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보고 Feminist들이 욕하겠군, 남자는 살림 쫌 하면 안되냐구. 그런 뜻이 아니구, 어쩔수 없이 혼자 살게 된 남자의 하루를 그려 보고자 함이니 그냥 넘어가 주세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사고방식이 아주 고루해서 페미니즘이 이해 안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장선생님, 오선생님 몽둥이 날아 온다! 이쿠, 피하다 넘어졌다, 쿠당탕!
아침에 눈을 뜨면 당장 이불을 개키기가 싫습니다. 이부자리에 남아 있는 온기마저 빼앗기는 것 같아, 화장실 가고 싶은 것두 참고, 발가락만 꼼지락 대고 있습니다. 5분, 10분, 에고 안되겠다, 후다닥... 기실 침대 생활을 중국에 와서 시작했는데, 누가 있으면 한쪽으로 떨어지는 것만 조심하면 되는데, 어느 때 뒹굴다 보면 이쪽저쪽으루 다리가 툭! 떨어집니다. 방바닥 체질인갑다.
오늘 아침 뭘 해먹지? 저번에 전수 받은 라죽이나 하려고 밥통을 열으니, 간밤 술김에 밥 다 퍼먹고 빈통! 이구 이 밥통같은 놈아! 쌀뜨물에 손 넣기 싫으니 아침부터 라면. 물 올려 놓고, 카페 점호 하다가 기분이 이상해서 얼른 부엌에 가 보면 냄비 바닥이 불콰합니다. 너두 술 먹었냐? 치지직 도로 물 부은 후 이번엔 멍하니 곁에서 지켜 있습니다. 라면 넣고, 스프 찢고, 계란 하나 깨고, 이러다 영양실조 걸릴라 한개 더 넣으며 칼로리 계산 두드립니다. 라면 500cal, 계란 한 개 70cal * 2개 = 140cal, 도합 640cal, 아침부터 또 오바되는군. 실제로 서울서 집사람 밥 얻어 먹을 때 체중 조절이 훨씬 용이했습니다. 그래 두달 전에 횐님들에게 다이어트 한다고 신고 했는데 여직 그대로 입니다.
먹구 나면 진짜 귀찮은 일, 설거지. 저번 두부두루치기 때는 장장 네시간, 어제 손님 다녀가신 오늘 아침은 두시간, 혼자 먹을 때는 개수대에 담궈 놓구 그냥 미뤄 둡니다. 그나저나 어제 오신 손님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삼겹살 500g 사다 놓구 네분이나 모셔서, 드실 것두 부실하게 올려서, 기름소금, 고추장+된장, 러브주준진님이 깐 마늘 한주먹, 양파 한개, 계란 후라이 두개, 튀기다 다 태우고 엉켜 붙은 찹쌀 경단 - 근데 그게 맛 있으셨어요? 라면에 만두. 후식으루 토마토 다섯쪽, 끝, 정말 죄송합니다. 상추도 없이...
그건 그렇구 점심, 아차 점심 먹을려구 쌀 올려 놓았는데, 잠시 대기!
점심엔 나가 먹든지, 일 없으면 팅팅 불은 라면가닥 털어낸 냄비에 도로 물 붙고 도로 라면,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이리 먹고 지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은 건너 뗬군. 어째 오전내내 출출하더라.
김치는 한 동안 경복궁 김치, 3Kg에 20元 주고 배달 시켜 먹었는데, 한번 사 놓으면 그야말로 냉장고에서 미이라처럼 남아 있는 꼴 보기 싫어 요즘엔 아예 없이 삽니다. 김치 고픔이야 횐님들 만나 식사 할 때 식당에서 풀어 냅니다. 그외에, 밑반찬도 아예 사오지 않습니다. 김치 보다 더 빼빼 말라 비틀어지니까요. 아! 갑자기 명란젖(?) 쿠우, ~젓 먹고 싶다. 저, 논산 훈련소 26연대 나왔는데 같이 입대한 대학 동기놈이 다른 애들 다 짜장면 먹고 싶다는데, 혼자서 새우젓 먹구 잡다구... 저번에 보니 그눔 머리가 훌러덩 벗겨져 있더라구요. 둘이, 대전 도청 앞 예원다방 셔터맨 이었는데... 지랄, 살림하다 딴소리는...
먹는 것은 그렇구, 빨래두 꽤 신경 쓰입니다. 한족 집주인이 구식 2조 세탁기를 사다 놓아서, 세탁조에다 돌리고, 물 아낀다구 탈수조에서 더러운 물 빼고, 다시 헹구고, 또 빼고, 헹구고, 빼구. 이구, 요즘엔 귀찮아서 가루비눗물 빠지던 말던 세탁 15분, 배수, 그리구는 물 계속 틀어 놓으며 30분 돌린 후 탈수, 널기, 빨래 끝! 저, 결벽증 있어서 거의 매일 빨아야 합니다.
