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으로 돌아와 어르신과 나눈 대화 내용을 블로그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바로 바로 발로 걷고 지역사회 속으로 찾아가 걸언하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복지관 시스템으로 인한 행정 처리, 복지관 내부 관련 업무 등이 있었기에 바로 선뜻 나서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습니다. 선의를 가지신 분과 꼭 좋은 이웃의 관계를 맺어 드려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믿었습니다. 저만 그 어르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면 분명 활동하며 선의를 가진 분을 만나 부탁드릴 수 있을 것을 믿었습니다. 그분을 찾기 위해 낯선곳에서 먼 곳에서 찾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복지관을 작은 지역사회로 보았고, 봉사자나 이용자분들을 그저 지역주민의 한 분으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어르신을 기억해 두며 몇일이 지났습니다.
현재 저희 복지관 사업 중에 조이너스 가족 봉사단 사업이 있습니다. 그 사업 참여 희망자 중 한분의 어머님이 가족 봉사단을 하고 싶은데, 도시락 배달을 먼저 해보고 싶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도시락 배달도 좋지만 어르신 한분과 만나 이웃이 되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부탁드렸습니다.
적극적이신 어머님은 좋다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님과 함께 어르신께 찾아가 뵐 약속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어르신을 의뢰 하셨던 통장님께도 전화드렸습니다. 어르신의 가정에서 이러한 만남을 가져보려 하는데 오실 수 있으신지 여쭈었고, 통장님은 흔쾌히 오신다 하셨습니다.
약속날짜가 되어 저는 복지관에서 어르신과 이웃이 되어줄 그 어머님을 만나뵈었고, 통장님은 어르신께 먼저 도착해 계셨습니다.
어르신과 이웃이 되어줄 그 분과 걸어 가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이야기는 꼭 전해 드렸습니다.
" 어머님 봉사자나 후원자로서 어르신을 만나뵙지 말고, 그저 평범한 이웃으로 만나뵈셨으면 좋겠습니다". " 우리동네에 살고 계신 어르신이시니, 그저 평범한 이웃으로 만나 일방적으로 줄것이 아니라 서로 도움도 주고 도움도 받는 그렇게 친구같은 관계로 만나뵈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님은 그 뜻을 이해 하셨다며, 알겠다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어르신 댁에 도착하여 어르신과 통장님, 어머님과 제가 함께 모여 이야기 하였습니다.
30분간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선의의 관계로 만나신 분들의 이야기... 가슴 깊이 와 닿았습니다. 저는 그저 그 이야기를 경청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고 이제 현지 완결하기 위해 여쭙고 부탁드렸습니다.
통장님께는 지금까지 하셨던 것처럼 가끔 찾아오셔서 어르신의 안부를 여쭈어 주실 수 있으신지?
이웃이 되신 그 어머님께는 밑반찬 하실 때 조금 더 하셔서 시간 나실때 찾아와 전해드리거나 가끔 자녀분과 함께 어르신댁에서 밑반찬 같이 만들어 주실수 있으신지?
여쭙고 부탁드렸습니다. 부담없는 일 모두 흔쾌히 그렇게 하자 하셨습니다. 이제 복지관을 경유하지 않고도 현지에서 완결된 복지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인사드리고 헤어졌고, 그 어머님과 많은 이야기 나누며 복지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제가 해야 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그분들의 삶으로 복지가 소통되도록 뒤에서 거들고 지지하고 격려 해드리고 칭찬해드려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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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가 꼭 해보고 싶었던 사회사업 실천기록 입니다.
저는 이 30분의 만남과 이야기를 위해 1년을 고민하고 궁리하였습니다.
