 단순하지 않다. 함포를 조준하거나 어뢰를 장전하고 잠수함의 배터리를 충전하고 공기를 보급하기 위해 수면으로 언제 부상해야 안전한지 결정하는 것 같은 재빠른 전략적 판단이 수없이 요구된다. 교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폭뢰가 주위에서 터지는 속에서 잠수함으로 구축함을 살며시 피해가거나 코르벳함을 미친 듯이 몰아 어뢰를 간신히 피하고 머리 위로는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포탄이 작렬하며 손상을 입은 함선에서는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아비규환의 해상전에 참가한다.
독립적인 게임으로 에니그마의 사운드와 그래픽은 이런 액션을 제대로 소화해 낸다. 너울거리는 바다와 흔들거리는 배는 압권이며, 다양한 기상조건은 전투에 시각적 다양성은 물론 전략적 다양성까지 부여한다.(아무리 맑은 날씨라 해도 태양이 환하게 빛나는 일이 없지만) 모든 회전포탑은 애니메이션화 되었으며,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는 어뢰에서 나는 거품 흔적까지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잠수함에 있을 때는 자신을 빗겨간 어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경보소리와 클랙션은 전투의 긴장을 더하고 분위기에 맞는 다양한 주제로 가득한 힘차고 역동적이 오케스트라 곡도 준비되어 있다.
반면에 대공포 소리는 약하고 음성은 나오지 않으며 장교의 경고와 업데이트를 나타내는 지루한 문장만 있다(통합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덕분에 사운드 카드에 마이크를 꽂을 수 있다면 음성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에니그마의 표현은 최신식도 아니고 그래픽은 고르지 못하지만 전반적으로 게이머를 액션에 몰입하게 하는데 성공하는데 결국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에니그마는 여러 면에서 더욱 좋아질 수 있다. 전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면적인 해상전 대신 잠수함과 대잠수함 전투에 대부분의 초점이 맞춰졌으며, 항공모함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인공지능은 이상한 버그가 있어 아무런 이유없이 비행기끼리 충돌하거나 같은 편 함선에 부딪힌다. 미션은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워 난이도면에서 캠페인에서처럼 매끈하게 조절되지 못한다. 진행중에는 저장이 불가능하며 긴 미션에서는 시간단축 기능이 없어 절망감을 느낀다.
에니그마는 분명히 포함되어야 할 주요 특징이 빠졌다. 무작위 미션 생성기와 시나리오 디자인툴이 없다. 현재 미션이 다양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 플레이할 필요가 없는 것 맞지만 게이머 나름대로 전투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소개문구에는 그럴싸하게 들어가 있지만 멀티플레이 기능도 없다. 멀티플레이 요소인 항구적 세계를 약속했지만, 아쉽게도 돈을 지불해야 플레이가 가능하다. 적어도 에니그마를 구입한 게이머에게는 멀티플레이 요소가 남아있을 때 30일의 무료 시험기간을 줘야 한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에니그마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간소화되긴 했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며 많은 세부사항을 무시했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해상전의 흥미진진한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 게이머가 제 2차 세계대전 또는 해상전 매니아이거나 액션과 전략을 제대로 조합한 것을 좋아한다면 에니그마는 수많은 격렬한 도전과 공해상에서의 드라마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