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은 지난해 10월 인천 남동구 고잔동 소래포구 인근 한화 화약공장 터에 들어설 아파트 에코메트로 2920가구를 공급했다. 분양도 잘됐다.
청약 1순위에서 평균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계약 시작 나흘 만에 100% 계약을 마쳤다.
한화건설은 복합주거단지로 개발될 이 공장 부지(총 72만평)에 2차로 4238가구(34~75평형)를 조만간 분양할 예정이다.
공장ㆍ물류단지가 아파트나 주거 복합단지로 속속 옷을 갈아입고 있다. 이들 부지는 공장 등의 외곽 이전이나 매각 등에 따라 대지로 조성된 곳이다. 때문에 면적이 비교적 넓고 도로ㆍ지하철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과 인접해 있다는 게 특징이다.
개발업체 입장에선 토지 소유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토지 확보에 어려움이 적다. 또 부지가 대부분 평지여서 공사비용도 적게 들고 아파트 전체 가구를 일반분양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선영 연구원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 신규 택지가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여겨지는 공장ㆍ물류센터 부지가 주거단지로 개발될 경우 지역 랜드마크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며 “개발 영향권에 들 수 있는 주변 부동산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영등포ㆍ구로ㆍ군포 등서 잇따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ㆍ수도권의 공장ㆍ물류센터 터에 주거단지 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곳은 모두 12개 사업장에 이른다. 개발부지 면적만도 총 131만여평이다.
공장ㆍ물류센터 부지의 주거단지 개발사업은 서울의 경우 영등포ㆍ구로구 등 서부권에 몰려 있다. 수도권에선 군포와 인천 등 서남권에 집중돼 있다.
대성산업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1만여평 규모의 연탄공장 부지에 복합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는 최고 51층 높이의 호텔ㆍ주상복합ㆍ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주상복합아파트(524가구)는 7월 분양 예정이다. 걸어서 10분 안에 지하철 1, 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에 갈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등기 후 바로 팔 수 있다.
구로구 오류동 동부제강 부지(2만9400평)에서는 동부건설이 매머드급 복합단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4가 대한통운 물류창고 부지에도 아파트 299가구(30~70평형)가 들어선다. 이르면 7월께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롯데칠성공장 부지(1만200평)에 주상복합아파트ㆍ호텔ㆍ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초동 황금공인 이영인 사장은 “최근 입주한 삼성타운과도 가까운 강남권 핵심지역에 자리 잡아 투자자들의 관심도 꾸준한 편”이라고 전했다.
강북지역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광진구 광장동 한국화이자 본사와 공장부지(1만225평)에도 주상복합아파트와 빌라형 저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은 주변에 아파트촌이 형성된 데다 한강과도 가까워 유망 단지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인천에서는 이미 72만평 규모의 옛 한화공장 외에도 부평구 부개동 KT지사 부지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은 부개동 KT부지(2만7700평)에 들어설 아파트 1054가구를 5월 말 분양할 예정이다. 군포에서는 당정동 유한양행 공장부지(2만8000평)의 주거지 개발이 추진 중이다.
인근 부동산 시장 술렁
개발 기대감에 인근 아파트값은 요즘 같은 시장 침체기도 강세다. 당산동 대한통운 물류센터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당산한양아파트 28평형은 매매 호가가 3억3000만~3억5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3000만원 가량 올랐다.
당산동 솔공인 우시숙 사장은 “인근 대한통운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에서 가장 비싼 동부센트레빌 시세(평당 1800만원 선)와 맞먹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호가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광진구 광장동 한국화이자 본사ㆍ공장 부지와 바로 붙어 있는 광장현대파크빌의 호가도 뛰고 있다. 이 단지 33평형은 7억5000만~8억원으로 올 초보다 최고 5000만원 가량 올랐지만 매물이 찾기 어렵다.
구로구 신도림역 주변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상권도 점차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인근 에이스공인 관계자는 “이곳 일대에 복합단지 타운이 조성되면 인구 유입과 함께 유동 인구도 늘어 주변 상권이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감에 경기 불황과 시장 침체에도 상가 몸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장ㆍ물류센터 부지 개발지 인근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공장 부지 등의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