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신문 연재)
한국미술의 틀린 용어 바로잡기 (12회)
6. 귀갑문(龜甲文)→육각수문(六角水文)

도1. 일본 학자들이 귀갑문이라 부르고
안에 꽃이 있으면 花귀갑문이라 부른다.
둘 다 틀린 용어다.
한국의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동양의 수많은 미술작품에서 자주 만나는 육각형은 그 중요성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특히 연접하는 육각형은 매우 중요한데 벌집이 그러하여 벌집모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일본학자들은 귀갑문(龜甲文)이라 하여 논문이나 일반인들에게 널리 쓰이고 있어서 아무도 그 용어를 의심하지 않는다.(도 1) 태어나서부터 그런 용어를 듣고 배우니 그 용어가 틀렸다고 하면 화까지 내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의 우리가 알고 있는 귀갑문의 대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거북 등 무늬를 길상문(吉祥文)이라 부르는 까닭은, 거북이가 장수의 덕을 가진 생물이기 때문이다. 육각형은 견고하게 연접할 수 있으니 거북 등의 무늬와 같으므로 귀갑문이라 부른다. 귀갑문 안에 꽃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화귀갑문(花龜甲文)이라 부른다.” 즉 육각형은 거북 등의 무늬로 보고 그 연접하는 무늬를 길상문을 나타내는 귀갑문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북 등은 모두가 육각형이 아니다. 실제로 거북들의 등을 살펴보면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등 다양한데 거북 등을 그릴 때 육각형으로 연접하여야 가능하므로 그런 조형들을 머리에 입력하여 인상을 지니고 있으므로 육각형이나 연접한 육각형 무늬를 보면 무조건 귀갑문이라 부르고 아무 의미도 모른 채 지나가고 만다.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에서 아니 세계에서 육각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 상징성을 추구해 본 분이라면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육각형은 물이 구조이다. 겨울에 내리는 하늘에 가득 찬 모든 눈의 형태가 육각형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모르는 분은 안 계실 것이다. 바로 그 물은 만물생성의 근원이니, 육각형 또한 만물의 근원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래나 도(道), 그리고 태극 등 만물의 근원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인류가 그 만물의 근원을 보이도록 표현한 것들이 바로 용(龍)이요, 영화시킨 연화(蓮花)요, 연접한 육각형(六角形) 등이다. 그런 고차원의 형이상학적 의미를 단지 막연한 길상을 상징하는 거북이의 등 무늬라고 하니 조형뿐만 아니라 사상사의 중요한 면을 상실하고 만다.
고구려 벽화에서 우리는 수많은 육각형의 구조를 보아온다. 덕화리 벽화에서처럼 천정에 육각형의 구조를 그려놓고 그 육각형에서 영기문이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간단한 구조는 벽면을 온통 육각형을 연접하여 놓고 그 육각형 마다 연꽃을 그려 넣은 도상이다. 졸본의 미창구 벽화나 평양의 산연총이나 귀갑총 벽화 등의 예가 바로 그렇다. 그것은 ‘물에서 연꽃이 피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연꽃 대신 육각형 안에 보주를 표현하기도 하는데 귀갑문이라 부르니 조형을 읽을 수 없다. 더 깊이 해석하면, 무덤(소우주) 안에 그런 무늬로 가득 채운 것은 생명생성의 극치를 그렇게 표현함으로써 우주에 충만한 대생명력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귀갑문이라는 아무 의미 없는 용어는 써서는 안 된다. 육각은 물의 구조이며, 물의 화학적 고리가 육각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귀갑문이란 용어가 잘못 된 것이므로 그 용어를 폐기처분하면 용어가 없어져 버리므로 내가 용어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 무늬의 상징도 처음으로 밝혔고 따라서 그 용어가 틀리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혔기 때문에 내가 시도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단지 육각이라고만 하면 또한 아무 의미가 없다. 육각은 물을 상징하므로 육각수(六角水)라 부르면 가장 확실하다. 육각이란 말과, 그 말이 상징하는 물이 합성하여 완벽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귀갑문을 ‘육각수문(六角水文)’이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

도 2. 월광사 원랑선사탑비의 등 무늬

도 3. 가가미 신사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의 치마
그 육각수문 안에는 연꽃이나 보주를 표현한다. 통일신라 말에 세워진, 제천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圓郞禪師塔碑: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음)의 용부(龍趺)의 등을 보면 육각수문(실제로 육각형은 아니나 그런 의도로 조각한 것) 각각 안에 보주꽃이 있다.(도 2) 그것은 물 가운데 보주가 가득 차 있다는 의미이다. 보주꽃에 대하여는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가가미 신사 소장 수월관음 고려 불화에서는 관음보살이 치마를 입고 있는데 육각수문 안에 연꽃을 그려 넣었다.(도 3) 그러므로 ‘물에서 핀 연꽃’이지만 다시 이것을 더 자세히 해석하면 ‘영수(靈水)에서 탄생한 태극’이다. 차차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귀갑문이란 용어가 분명히 틀렸다고 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는, 고종 때 중건한 경복궁 근정문(勤政門)에서 발견한 상량문과 함께 발견한 작은 육각형으로 만든 은판들이다.(도 4) 처음에 이들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따로 따로 벌려 놓으며 전시한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연접하여 전시하라고 의견을 냈더니 지금은 연접하여 전시하고 있다. 그 까닭은 육각형 모서리마다 물 水를 새기고 금을 칠했는데 연접하여 놓으면, 물 水자 세 개를 합친 글자가 된다. 그 글자를 옥편에서 찾아보면 淼(묘)자가 되며 그 의미는 “수면(水面)이 아득하여 넓은 모양”을 의미하니 바로 ‘바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나무 木자 셋을 합치면 森(삼:숲)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목조로 지은 궁전에 화마(火魔)가 덮치면 바닷물로 그 무서운 화마를 진압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내가 모든 은판을 연접하여 촬영한 것이다.

도 4. 근정전에서 발견한 水자를 새긴 육각형 은판들
조형미술의 모든 장르, 조각-건축-회화-단청-건축-복식 등에는 육각무늬가 수없이 많다. 가장 중요한 조형이며 가장 중요한 상징을 띤 육각형이 연접하는 모양을 이제는 더 이상 귀갑문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육각수문! 괜찮은 용어 같지만 좀 더 적당한 용어가 생각나면 주저 없이 말씀하여 주기 바란다. 귀갑문을 육각수문이라 부르면 세계의 무늬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무늬의 문제가 쉽게 풀리고 조형미술의 차원이 드높아진다. 틀린 용어 바로잡기는 그 중요성이 역사를 바꿀 만큼 막중하므로,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용어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