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보다 하얗게.
아이보다 순수하게.
雪라벌 기행4. 황성공원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글에 앞서 폭설에 희생된 부산 외국어대학교 학생분들에 대한 애도를 표합니다. 아울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 편만 눈에 대한 표현을 최대한 절제했습니다. 부디 더 이상의 희생이 늘어나지 않기를... ...)
어제 오랫동안 돌아다녔더니 어깨부터 발까지 안 쑤신 곳이 없다. 학교에 가려고 채비를 하는데 눈이 와서 버스가 오지 않는다. 결국, 선생님께 통보를 드리고 하루 쉰다. 어차피 쉬기 때문에 동생 데리고 황성공원에 간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큰 도심공원 중 하나인 황성공원은 경주의 쉼터나 다름없는 곳이다. 큰 행사 같은 것도 황성공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도심계획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원이 아니고 신라 때부터 보호림이었던 역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눈이 내려 시립도서관은 하얗게 변했다. 옆에 있는 독산의 김유신 장군 동상으로 올라가자 한쪽만 눈을 맞은 지 반만 하얗게 변했다. 동생은 눈사람을 만든다며 여기 있겠다고 하고 혼자 황성공원을 둘러보기로 한다.
(눈 내린 황성공원 시립도서관.)
(황성공원.)
(독산 꼭대기로 가는 길.)
(김유신 장군 동상.)
(장군 동상에서 바라본 시립도서관 일대. 멀리 소금강산이 보인다.)
원래 금장대까지 걸어가려 했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일단 호림정으로 향한다. 원래 월지 근처에 있던 조선 시대 정자인데 복원공사가 이루어 지면서 여기로 옮겨졌다. 호림정 근처에는 여러 공덕비가 줄을 지어있고 앞에는 넓은 양궁장이 있다. 항상 학교 사생대회가 있으면 꼭 여기서 그림을 그렸는데. 오늘은 백색 도화지에 추억을 그려본다.
(호림정 가는 길.)
(호림정 옆 비석들.)
(호림정.)
(호림정 앞 양궁장.)
호림정에서 호원사터로 향한다. 호랑이 처녀와 관련된 얘기로 유명한 호원사터는 대부분 경주 관련 설화집에 실려있고 책 좀 읽은 경주 애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정작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호원사가 어딘지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바로 앞 시립도서관에는 그 호랑이 처녀 이야기책이 꽂혀 있으면서도. 알려지지 않다 보니 역시 가는 길은 험하기 그지없다. 한솔분재농원이라 적힌 팻말을 따라 눈길을 개척하며 가면 사나운 개 두 마리가 날 경계하며 짖어댄다. 개를 조심해 안쪽으로 들어가면 낡은 집 한 채가 나오는데 그 앞 작은 정원에 보면 석탑 옥개석 두 개가 장독대로 쓰이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오늘은 눈이 와 묻혀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돌려 낡은 집 밑을 자세히 보면 석축이 보인다. 여기가 옛날 호원사의 금당 터임을 알 수 있다. 천 년 전 절이 이렇게 민가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걸 보면 재밌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가는 길에 있는 한솔분재농원. 호원사터 역시 여기 속한 사유지이므로 주인이 계시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사나운 개 두 마리가 항상 지키고 있어 도둑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호원사터 지붕돌. 눈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재작년 찍은 맑은 날 호원사터 지붕돌. 장독대로 쓰이고 있다.)
(집 밑을 자세히 보면 옛 석축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개와 눈을 뚫고 밖으로 나온다. 충혼탑을 거쳐 시민운동장, 황룡사 구층목탑 모형까지 온다. 거기서 다시 한 번 금장대로 갈지 고민하다가 역시 안 될 것 같아 되돌아간다.
(충혼탑 가는 길.)
(경주 충혼탑.)
(황룡사 구층목탑 모형. 원래 밤에 불도 켜고 그랬는데 요즘은 잘 안 그렇다.)
(황성공원 설경.)
(눈 때문에 축 처진 황성공원 소나무 숲. 걸어가다가 우산 위로 눈덩이가 떨어져 많이 놀랐다.)
동생을 데리고 장군 동상에서 내려와 집으로 가려 하는데 계단 앞 나무 앞에서 여러 사람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항상 자전거를 타고 가며 보던 고목의 가지가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부러진 것이다. 점점 하얀 지옥이란 말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나무들도 당황했을 것이다. 평생 살면서 이런 폭설을 겪어 본 적이 없었을 테니.
(눈 때문에 부러진 소나무.)
(눈의 무서움.)
따뜻한 집에서 몸을 녹인다. 밖은 아직도 눈발이 잦아들 틈을 모르고 쏟아진다. 어제는 설렘으로 가득했다면 오늘은 걱정이 반이다. 오후에 답사를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여정- (2014. 2. 11. 火)
황성공원 시립도서관→ 독산 김유신 장군 동상→ 호림정 앞 비석군→ 호림정→→ 한솔분재농원→ 호원사터→→ 충혼탑→→ 시민운동장→→ 독산 김유신 장군 동상-------------------→ (5부에서 계속)
(雪라벌 기행1. 대릉원, 계림, 교동마을: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5)
(雪라벌 기행2. 월성, 동궁과 월지, 황룡사터, 분황사: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6)
(雪라벌 기행3. 낭산: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7)
(雪라벌 기행4. 남산 삼릉계곡: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89)
(雪라벌 기행6. 불국사, 석굴암: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90)
(雪라벌 기행7. 경주 구시가지: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91)
(雪라벌 기행8. 옥산서원, 독락당: http://cafe.daum.net/sanjoa035/4a0U/692)
새롭게 펼쳐라!
羅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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