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지리산
새백산행 30분만에 안경다리가 부러졌다.
충격을 받은것도 아니고, 습기로 부옇게 되었기에 손수건으로 두어차례 알을 문질렀을 뿐인데 맥없이
부러지며 알하나가 바닥에 떨어지고, 랜턴마저 약이 다되어 반딧불처럼 희미해진 상황에서 당한 일이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임에도 썬그라스를 쓰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예전에 쓰던 안경이 무거워서 3년전에 거금을 들여 장만한 안경인데....
초등학교때는 시력이 좋은 편이었다.
중학교 올라가면서 한곳을 오래 바라보면 눈이 시리고 칠판에 쓰여진 글씨도 작은 글자는 희미하여 눈을 찡그려도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나빠졌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었다.
늘 그래왔듯이 방학이 되자 숙제 할 책이랑 노트 몇권에 갈아입을 옷 각각 한벌씩 챙겨서 대관령 아흔아홉굽이의
속 뒤집히고 눈물 쏙 빼는 차멀미를 감수하고 강릉에 있는 둘째형님댁으로 갔다.
방학때마다 강릉으로 향한 건 시원한 하드를 매일 먹을 수 있었고 형님댁 옆에 있던 만화가게에서 종일 죽치며
'마징가 제트'와 파란해골 13호랑 싸우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티브이를 보는데 형님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어왔다.
" 너 왜 그렇게 찡그리고 테레빌 보냐 ? "
" 잘 안 보여서요..... "
즉시 형님손에 이끌려 안경점을 찾아갔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이파리의 생생한 모습과 글자의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간판들.... 가슴 뭉클한 충격이었고 벅찬 기쁨이었다.
흐릿하게만 보이던 세상이 선명해지니 눈을 작게 뜬 채 찡그리지 않아도 되었고... 두둥실 떠가는 흰구름, 삼삼오오
재잘대는 아이들의 환한 표정, 남대천 강변에 수줍게 핀 달맞이꽃.... 모두가 어여쁘고 누구 말마따나 " 살아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다" 는 희열에 가슴이 요동치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개학을 삼일 앞두고 시골집으로 돌아왔을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린 놈이 싸가지없이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는 사실에 평소 말수가 적으시던 아버지께서 불같이 화를 내셨다.
60대 중반,,, 누가 보아도 할아버지로 보일 연세였으니 안경은 어른들이나 쓰는 거라는 그 완고함이 쉬 껶이지 않았다.
어머니와 큰형님의 설득으로 며칠만에 막내아들의 사정을 이해하셨지만, 당장에는 논두렁으로 달아났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고등학교때는 공부하는 시간외에는 잘 쓰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안경을 쓰면 어딘가 어리부리해 보여서 폼이 안난다는 데 있었다.
하교후에 폼잡던 댓가를 톡톡히 치두곤 했었다.
시골일수록 선후배 관계는 엄격하여 9살에 학교에 들어가 1년 선배 대부분은 동갑입에도 마주쳤을때 인사도 안하고
째래본다고 가슴팍 꽤나 얻어맞았다.
안경을 벗었으니 앞에 오는 사람이 선배인지 후배인지 가까이 오기 전에는 모를 수밖에..........
예전에 쓰던 무거운 안경을 다시 걸치고 단골 안경점에 A/S를 맡겼다.
수리가 끝나는 일주일간 기스가 심하고 무거워서 번번이 코에서 미끄러지는 이 안경을 쓸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다, 무거움에 익숙해지면 문자가 날아오겠지.
수리 끝났으니 찾아가라고....
첫댓글 완전히 수필이네! 제목:안경, 글쓴이: 별바라기. 캬!!! 내용좋다~, 서정적이며 사실적 묘사.ㅋ,
원래 형님 무대인데 제가 주제넘게~~~ ㅎㅎ
☆ 시인들이 많아서 보는이는 즐겁네요~~
에구~~ 민망합니다. ^^;
전기도 늦게 들어오고 시골집 전등 보나마나 한등켜기나 간신히 윤곽을 알아볼 정도의 조명으로 대부분 비숫한 세대는 안경을 낄수 박에 없어지요 요즘이야 컴터와 티브이를 많이 봐서 그러고 외국에서는 자원이 풍족해서 거의 밝은 조명을 하고 스탠드나 부분조명을 쓰지요 절약하다가 전국민은 안경끼워서 누군만 돈 벌엇다는 ㅋㅋㅋ 사실 나도 0.3 ㅋㅋㅋ
지금 생각해봐도 눈 나빠지기 좋은 조건이었지 싶어요.