복지요결을 읽고 또 읽고, 하이브리드 토론모임을 찾아가 양원석 선생님을 만나뵙고 토론하고 배웠고, 복지관 실천사례 모임에서 김세진 선생님을 찾아가 만나뵙고 토론하고 배웠고, 철암 지역아동센터를 무작정 찾아가 권익상 선생님께 이야기 전해 듣고 배웠고, 홍보와 영상을 사회사업과 접목한 김종원 선생님과 이성종 선생님을 찾아뵙고 토론 하며 배웠고, 섬사회사업이 궁금하여 생일도를 찾아가 그분들의 삶을 통해 배웠고, 저자와의 대화모임에서 김동찬 선생님과 만나며 토론하고 배웠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사복지사 협회에서 "도대체 이 분은 어떤 분이시길래 이렇게 본질을 꿰뚫고 계신것일까?" 상상만 하던 한덕연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실천 사례를 보며 "도대체 이게 뭐야?" " 그런거면 나도 할 수 있겠다" "뭐 그런걸로 1년을 고민하고 궁리해?" " 그냥 뭐 하면 되는거 아니야" 이렇게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지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참 바보 같고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어리석습니다. 나태하고 게으르고 대학교때 학고도 맞아본 바보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도 현장의 현실이 너무 답답하였습니다.
그래서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도 한번쯤은 꼭 한번쯤은 실천 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실천해야 그 보다 뛰어난 다른 사람도 해볼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너는 안된다고", "환경이 안된다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것은 시골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요즘 같이 바쁜 세상에 누가 그런일을 할 수 있겠냐고" 많은 이야기 들었습니다.
"난 할수 있다고" "환경이 안되면 환경을 바꾸면 된다고" "불가능하면 작은 하나를 살려 가능하게 만들면 된다고", 그것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도 가능한 일이라고", 바빠도 사람 돌아보며 살아가시는 선의를 가진 이웃분들 많을 것이라고" 그렇게 다짐하며 1년을 지냈습니다. 물론 그 과정속에서도 현실과 타협한 부분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의 오기 인지 사회사업 하나를 해놓지 못한 제 인생이 아까워서 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건 전 선한 사람이 아닙니다. 죄인이며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동안 사회사업 제대로 한번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실천해보았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실천해 보는 그 순간 뿌듯했는지? 벅찬 감동이었는지? 보람되었는지? 물어 보신다면
아닙니다.
봉사자나 후원자로 수혜 대상자를 도울 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어르신을 만나고 어머님을 만나고 지역주민을 만나는데 특별한 감정이 생기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처음 사람 만나는 것처럼 설레이고, 즐거운 감정이었습니다.
천화현 선생님 지금까지가 실천사례와 그리고 제가 하고 싶었던 사회사업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천화현 선생님께서 문자 주셔서 까페에 공유하고 제 생각 담은 글 적었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글을 적기가 망설였으나, 공유해보자 말씀하셔서 글을 적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선생님.
이상입니다.
첫댓글 홍준호 선생님, 이렇게 귀한 사례들을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세 사례 모두 읽으면서 감동하고, 그렇지!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 뜻있고 가치 있게 해보려고 애쓰시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귀한 사례들, 앞으로도 계속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사례를 통해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나는 어떻게 적용해 볼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 고민과 궁리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렇게 미약한 실천이라도 응원해 주셔서 너무 힘이 납니다. 감사드립니다. ^^
평범한 일상 이야기, 그래도 한 가지는 부탁드렸습니다.
"그저 평범한 이웃으로 만나시면 좋겠습니다. 서로 도움 주고받는 친구같은 관계로 만나시면 좋겠습니다."
→잘했습니다.
특별히 의식 있는 분이라면 몰라도,
대개는 이렇게 진지하게 부탁드려야 의식할 겁니다.
통장님, 지금까지 하셨던 것처럼 종종 찾아뵙고 안부를 살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아주머님, 밑반찬 만드실 때 조금 더 하셔서 나누시거나, 가끔은 자녀와 함께 어르신 댁에서 같이 반찬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런지요?
흔쾌히 그렇게 하시겠다 하셨다니 잘되었습니다.
잘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드려서 더 좋게 되었을 겁니다.
제 경우, 평소 어르신과 좋은 관계로 지내시거나, 선의를 가지신 분들을 알게 되면 곧 바로 기록해 둡니다. 각각의 케이스파일에도 기록하고, 동네 전체의 관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파일도 별도로 만들어, 누군가 어르신에 대한 도움을 청하시면 저보다 더 잘 도울 수 있는 분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분께 먼저 부탁 드리곤 합니다.
그분들의 삶으로 복지를 이루시게 주선하였으되,
때때로 살펴서 거들고, 지지와 격려, 칭찬과 감사로써 반응하기,
좋은 생각입니다.
