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들에게 예수 사랑으로 선교와 애덕 실천
1997년 파푸아뉴기니에 갔을 때 까리따스 여자기술고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인 수녀들이 여학생들에게 요리, 제빵, 재봉, 컴퓨터 등 직업기술을 가르치는
파푸아뉴기니의 유일한 여자기술학교였다.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는 교육환경이
열악한 이곳 여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1993년 학교를 세웠다.
모든 것이 열악한 파푸아뉴기니 오지에서 '라스칼'(강도)로부터 숱하게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말라리아 등 열대 풍토병에 시달리면서도 억척스럽게 학교를 운영하며 그리스도
사랑을 전하는 수녀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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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파푸아뉴기니 선교 25주년을 맞아 봉헌한 기념미사와 파푸아뉴기니 출신 첫 수녀 서원식. |
# 예수 성심의 사랑을 전하는 복음 전파 현장 사랑, 애덕, 자선이라는 뜻의 라틴어 까리따스(Caritas)라는 이름에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예수 성심의 사랑을 알리기 위해 몸 바쳐 봉사하라'는 설립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그래서 까리따스 수녀들은 다양한 사도직 현장에서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고 전하며 가르치는
삶을 살아간다.
서울 서초구 우면산 끝자락, 사당역 1번 출구로 나와 약 250m 거리에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서울관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 방배동 공동체에는 다양한 사랑의 삶을 살아가는
까리따스 수녀들 모습을 집약해 놓은 듯 여러 사도직 공동체가 모여 있다.
다양한 계층을 위한 서비스로 '복지 백화점'이라 불리는 까리따스 방배종합사회복지관에는
어린이집ㆍ공부방ㆍ알코올상담센터ㆍ노인학대상담센터ㆍ장애인주간보호센터ㆍ무료급식소
등이 있다. 1997년 IMF 구제금융으로 수많은 가정이 해체되고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
에서 시대의 절박한 요청에 응답해 시작한 활동이다.
서울 도심과 경기도 남부를 연결하는 교통 요지에 다양한 복지시설이 있다는 것은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찾아올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11시, 점심식사 시간으로는 조금 이른 시간임에도 무료급식소 '사랑의 식당'에는 20대
청년부터 80대 노인까지 하나 둘 문밖에 모여들었다. 서울 도심과 과천ㆍ안양ㆍ수원 등지에서
찾아온 노숙인과 장애인, 홀몸노인들이다. 문을 여는 날(매주 월~금요일 11시 20분~12시 20분)
이면 250~280명이 찾아온다. 2007년 서울역 거리급식이 중단되면서 100명 가까이 더 늘었다고
한다.
1998년 3월 복지관 개관과 동시에 문을 연 사랑의 식당은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수녀회 자체 기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쌀, 고기, 김치, 채소 등 식재료를 가져다주는
후원자들이 있지만 한 달 부식비만 400~500만 원이 넘게 들어간다.
최지운(폴리카르포) 수녀는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기적을
체험하고 있다"며 웃었다.
한편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재가 어르신들에게 배달할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고, 사랑의
식당 옆 알코올상담센터에서는 알코올의존자와 가족들을 위한 상담과 재활프로그램이
24시간 진행 중이다. 또 지난 2000년 가톨릭교회에서 처음으로 노인학대상담센터를 개설한
수녀회는 현재 서울 남부ㆍ북부, 대전 등 노인보호전문기관 세 곳을 수탁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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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물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생활성서사 수녀들. |
# 오로지 예수 성심의 사랑을 산다. '행동하는 사랑'이라는 복지관 표어가 눈에 들어온다.
말뿐이 아닌 행동과 실천으로 예수 성심의 사랑을 전한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관뿐 아니라
성요셉요양원(광주)과 까리따스 마태오요양원(강원 고성), 아동복지시설 경애원(목포),
성가롤로병원(순천), 이주민상담센터,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 공부방에서도 마찬가지다.
복지관 옆 성서교육관에서는 「여정」 성경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성서사도직은 성경의 생활화를 위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일이다.
경기도 일산에도 여정 성서교육관이 있고, 광주ㆍ수원ㆍ마산교구 등에서도 성경교재인
「여정」을 보급하고 강좌를 개설해 하느님 말씀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또 수녀회가 설립한 생활성서사는 1983년 9월 월간 '생활성서' 창간호를 낸 이래 지금까지
통권 339권과 500여 종 단행본 및 음반을 발행하면서 대표적 성경 전문 출판사로 자리매김
해왔다.
"저희는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상 사람들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
인지 늘 고민하며 사도직 식별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입니다."
서울관구장 홍명숙(나탈리아) 수녀는 "까리따스 수녀들은 선교와 애덕을 실천하는 일
이라면 하지 못할 일이 없고, 가지 못할 곳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필리핀과 멀리 아프리카 오지까지 찾아가 헌신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는 남수단 굼보 지역에 수녀들을 파견해 수녀회의 애덕 정신과 가족 수도회인
살레시오회 고 이태석 신부가 남긴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수녀회가 파푸아뉴기니에 처음 해외 선교사를 파견한 지 올해로 25주년이 됐다.
지난 6월 파푸아뉴기니 공동체에서는 현지 출신 첫 수도자를 배출해 기쁨을 더하고 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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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자 하느님의 종 빈첸시오 치마티 신부(왼쪽)와 안토니오 가볼리 신부. |
▨ 수도회 영성과 역사 까리따스 수녀회 영성은 한마디로 '예수 성심의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를 밑거름 삼아 그 사랑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고, 가슴 가득 채운 사랑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대로 이웃에게 전함으로써 사랑으로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꾼다.
수녀회는 이탈리아 출신 살레시오회 선교사인 하느님의 종 빈첸시오 치마티(1879~1965)
신부와 안토니오 가볼리(1888~1972) 신부가 1937년 일본 미야자키(宮崎)현에서 설립했다.
당시 일본 사회는 1차 세계 대전의 영향으로 몹시 황폐한 상황이었다. 한국보다 200년 앞서
전해진 가톨릭은 박해를 받아 거의 소멸된 상태였다.
미야자키 본당 사제로 발령을 받은 가볼리 신부는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복음 선포보다 굶주림과 고통을 해결해 주는 것이 우선임을 깨달았다.
그는 사도적 열성으로 병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당시 선교 현지
수도회 설립을 권유한 교황 비오 11세와 애덕사업을 계속해 나갈 것을 권고한 자신의 장상
치마티 신부 뜻에 따라 1937년 8월 미야자키 까리따스 수녀회를 설립했다. 수도회 이름은
나중에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로 변경했다.
설립자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마태 5,7)고 하신 그리스도 말씀에 따라 모든 이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사도직에 헌신하기를 열망했다. 현재 전 세계 회원 수는 1200여 명에 이르며,
세계 14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도직은 1956년 10월 19일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입회한 선교 수녀가 파견됨으로써
시작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직후여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수녀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고통 받는 이들에게 다양한 애덕활동으로 예수 성심을 전한 결과 성소자도 꾸준히
증가했다.
수녀회 한국관구는 2009년 12월 8일 광주ㆍ서울ㆍ수원 세 관구로 분할됐다.
회원 수 500명이 넘는 규모로 대형화된 수도회 몸집을 가볍게 함으로써 수도생활의 공동체성,
수도자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설립자 정신으로 새 출발하고자 내린 결단이다.
서울관구장 홍명숙 수녀는 "관구 분할로 더욱 효율적 행정이 가능해졌고, 회원들 간 대화와
협력, 일치와 친교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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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회 문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