그래두 강원도에서 잘살았나보네 난 가난해서 꿈도 못꾸고 흑흑
정말로 멋진 글입니다.. 별바라기님! 잘 읽었습니다.
편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국민학교 1학년 겨울방학 처음 서울 상경 용산역 등잔불 하나켜고 살다가 서울이란데를 와 보니 워메 이거 뭐여 하늘의 을 다 따다가 서울에 박아 놓은 줄 알았다 중등2학년이후 안경착용 내 미모가 안경에 가려지는때였다 내 나이 42살 라식이라는걸 했다 초등때 보았던 그 서울을 다시 보았다 그 나이에도 참말로 신기했다 광명의 빛이여 고맙다 반갑다 사랑한다지금은 노한으로 눈이 자꾸 침침해 진다
라식도 생각해봤는데.... 예민한 부분에 칼을 댄다는게 영 찜찜해서요. 부작용에 대해 들을것 같기도 하구~~~~~~~~~
나도 검색많이 해봤고 부작용 걱정 안한건 아닌데 그리구 40넘어서는 안하는게 좋다고들 했는데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했지 근데 처음 1년은 좀 불편해서 하지말아야 할걸 했자하는 후회도 했지만 이내 괞찮아지고 밝은 세상이 오더군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 이상없이 잘 쓰고 있어
갑자기 별바라기님이 안경을 썼던가 ?하고 잠시 생각하게 하네요~
누님!!! 속상합니다요.~~~~~ 흑흑
저도 6학년때 처음으로 안경을 꼈는데..... 세상이 틀리더라구요 아 이런세상이었구나 너무나도 선명하고 예쁘고 사람들의 표정도 틀리고 사람마다 보는 관점에 따라 틀려 보이는걸 그때 알았어요... 아름다운 세상 그러던 어느날 렌즈로 바뀌고 아마도 7~8년 전 쯤에 라식을 했는데 정확히 언제 했는지를 모르겠네요.... 그때 이후로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생각을 해본적 없이 평범했는데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해주시네요....동기님 화이팅~~ 돈 벌어서 뭐해요...안경 가벼운거로 하세요 얼굴이나 눈에 신경쓰이는게 있음 불편하던데...
오랫만에 써봐서 더 무겁게 여겨지나봐. 수리되면 추억의 서랍에다 집어넣고 튼튼한 걸루 하나더 장만해야겠어. 다시 다리가 분질러져도 불편하지 않게~~~~~
잊고 지내다 가끔 깨먹거나 부러졌을때... 소중함을 깨닫지요. 보물1호입니다. ^^
학교다닐때..안경쓴 단짝친구가...너무 부러워서 안경사달라고 떼써봤는데 안사주시더군요..왜..있잖아요..안경쓰면 왠지 이지적이고 멋쟁이같이 보이잖아요 ㅎㅎㅎ요즘..눈이 너무 좋은 엄마덕에 딸래미도 눈이 좋은데 안경사달라고 저한테 은근히 스트레스를 주네요ㅜㅜ
중학교때 안경쓰고 싶어 안달난 친구 하나 있었는데.. 눈이 좋으니까 부모님께서 사주지는 않고.. 결국 이친구 눈버리기 작전 돌입.. TV가까이서보기, 어두운데서 책읽기 등등.. 결국 이듬해 기어이 안경을 쓰더군요.. 따님 눈 베리기전에 도수없는 안경이라도 하나 해 주세요..ㅎㅎㅎ^^
ㅎ~ 그럴까나요?^^
대화를 해서 타당성을 못찾으면 조건을 걸고 해주시고 다시 대화를 해서 가치관을 재정립하시는 것이 정답이겟네요 단 서로 이해하지 못하면 피곤해지기 시작합니다. 결론에서 역추척하는 것도 정답에 가깝게 갑니다.따님이 엄마를 닳앗으면 미인인데 울아들넘도 잘난 사위감에 드는데 언제 보여드리나? 내도 얼굴 보기 힘든넘이라,내가 잠들면 새벽에 들어와다가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는 주무셔서 ㅋㅋㅋ
바다님? 저희 딸래미도 똑똑한데.. 며느리감으로 괜찮을듯싶네요..다음 산행때 선뵈러 데려갈까요? ㅎㅎㅎ
모든것은 자연산이 최고여 , 있을때 잘 간수 하자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