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아사히계 / 도에이 / 2001.1~2002.1 / 컬러 TV 시리즈 / 전 51화 / 출연 : 카슈 토시키, 아키야마 리나, 토모이 유스케, 카나메 쥰, 하네오 레이, 야마사키 쥰, 후지타 토코, 시바타 아키요시
의문의 ‘아카츠키 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그 사건으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츠가미 쇼이치는, 자신이 수수께끼의 존재 '언노운'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진 '아기토'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경찰청에서 '미확인생명체'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강화복을 장착한 히카와 = 'G3'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길스'로 변신하게 된 료의 3명은, 수수께끼의 청년이 조종하는 언노운의 악행에 맞서,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싸움이 차츰 진행되면서 쇼이치의 기억과, 아카츠키호 사건의 진상과, 언노운의 정체를 둘러싼 사실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는데... 과연 '아기토'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아기토에 의해 좌우될 인류의 새로운 미래란?
이 작품은 전년도의 ‘가면라이더 쿠우가’의 폭발적인 인기를 힘입어, 그 인기요소를 분석하여 보다 상업적인 측면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반다이의 야심과, 전작인 쿠우가는 물론, 예전의 가면라이더들조차 능가하는 전설이 될만한 명작을 창조하고자 했던 프로듀서 시라쿠라 신이치로의 야심이 결합되어 의기양양하게 출발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면라이더의 부활에 사활을 걸고 막대한 제작비를 아낌없이 투입했던 전작 ‘쿠우가’와는 달리, 이 작품은 예산면에서는 처음부터 상당히 불리한 점을 안고 출발하였고, 새로운 라이더들의 디자인들도 기본적으로는 쿠우가 검토단계에서 탈락된 디자인에 다소 손을 보아 사용해야 했을 정도였다. 따라서 세일즈 포인트는 어디까지나 액션 연출보다도, 인간 드라마 쪽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작품의 최대의 특징은 역시 3명의 라이더가 등장하여 각각 다른 관점에서 드라마를 끌어간다는 것인데, 이는 1명의 라이더가 11가지 형태로 변화하는 전작 ‘쿠우가’와는 달리 보다 무난한 방법으로 다양한 상품전개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고, 각 라이더의 캐스팅에 있어서도 여성팬들의 다양한 취향들을 공략할 수 있는 3인의 미청년을 내세움으로서, 이러한 복수 라이더의 등장은 이후의 밀레니엄 라이더 시리즈의 기본 세일즈 포인트로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그 캐스팅에 있어서는, 스탭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전작의 오다기리 죠나 카츠라야마 신고와는 달리, 연기력보다는 어디까지나 외모를 중시한 캐스팅이 이루어졌는데, 특히 모델 출신의 주연 카슈 토시키 같은 경우에는 연기경험이 전혀 없어서, 한 작품의 주인공을 연기하면서도 정작 한편에서는 기초부터 연기수업을 받아야 했던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작품에서는 그렇게 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바로 이 작품의 라이더들이 지금까지의 라이더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어느정도 완성된 히어로가 아니라, 모두가 처음에는 불완전한 상태에서 출발하여 점점 성장하는 타입의 히어로들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보여주는 그러한 미숙함은 오히려 불완전한 캐릭터의 특징을 더욱 잘 살려낼 수 있는 플러스 효과로서 작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캐스팅 방식과 인물 설정방식 또한 이후의 밀레니엄 라이더로 그대로 이어지는 바람에, 이후의 ‘가면라이더’ 배우들은 연기력이나 액션보다도 오로지 얼굴로만 발탁된다는 비판과 함께, 처음부터 제대로 된 히어로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불완전한 부분만이 너무나 강조되는 이러한 캐릭터들에게는 정작 원래의 시청자들인 남자 어린이들이 쉽게 감정이입을 하기 어려웠다는 문제점도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는 이상적 남성상의 상징이 되어야 할 이러한 히어로들의 불완전한 모습은, 오히려 그들을 감정이입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동경의 대상으로 생각했던 여성 팬들에게는 반대로 더욱 친숙함을 주는 효과를 낳았고, 결국 변신 후의 히어로보다도 변신 전의 주인공들에게 인기가 더욱 집중되는 이러한 현상은, 이후의 가면라이더를 비롯한 히어로 작품의 세일즈 포인트를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앞서도 말했듯이, 이 작품에는 특히 드라마 파트에서 실험적인 요소가 많이 도입되었는데, 그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들을 3명으로 설정하면서, 작품의 시점도 3가지로 나뉘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방식의 