이웃 관계와 인정, 그 사람살이의 맛을 살리고 더하는 "양념" 같은 게 바로 이것입니다.
측은한 마음에 도움을 드렸으나, 그 일에 대해 크게 생각지 않고 있던 이웃을 사회사업가가 찾아가서 칭찬하고 감사하면, 별 것도 아니라며 쑥스러워하셨지만, 어르신을 지금보다 더 생각하게되고, 자주 찾아뵐 마음이 들도록 하는 힘이 생깁니다. 칭찬하고, 격려, 감사만으로도 생동이 넘칠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며, 역시 사회사업가는 부지런히 지역을 돌아다니며 지역사회를 만나고 걸언해야함이 지극히 마땅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선생님 하시는 일, 항상 응원합니다!
"그래도 사회복지사로서,
한 번이라도 사회사업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난 할수 있다고"
"환경을 바꾸면 된다고"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해보겠다고"
"서울에서도 가능하다고"
"선의를 가진 이웃이 있을 거라고"
홍준호 선생님의
그 고뇌와 갈망, 그 배움의 열정...
참으로 귀하게 생각합니다.
한덕연 선생님, 복지요결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자연주의 사회사업이 현존하지 않았다면, 저는 현재 복지사의 길을 걷고 있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또한 " 아 사회복지는 원래 이런것이구나"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복지요결은 사회사업의 바이블로 느껴져 읽고 또 읽으며 실천의 뿌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실천사례에 대해 귀히 여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귀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홍준호 선생님의 실천이 여러 선생님들께 도전과 자극이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선의'가 있다는 믿음, 저도 그 믿음에서 시작했습니다. 분명 우리의 뜻을 이해하고 동행해 주실 분이 계시기에, 그 한 분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지역사회를 누벼야 합니다. 저도 그렇게 했고 그래서 좋은 분들 많이 만났습니다. 박시현 선생님의 재가복지서비스 사례집을 읽고 있는데, 박시현 선생님도 그렇게 하셨더군요. 박시현 선생님은 마땅함을 좇아 실천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당사자가 귀찮다, 싫다 해도 정중하게, 진지하게 설명하고 의논했습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 진정성을 잃지 않고 걸언하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취지를 설명할 때도 부탁드릴 때도 진지하게 말씀드렸다. 일단 한번 해보자고는 하지 않았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었다. 내게도 그랬고 어르신들께도 그런 일이었기에." (18쪽)
2007년에 읽은 김기석 목사님의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벽 앞에 서서 낙심하기보다는 문 없는 집은 없다는 믿음으로 인내하면서 찾다보면 길은 보이게 마련입니다...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차이는 일단 차이대로 놔두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126쪽)
홍준호 선생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이죠?
주변 상황 탓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사회사업 할 것인지 일 년간 '믿음으로 인내하며' 궁리하고 실천하셨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해 내셨으니 그 기쁨이 얼마나 클까요?
같은 책에 보니 이런 구절도 있습니다.
"스스로 길이 된 사람의 운명은 평탄할 수 없습니다." 14쪽
리 호이나키의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를 읽으니 정의로운 길, 마땅함을 좇아 가는 길은 자갈길이므로 비틀거릴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 이의 삶은 바보스러워 보이지요. 홍준호 선생님의 '어리석은 사람의 오기', 거룩한 바보의 길일지 모릅니다.
"아마도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은 바보로 보일 만큼 어리석은 괴짜의 삶을 택하여야 할지 모른다."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134쪽
김세진 선생님의 홈페이지와 활동하신 행보로 제가 작은 실천일지라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방아골복지관의 사례가 없었다면, 이상적으로만 가능하다 여기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믿었을 것입니다. 방아골의 사례와 사연이 있었기에 분명 가능하다 믿었습니다. 가능성을 열어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감사드릴 분이 한분 더 계십니다. 양원석 선생님. 하이브리드 토론 모임은 저에게 정말 사회복지사로서의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복지의 큰 흐름과 실천방안까지 사회복지사로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복지와 관련된 일 전부다 포기해버리고 다른 일에 종사하고자 마음 가졌을때,그래도 마지막이다 싶어 붙잡고자 했던 하이브리드 토론모임... 그 모임을 통해 현실의 답답함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답답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