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축구선수 백승호입니다. 이렇게 글로 팬 여러분께 인사드려서 쑥스럽습니다. 거창한 주제는 일찌감치 포기했고요(ㅎㅎ), 축구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처럼 저도 야심한 시간까지 유럽 축구를 챙겨 보는 축구 팬이거든요. 첫 주제는 ‘미드필더’입니다. 제가 배운 미드필더 역할, 좋아하는 스타들, 그리고 경기 이해를 위한 ‘꿀팁’ 등을 소개하려고 해요. 서툰 부분이 있어도 귀엽게 봐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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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시작했을 때, 나는 늘 포워드였다. 앞에서 자유롭게 드리블하면서 돌아다니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 키가 작고 빨라서 지금으로 따지면 ‘가짜 9번’처럼 뛰었다. 스페인에 갔을 때도 나는 내가 포워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감독과 코치 선생님들이 내게 미드필더인 8번이나 10번으로 뛰라고 말씀하셨다.
바르셀로나는 유소년부터 4-3-3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등번호는 무조건 1번부터 11번으로 정해진다. 백4 라인 앞에 수비형 미드필더인 6번이 서고, 그 앞에 8번과 10번이 위치해서 역삼각형을 만든다. 전방 양쪽 측면이 7번과 11번, 그리고 포워드가 9번이다. 선생님들은 내가 두 자리 중 한 곳에서 뛰면 장점을 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셨다.
부모님께서는 크게 걱정하셨다. 바르셀로나 유소년은 매년 10명씩 탈락하고 그만큼 더 잘하는 아이들이 합류한다. 1년 뒤에 그 팀의 절반이 다시 더 잘하는 아이들로 교체되는 식이다. 경쟁이 심한 포지션에서 아들이 버틸 수 있을지를 걱정하셨다. 솔직히 나는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미드필더가 되었다.
# 3미들 vs 투볼란치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은 ‘3미들’과 ‘투볼란치’에 따라서 달라진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 내가 배운 전술은 4-3-3 대형의 ‘3미들’ 시스템이다. 8번과 10번은 상대 최후방 라인과 미드필드의 사이에서 패스를 받는다. 축구에서 그 위치를 ‘포켓’이라고 한다. 포켓에서 좌우로 움직이든가, 혹은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역할이다. 최전방 3인은 상대 최후방 라인과 겹친 상태에서 8번, 10번과 연계하는 공격이 기본이다.
포켓 움직임이 제일 좋았던 선수가 바로 지금 바르셀로나의 감독인 차비 에르난데스다. 차비는 볼을 돌려놓든지, 돌아서 앞으로 찌르든지 본인이 직접 볼을 몰아 메시에게 심플하게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런 움직임이 정말 심플하고 영리했다. 포켓에서 차비가 여유 있게 플레이하니까 주변 동료들까지 급할 필요가 없었다. 첫 터치와 상황판단이 모두 특급이었다. 캄노우에서 경기를 보면 정말 예술적이었다. 우리가 꿈으로 하는 전술로 뛰는데,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잘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