도입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고 할 수 있는데, 여러 명의 주인공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전개시키는 수법은 이미 일본에서는 몇몇 어드벤쳐 게임 등에서 실험적인 시도가 있기는 했었지만, 게임보다도 훨씬 세밀한 묘사와 섬세한 연출이 요구되는 드라마에 있어서는 그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아기토'는 결국 그러한 시도를 제대로 소화해 낼만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우선 원래는 가장 이야기의 핵심에 있어야 할 주인공 쇼이치의 캐릭터나 드라마를 처음부터 불분명하게 만들었던 덕분에, 시청자들은 좀처럼 쇼이치에게 감정이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이 작품에는 히카와나 료의 시점에서 보는 또 다른 드라마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핵심에서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더구나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야기는 3인의 라이더만이 아닌, 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의 관점이 도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는커녕, 스토리 이해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정보마저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이야기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한 다중적인 연출방식은 짧은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의 방식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1년간 끌어가야 하는 장기 시리즈에서 이렇게 지나치게 늘어나버린 시점은 이미 어린이 대상의 특촬작품은 고사하고, 어지간한 미스터리 드라마를 능가하는 복잡한 구조와 이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갖가지 모순 등 많은 결점만을 만들어 놓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특히 시라쿠라의 과욕으로 인해 각 스탭들에게도 최소한의 정보밖에 주지 않으면서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한 유연한 대응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제작방침은, 후반부에 들어서면 결국 이야기의 수습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에 빠지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데, 그제서야 이를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하는 무리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계속 터져나오는 의문들의 연속은 결국 드라마로서의 ‘아기토’에 치명상을 입히고 말았다.
그러나, 그러한 복잡한 스토리 전개와 수습불가능으로 보이는 드라마는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과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주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두는데 성공하였고, 따라서 이 ‘아기토’는 시청률적으로는 충분한 성공을 거두며 반다이와 도에이를 만족시키는데 성공하였다. 또한, 지금까지의 다양한 도에이 히어로의 장점을 도입한 3인의 라이더라는 히어로 캐릭터와, 앞서 말한대로 다양한 매력을 가진 미청년 배우들의 등장도 세일즈 포인트로서는 이미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아기토’는 그 드라마로서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결과적으로는 충분히 ‘성공한’ 작품으로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수습불가능의 드라마가 제대로 수습될리는 만무하였고, 결국 이야기 자체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내용으로 마무리되고 말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충분한 평균 시청률과, 그에 수반한 다양한 상업적인 성공을 얻은 스폰서들에게 있어서는 이미 그런 것은 어떻게 되어도 좋았던 것이다.
그 결과, 반다이와 도에이는 이 ‘아기토’의 제작방식을 하나의 완성된 세일즈 포인트로서 인식하고 이를 보다 높은 수익률의 세일즈 모델로 만들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이후의 시라쿠라가 담당한 ‘가면라이더 류우키’나 ‘가면라이더 파이즈’ 등은 물론, 심지어는 이 수익모델의 유효성을 인식한 반다이에 의해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까지 도입되어, ‘기동전사 건담 SEED’라는 희대의 문제작을 탄생시키도 한 것이다.
여담으로, 이 작품은 원래 쿠우가의 인기를 무난하게 이어가기 위해 쿠우가의 속편이라는 설정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쿠우가의 완결성을 해치는 것에 반발한 스탭들의 반대로 그러한 아이디어는 결국 긍정도 부정도 가능한 애매모호한 수준으로 조정되어 초반에 약간 도입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