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워리 기자단에서 함께 읽는 첫 번째 책이 정해졌다.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제목이 좀 거창한 것 같기도 하고 메리 파이퍼라는 작가도 생소했지만 노워리 기자단에 지원하여 읽고 쓰는 일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은 나에게는 기대와 설렘을 갖게 했다. 나도 세상을 바꾸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글 읽기를 좋아한다. 단행본으로 출판된 책을 가장 좋아하지만 글의 장르나 매체 종류도 별로 가리지 않는 편이다. 한동안 활자 중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넘치게 읽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사들이는 책이나 구독하는 글의 양을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계속 쌓여간다. 이 책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생각에 살짝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다. 책에 나오는 많은 명언과 예시글, 글쓰기 방법을 기억해 두면 글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꼼꼼하게 읽느라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그래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막상 글을 쓰려니 역시나 어렵다. 몇 날 며칠을 낑낑거렸지만 진도는 안 나가고 제출 날짜는 다가오니 부담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쓰기란 무엇일까? 살면서 내가 써본 글이라는 게 어떤 것들인지 생각해보았다. 청소년기에 정말 많이 썼던 편지, 십 대 때부터 서른 즈음까지는 그래도 꾸준하게 썼던 일기, 학창시절 독후감이나 글짓기, 짧은 연설문이나 보고서 정도인데 그나마도 요즘은 거의 쓰고 있지 않다. 뭐든 계속 하면 는다는데 내가 너무 오랫동안 쓰는 일을 하지 않았구나 싶다.
이 책은 여러 글쓰기 조언을 담고 있다. 다른 글쓰기 책과 다른 점은 쓰기에 관한 원칙이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듯 알려주는 대신 따뜻하고 친절하게 이야기해 준다. 글쓰기와 관련된 기억, 경험, 질문과 답을 통해 생각을 떠올려 보고 적어보기를 권한다. 나의 유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질문 자체는 어렵지 않았음에도 평소 나 자신에 대한 생각과 정리의 시간을 꾸준하게 가지지 않아서일까? 의외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왜 쓰려는 걸까? 잔뜩 모아두었던 편지와 일기장 몇 박스를 힘들게(그냥 통째로 버릴 수는 없어서 세단 작업을 했다.) 폐기해서 아쉬운 걸까? 그땐 다시 보기 민망하고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보게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리고는 아주 오랫동안 뭔가, 특히 기록을 남기는 일을 멀리했고 그러다 보니 이제 글쓰기는 어렵고 힘든 일이 되었다.
사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읽기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궁금한 게 정말 많은데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책은 너무나 유용했고 읽기를 통해 아는 게 많아지는 것도 즐거웠다. 아는 만큼 괴로움이 커진 부분도 있긴 하지만. 각종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도 나를 지켜주고 발전시키는 가장 큰 힘은 내가 읽는 글이다. 나와는 다른 생각이나 의견에 대한 수용과 이해,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 등 읽는 만큼 내 생각도 넓고 깊어졌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나는 책과 글을 통해서 지식뿐 아니라 많은 공감과 위로를 얻으며 계속 성장하고 있고 좋은 글이 가진 힘을 알기에 함께 읽고 쓰는 사람들과의 더 큰 연대를 꿈꾼다. 머릿속에 넘쳐나는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글로 표현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 일이다. 나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내가 공감과 위로를 받아 따뜻해진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그가 또 다른 사람과의 연대를 이끌어 낸다면 세상은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노워리기자단 이름을 걸고 쓰는 첫 글쓰기가 많이 힘들었다. 속으로 ‘이게 뭐라고’와 ‘내가 뭐라고’가 계속 아우성쳤다. 좋은 글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멋진 글이 저절로 써지는 건 아니라 앞으로도 길 길이 멀다. 이쯤 해서 부족한 나의 글솜씨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의 글쓰기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를, 그래서 내 글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연대를 이끌어 낼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