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쓴 《파랑이와 노랑이》 글을 보며 그때 감정과 상황이 떠올랐다.
늦게 그림책 작가가 된 레오 리오니에게 받았던 위로와 희망
만 5세 유아가 주었던 감동을 그대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해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오늘도 그 여전한 행복을 나눌 수 있어서 더 행복했던 순간
"한준이는 파랑색" 하며 손으로 파랑색을 가린다.
한준이는 다문화 가정의 유아이다. 엄마가 중국인이다.
"선생님도 파란색" 하자,
자신이 좋아하니 선생님은 파랑색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싫더라도 노랑을 선택해야하나보다.
" 선생님도 파랑색이 좋은데..." 했더니 손을 살짝 들어 한 구탱이를 잡도록 허락하지만 그것도 많이 봐준거다. 파랑은 한준이거
그러더니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
파랑과 노랑이 섞여서 초록이 되었다고 한다.
" 정말?" 하고 놀라워하는 나를 보고 이유를 설명하려니 자신감을 잃은 듯하다.
그래 그래 한번 마술을 부려볼까?
준비해 간 클레이를 풀어서 파랑과 노랑을 섞어 조물락 조물락하니
좋은 촉감에 신나한다. 한참을 그러더니 깜짝 놀라며
" 선생님~~~ 이거 봐요. 초록이에요, 초록~ 봐봐"
내게 흥분해서 소리치며 알려준다. 빨리 보란다.
금방 사라지기라도 하는 듯
자기가 만들고도 놀라운가보다.
믿기 어려운 광경
그렇다. 나는 얼마나 많은 믿기 어려운 일들을 지켜봤고
만들어가며 겪으며 시간을 보냈던가
지금은 잊어버린 그때의 감정들
이 아이가 태어나 처음 겪은 놀라운 광경
그 놀라워 하는 능력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져서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한준아
엄마 아빠가 초록이 된 파랑이를 못알아보고
" 너는 우리 파랑이가 아니야. 초록이잖아"
하는데 어떻게하지?
어떻게 해야 초록이가 파랑인 것을 알려주지?
우리는 아는데...했더니
한준이 말이다
"쏙쏙쏙 빼내면 되요"
쏙쏙쏙 빼내면 되겠구나 했지만 어떻게 쏙 빼내지?
섞인 색을 다시 되돌릴순 없지않은가?
나는 절망하고 포기하려는데
한준이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상상 속에서 충분히 쏙쏙빼내는 아이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아이
섞이고 또 따로가 가능한 아이의 마음처럼
쉽게 생각하자 쉽게
이것과 저것과 어울리고
다시 내가 되는 시간
불가능하다 여겻지만 가능했던 순간들
살다보니 얼마나 많았나
좀 쉽게 받아들이자.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본질은 그대로 있는 것이니
오늘도 작은 천재 한준이에게
세상을 배운다.
첫댓글 나도 한준이에게 세상을 배웁니다..
쉽게 생각하자 쉽게...잘 안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