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산행(여든 네번째) - 한라산의 진달래 대충 배낭을 챙겨 06:00 아파트를 나선다. 어제 추적 추적 내리던 비는 그치고 날씨가 맑아졌다. 벌써 훤히 밝아져 해가 뜰 것 같다. 이시각이면 깜깜하고 춥던 것이 엊그제 인데 세월무상이다.버스를 타러 수모루 정거장으로 가본다. 성판악 주차장은 만차라는 안내메세지를 한라산 관리에서 새벽에 보내왔다. 아파트 앞에는 바람 모루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바람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이곳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다. 이곳에 살면서 내 머리칼 숫자도 급격히 감소하였다.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고 춥지도 덥지도 않다. 06:30 281번 버스를 타고 서귀포시내를 지나 07:10 성판악에서 내린다.늦은 나이의 남자도 부인같은 딸인지 딸같은 부인인지 함께 따라 내린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탐방로 입구에 모여 있다. 핸드폰 한라산 예약시스템에서 QR코드를 꺼내 인증하고 07;20 산행을 시작한다. 산길은 부드럽고 산속의 공기는 시원하다. 마스크를 벗으니 더 시원하다.정권도 바뀌고 세월도 바뀌고 으스스하고 답답했던 시절도 끝났다. 여기도 벌금 저기도 벌금 시절도 끝났다. 까마귀들이 가끔씩 문안인사를 한다. 연초록색 잎파리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08:40 속밭대피소에 도착한다.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든다.혼자 산에 온 사람은 나 뿐인 것 같다. 잠깐 쉬는데 여기에서 계속 쉬고 있겠다는 사람도 있다. 일행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09:00 산행을 계속한다. 사라오름 입구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사라오름에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의견이 분분한 것이 틀림없다. 가파를 경사길을 올라 나무사이로 파란하늘이 보일 때쯤 길가에 찌들어진 진달래꽃들도 보인다.10:20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한다. 대피소주위에는 진달래꽃들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어 있다. 날씨 때문인지 꽃들은 화려하지 않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진달래꽃을 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제주도에서는 진달래꽃을 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파란 하늘아래 빨간 진달래꽃이 핀 진달래밭은 꽤나 인상적이다. 10:40 산행을 시작한다. 고사목지대 에는 시간도 멈추고 음직임도 없고 소리도 없다.깔딱고개를 올라 개활지로 나온다.서귀포 앞바다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올라온다. 심신이 시원해진다. 험한 돌길을 올라 정상으로 가본다. 찬바람이 세게 분다. 백록담 표지석에는 인증샷을 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정상 표지목에도 줄을 서 있다. 표지목에서 줄을 서 기다리다가 증명사진을 찍고 데크로 내려와 점심을 먹어본다.데크 밑에 살고 있는 족재비들이 잠깐 잠깐 머리를 내밀며 먹이를 흠쳐갈 궁리를 하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은 존경스럽다. 12:20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은 지루해 아이폰을 끼고 노래를 들어본다. 오늘은 문주란의 노래가 좋다. 동숙의 노래를 부르던 17살 문주란도 어느새 늦은 나이가 되었다. 유행가는 유행따라 변하고 좋아하는 가수도 세월따라 변한다. 16:00 성판악에 도착한다. 오늘 산행은 꽤나 오랜시간이 걸렸다. 걱정했던 무릅통증도 발바닥통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의 대충 종합검진결과다. 예약제 때문에 한라산에 오기도 쉽지 않다. 예약제가 없던 때가 그립다. 산에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도 않다. 예약총인원수를 늘리던지 산행입장료를 받던지 하여 산에도 자유롭게 올 수 있으면 좋겠다.여기도 벌금 저기도 벌금 도쳐에 붙여진 으스스한 벌금현수막들도 없어졌으면 좋겠다 다시 자유민주주의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2022년 5월 15일 이용익,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