청소요? 지금두 청소기 돌리며 간간 앉아 자판 두드리는데, 일주일에 두번 밖에 안 합니다. 여름 내 문을 열어 놓고 살아 먼지가 장난이 아니지만 실내에서 슬리퍼를 신기로 한 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걸레질두 긴 걸레막대에 박박 손으로 빨아대 너덜 거리는 수건 채워서 두번 쓱싹쓱싹, 대신 가구 먼지는 눈에 띄는 대로 닦는데, 문제는 여름내 잡은 모기 혈흔이 회 발라논 벽에 벽화처럼 남아 있습니다.
먹는 것, 빨래, 청소, 또 뭐 있나? 아이 보기는 손자나 보든지 아니면, 에이~ 말자, 진짜 한소리 들을라. 한가지 재미 있는 것은 쟈스코나 까르프에 가면 자꾸 그릇 파는 집을 기웃거리게 됩니다. 이거 먼 일이랴? 도대체 살림 한다는 것이 뭔데 사람이 이리 변하는지, 저번에는 쓰지도 않을 그릇 - 싸구려 -을 이쁘다구 2개나 사들구 오면서 실없는 놈처럼 얼마나 웃었던지. 아니, 미키마우스 그려진 메라민 수지 반찬 그릇 이었습니다. 거기에 계란 부치고, 밥 한 주걱 담고, 토마토 세 조각에 마요네즈 올려 드릴테니 오십시오.
무엇보다 제일 힘든 것은 저녁에 밖에 있다 진짜 집에 오기 싫습니다. 솔직히 카페 들르는 재미마저 없었으면 매일 아무데서나 자기도 했을겝니다. 단지 입구에 들어서며, 오늘은 우리 집에 불이 켜져 있기를 걸기대 하지만, 설마 기적이 아무데서나 일어나랴! 집 주위를 맥없이 한 바퀴 돌다 계단을 올라 섭니다. 불켜고, 벽에 붙여 놓은 리리에게 인사하고, 컴퓨터 켜고, 바탕화면에 뜬 사람에게 하루 보고 하구, 카페 점호하구, 홀딱 벗구 이불 속으루 들어갑니다. 제 잠옷도 샤넬 No.5 입니다. 압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어제 싸구려 향수 보냈는데 욕 안할려나 몰라, 화장실용아니냐구.
우리집사람 보니 살림이 이게 다가 아니던데, 빠진 사항은 각자들 채워 넣으십시요, 걸레질 해야 하니...
Mon mec à moi 내남자(맞나?)
첫댓글 밤만님 ! 너무 재밋는 글 감사합니다 . 칭다오 생활 혼자서의 살림살이 성공하시길 ^&^
설겆이는 먹자마자 끝내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이 안됩니다. 청소는 계획표 짜듯이 정확한 날짜에 정확한 시간까지 정해놓고 습관되면 대수롭지 않게 할수 있지만, 이게 힘들면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해서 물놀이 하듯이 청소하고 깨끗해지면, 다른곳 청소도 하고 싶은 생각이....... 제가요? 글쎄요..-.-;;
밤만님의 홀로서기 내공의 힘!.......침대를 킹사이즈(180센티미터)로 바꾸시면 아무리 몸부림치셔도 침대위일것 같은데요^^...아무래도 저...밤만님글 애독자될 중독성이 보입니다^^
남자도 "내 일이다" 생각하고 하면 여자보다 훨씬 잘 하던데요. 내 일 같지 않으니 마음 안 내켜 어설픈 것이고, 같이 있는 식구들 없어 설렁설렁 넘어가니 그런 것뿐이죠. 내 새끼들이 내가 해준 밥 먹고 크고 내가 치운 집에서 자란다 하면 살림솜씨가 어디 성별에 따라 달라질까요? 밤만님, 너무 엄살 심하신 거 아녜요?
정말 여자들두 혼자 있으면 무지 게을러지거든요... 살림이라는게~~귀찬아 하면 한없이 귀찬아지구요..그냥 심심플이 재미를 붙이면 할만합니다...ㅎㅎㅎ
여성잡지에 "솔로 생활수칙 10계명"이니 "비혼여성 생활 체크포인트"니 이런 게 자주 실리는 거 보셨나요? 귀차니즘과 허전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남녀가 어디 있으며 묘수가 있겠습니까. 그저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 밖에는..
밤만님, 이해합니다. 근데 왜 보모 안 구하슈?
뭍지 말어유 울트라니마
설거지하지 않게 추석 점심 함께해요.
동병상련(?)의 밤만님의 그생활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해도님의 추석 점심???? 불청객이 함께해도 될까요? 해도님 부인이 끓여 주시던 그 장국맛 아직 잊지를 못하는데...... 아~아 참 외식일수도 있지......
밤만님, 덩거장 언니는 아직..... 몸무게 변동사항은 ?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일상이 지루하고..벗어나고 싶을 때..혼자 집안일 하기 싫을 때^^ 흙을 밟아 보세요..맨발로..천천히..그리고..하늘의 별을 보는거죠..^^참..청도에도 별은 있겠죠?? 그리고 아직 내가 여기 청도에서 숨쉬고 있음을 느끼세요..그럼 기분이 나아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