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杞나라 사람 하나가 불현듯 걱정하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가 치는 날, 꼭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 한 번 걱정이 시작되자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산이 무너지면 어떻게 하지,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면 어떻게 하지, 땅이 꺼지면 어떻게 하지... 그의 걱정은 끝이 없어서 옆에서 그를 보면 마치 얼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정작 집안일도 잊어서 밭에는 풀이 무성하고 마루는 썩기 시작했다.
지금 사람들의 걱정은 가히 범우주적이고 천문학적이다. 눈에 대고 보는 망원경도 부족하여 성층권 위에 천체 망원경을 띄워 온 우주를 관찰하고 온갖 우주의 일들을 걱정한다. 제 발밑도 못보는 주제에 수천만 광년 너머를 보고자 하며 제 이웃도 못 살피는 주제에 안드로메다 성운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외계인의 삶을 상상한다. 고작 팔구십 년을 사는 주제에 수천억 년 뒤에 태양이 꺼져서 암흑의 세켸가 될 것을 염려한다. 신비롭고 경이로운 달을 불모의 황무지로 만들고 바람이 불면 숲 위에서 반짝이던 아름다운 별들을 불 지옥, 얼음 지옥, 유황비 지옥으로 만든다. 알면 알 수록 걱정이 태산이다. 이 걱정들이 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그물을 타고 온 지구를 옭아맨다. 이 온갖 기우들을 사람들은 과학이라 부른다. 불행했던 기나라 사람은 요샛말로 과학자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